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노멀 피플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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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도서를 처음 보게 되면 시간순으로 순차적 진행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시간의 표시와 함께 모든 내용이 시작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정확한 일자는 누락한 채 시간과 경과한 기간만을 표기하고 특별한 따옴표가 존재하지 않고 지문만이 존재하는 듯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정보 전달보다는 자연스럽게 화자의 입장과 감정을 전달하기에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듯한 그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란 한 쪽으로만 흐르며, 이는 마치 그들의 관계와 감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어딘지 평이하고 특징 없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습니다. 불쑥 그 시간들 속에 끼어든 다른 회상들은 더 이상 한 쪽으로만 흐르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시간의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것 같았으며, 이 또한 그들의 관계 같았습니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것 같은, 평이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관계는 뒤죽박죽 뒤엉킨, 꼬여버린 실타래 같은,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 미래까지 뒤섞인 시간만큼 복잡하고 흔들렸으며, 결국 시간이란 그들의 관계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가장 많은 분량은 단연 그녀였습니다. 그녀는 어떤 측면에서는 주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풍겼지만, 과거의 시간에서는 그보다 다소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가 가진 그것들이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그녀가 더 대단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를 완벽에 가깝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폭력적인 상황 한가운데 있었으며, 그녀 자체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완벽하지 못한, 불완전한 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너무도 쉽게 폭력적인 상상을 하면서, 그것에 다분히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직접적인 대상은 자신에게만 한정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폭력에 익숙하게 된 것은 단순하게 사회가 품고 있는 남성 성향으로 발전된 사회 문제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있었으며, 스스로 그러한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 보였습니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녀 자신부터, 그것을 정당하다고 합리화하는 타인까지 어긋난 애정, 관계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도서에 등장하는 모두가 폭력성을 내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때문에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으며, 불완전하고 완벽과는 거리가 먼 그들이 보여주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단지 각자가 서로에게 존재했고, 필요한 존재였을 뿐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노멀 피플'이란 완벽하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일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이미 노멀 피플이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만 갖고 있는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나는 나를 제일 잘 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평가하는데 자만적인 면모를 드러내곤 합니다. 결국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딜레마일 뿐, 절대로 파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딜레마를 타파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언제라도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평범한, 일상적인 우리들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지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직접 찾고 탐구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고, 누군가를 받치면서 일상 속에 녹아들 것입니다. 미완으로, 어떠한 관계인지 불분명하게 남은 그들처럼 말입니다.


아쉬운 점

  • 흔히 말하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배드 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완전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끝이 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기 때문에 정적인 감정으로 도서를 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답답한 전개와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관계와 감정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분명 서로에게 꼭 필요한, 가치가 크지만 긴 시간 동안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줄다리기를 한치의 양보도 없이 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평이한 로맨스 소설을 원했다면 다른 도서를 보길 권하는 바입니다.

  • 가벼운 마음으로 접했다면, 생각보다 깊고 난해한 이야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분명 많은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맞지만 더 깊숙하게 바라보면 그들이 변화하는 과정과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히 성장하는 성장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성장을 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난해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기대를 처참히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총 평

조금은 외설적이지만 발칙한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조금 더 깊고 심오한 이야기를 말하며, 평범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모습을 우리와 동일시하며, 함께 일상으로 녹아드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가 불분명하게 끝이 나듯, 해당 도서는 어떠한 뚜렷한 결론을 내려놓지 않은 채 끝이 납니다. 어쩌면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에서 그들을 모두 알 수 없듯, 우리는 평생을 살아도 자기 자신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듯한 조금은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그 과정은 때론 답답하고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해서, 과도하게 폭력적인, 폭력에 노출된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역으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돼 곤 합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6 구성 7 재미 7 재독성 5 표현력 7 가독성 6 평균 6.3)


그들의 관계만큼이나 불편한 우리들이 마주해야 할 진실과 폭력성에 대하여.


상세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54018169


감상자(鑑賞者)

그녀와 단둘이 있는 것은 마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등 뒤로 그 문을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 그는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P24

얼굴은 최첨단 기계, 두 눈은 깜박이는 커서 같다. 혹은 무언가에 비친, 흔들리고 이지러진 달을 연상시킨다. - P29

마치 붓으로 그린 길고 우아한 선 같은 모습이었다. - P35

그녀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고, 그도 따라서 웃었다. 둘은 웃는 내내 서로를 쳐다보지 못하고, 거실 구석이나 각자의 발만 응시했다. - P40

좋아, 이 말만은 꼭 해야겠어. 넌 수치스러운 짓을 했어. 난 네가 부끄러워. - P150

도서관 위에 떠 있는 분필가루 같은 흰 구름. 긴 가로수길. 푸른 허공을 활 모양으로 가르는 테니스 공. 차창을 내려 음악 소리를 밖으로 흘려보내며 신호등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차들. - P168

순간 그는 자신의 행복과 다른 한 사람의 행복을 희생해 지켰던 비밀이 줄곧 시시하고 가치 없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와 메리앤은 손을 맞잡고 학교 복도를 따라 걸을 수도 있었다. 그런다고 어떤 무서운 결과가 뒤따랐을까? 설마. 아무도 관심 없었다. - P202

왜 자신이 그녀를 지지하겠다고 말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지,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 P270

그러면 그녀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둘 거라는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든다. 그 생각에 그는 몹시 놀라서 의자를 홱 밀치며 일어선다. - P278

메리엔,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은 하느님이 나를 위해 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 P296

그는 공포가 자신을 집어삼켜, 이제는 자신이 무언가 다른 것으로 변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공포는 이미 겪을 대로 다 겪었다는 듯이 말이다. - P348

메리엔은 자신이 얼음처럼 냉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여자의 목을 따고 싶어. 코넬은 눈을 들어, 오로지 충격 때문에 웃음을 터뜨렸다. - P367

그녀의 남자 친구로 알려진 덕분에 그는 사교적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그들 사이에 받아들일 만한 사람, 그러니까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 대화 중에 말이 없어도 어색하기보다는 사려 깊은 사람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 - P403

마치 그가 지금껏 채색된 무대배경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온 것이 진짜 풍경이라고 밝혀진 기분이다. - P415

하지만 사실 그는 언제나 그녀가 망가져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죄책감에 두 눈을 꼭 감는다. - P477

그녀의 몸은 그저 하나의 소유물일 뿐이다. 비록 지금껏 여기저기 내돌려지고 잘못 사용되었지만, 아무튼 항상 그의 소유였다. - P610

지난 몇 년 동안 코넬은 세상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었고, 그것이 설령 가끔은 고통스러웠다고 해도 꾸준한 적응 과정이었던 반면에, 그녀 자신은 줄곧 퇴보해 건전한 것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몰라볼 정도로 천박한 존재가 되어왔으며, 이제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 P616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날 믿어. 사랑해. 너한테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 P652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런 시도를 그만두는 게 어떨까. 차라리 타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상대 또한 기대오도록 내버려 두는 게 어떨까. - P676

그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달라져서 돌아오거나.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결코 다시는 되찾지 못할 것이다. - P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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