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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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이슬람교 문화권의 나라는 각종 영화와 매체 등을 통해 익숙한 서구권 문화보다 생소합니다. 그 생소함은 해당 문화권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얕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인식 자체가 부족해 해당 도서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하였습니다.

분명 불안감 속에서 시작된 본문은 집을 시작으로 그곳에 포함된 공간, 주변 등을 세심하게 표현했습니다.

그 결과 묘사되는 모든 곳들이 갖고 있는 자체의 아름다움과 공간이 품고 있는 미학적 측면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 문득 내레이션이 포함된 음악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딘지 치기 어린, 혹은 철없고 못나고 비열했을지 모를 어린 날의 모습을,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두려움에 떨었을 그 태도들이 연관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만큼 풍부한 표현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어쩐지 공간은, 장소는 이 소설의 이야기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최소한 저자가 그 공간을 그 문화를, 그 나라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애정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우려는 더 짙어졌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배경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지던 장소와 문화였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문들을 뒤로 한 채 어느 순간 그들의 공간은 변화했습니다. 단지 시간이 경과하고 계절이 변했을 뿐이었지만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그들의 체계가, 사상이, 사회적 분위기가 또 다른 환경으로써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같지만 다른 세상에 살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친구가 웃음을 잃게 되었다는 그 '겨울'이 더 차갑고 시리게 다가왔습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가 벌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진다면, 더욱 잔혹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최대한 감정 없이, 객관적인 시야로 바라보고, 관망하며, 그저 상황을 전달하고자 하는 듯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아름답지만 잔혹함을 느끼게 하는 극명한 대비를 주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간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환경적 등 상황과 동일시함으로써 탁월하게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스스로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가 그 갑갑함과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택한 최선의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느낀 갑갑함은 탱크 안에서 맛보았을 감정이 분명했고, 이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그들의 관계가,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애원했을 그 아이가, 모든 것을 짊어지기로 한 자신의 아이를 보며 눈물 흘리고 화냈을 한 아버지가, 형제라고 부르던 존재를 한순간에 잃게 되어 강인한 모습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만들 눈물을 거리낌 없이 흘리는 또 다른 아버지가 느꼈을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그들의 문화권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달랐지만 그들은 지금의 나와, 우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상황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처럼 어렸고 비겁했고, 잔혹하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 고통,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그도 분명 그랬을 것입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였을 때는 그 짐에 억눌리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 아래에 묘사되는 비극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그것들을 잊고 살지, 해소할지의 또 다른 선택에 놓일 뿐입니다. 그는 결국 정신적 성장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극적이기도 하면서 덤덤하게 시작됐습니다. 그가 몰랐던 어떤 과거는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가 용서를 빌고자 했던 이의 태도는 엄청나게 감정을 쏟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무시한 채 잔잔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더 먹먹했습니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결국 도서는 끝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이 쉽사리 다가오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흐르다가도 그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듯 울부짖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았습니다. 연을 날리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처럼 말입니다.

그에게 있어 연은, 그리고 이 도서에서 보여주는 연은 여러 가지의 모습을 갖고 우리들을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때로는 아버지와의 관계이기도, 이제는 친구라고 부르기도 힘든 우정, 그것을 쫓는 맹목적인 사람들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연을 날리며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때로는 엉키기도 하며, 내 손에 상처를 낼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리고 시간과 함께 상처는 아물 것입니다.

그들의 연날리기는 끝내 완전한 결말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연처럼, 떨어진 연을 쫓아 내달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언젠간 엉킨 실타래를 모두 풀고 완벽하게 날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했지만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 다소 잔혹한 표현과 묘사들이 나타나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을 구성하기에 필수적인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장르적 특성상으로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힘든 단계일 수 있습니다.

  • 낯 선 문화가 주는 이질감이 과도한 폭력성을 보입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들과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겪었을 것이며, 다시 혹은 반드시 겪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 꽤나 많은 분량에서 오는 호흡 조절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변화나 성장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늦게 나타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고구마 같은 전개'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척 적절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총 평

생소하다면 생소할 수 있는 문화와 정치적 상황 등이 펼쳐짐에도 온전하게 집중하며, 어느 순간 어렸던 나의 이야기들과 겹쳐지며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더 이상 구분할 필요 없는 그의 이야기는 강렬했고, 아팠으며, 잔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를 응원하게 됐으며, 그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다가오길 기대하게 됐습니다. 연을 날리기 전, 엉켜있는 실타래를 바라보며, 그것을 잘라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정성스레 풀어나가며, 손에 피가 흐르는지도 잊은 채 자유로운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그 노력이, 그 연의 모습이 그들과 너무나 닮아, 부럽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나이기 때문에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9 구성 7 재미 8 재독성 7 표현력 9 가독성 8 평균 8)

엉켜버린 실타래를 방치하기도 했지만, 결국 차근차근 풀어나가 하늘에 띄우려 하니 흡족스럽다.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60689200


감상자(鑑賞者)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눈을 통해서만 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던 알리에게는 그보다 더 맞는 말이 없었다. - P16

하지만 지금까지,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1분 중 하나였다. 1초 1초가 무겁게 다가왔다. 초와 초 사이가 영겁으로 느껴졌다.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아니 거의 고체 같았다. - P50

어쩌면, 정말 어쩌면, 드디어 나는 내 어머니를 죽인 죄를 용서받게 될지 몰랐다. - P88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리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 이후 그가 그처럼 태연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본 건 26년 후,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서였다. - P104

"이제 만족하나요? 기분이 좋아졌나요?"
그는 몸을 돌려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오열했다.
"하산,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하니?"
눈물이 바닥날 때쯤, 나는 언덕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서. - P143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바바 앞에 섰다. 나는 내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이러한 고통을 남에게 줄 수 있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 P161

그러나 나는 내 입장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바바를 위해 더 이상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바바를 기쁘게 하려다가 나 스스로를 파멸시켰었다. - P208

나는 입을 열어 내가 어떻게 하산을 배반하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쫓아내고 바바와 알리 사이의 40년 우정을 파괴했는지 털어놓을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소라야가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용기는 그중 하나였다. - P255

라힘 한은 전화를 끊기 직전에 말했다.
"오거라.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
막 생각이 난 것처럼 지나가듯 덧붙인 말이었다.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니. - P295

하산은 너에 관해 많은 걸 물었다. 네가 결혼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얼마나 키가 컸는지, 아직도 연을 날리고 영화관에 가는지, 행복한지 등등. - P317

하지만 나는 하산과 알리를 집 밖으로 몰아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나친 걸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바바가 그들까지 데리고 미국으로 갔을지 몰랐다. 어쩌면 하산은 지금쯤 집도 있고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고, 그가 하자라인인지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나라에서,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자라인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지 몰랐다. - P344

나는 내가 어느 지점에서 웃기 시작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웃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웃으니 아팠다. 턱도 아프고 갈비뼈도 아프고 목도 아팠다. 하지만 나는 웃고 또 웃었다. - P441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게 좋은 친구가 아니었단다. 그러나 나는 네 친구가 되고 싶다. 너한테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겠니? 그래도 되겠니?" - P468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 캄야브(행복)와 나캄(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먼지가 자욱한 코치(유목민)의 마차처럼 인생은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는 것이다. - P549

용서는 그렇게 싹트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52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 P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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