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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장편소설 ㅣ 스토리콜렉터 85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평점 :
감상
두 눈을 가리고 있는듯한 남성이 무언가를 보지 못한, 혹은 보지 못할 사람처럼 느껴지는 표지는 어딘지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분명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두 눈을 가린 상태로, 너무 많은 것을 놓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분위기가 그가 놓쳤을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에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배경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 모습 등은 배제한 채, 특정한 사건을 시작부터 보여줬고, 제대로 숨 쉴 틈도 없이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서서히 보이는 그의 모습은 외형적인 표현보다는 감정에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어딘지 차갑게 변해버린, 감정들이 조금씩 메말라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다분히 냉소적인 인물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설명은 온전치 않게 보여준 것과 반대로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세부적인 사실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책 속에 녹여냅니다.
조금은 과하다, 혹은 너무 상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하고 세세한 표현들이 이어졌고, 빈 공간은 색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채워 나갔습니다. 어쩌면 그의 감정을 반영하는 듯한 파란색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들이 파란색을 띠고 있고, 조금씩 차이가 있는 다른 파랑들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아무런 색도 없지만, 그랬기에 표현되는 새하얀 피가, 아무런 색도 갖추지 못한 그 피를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게 했던 어떤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색상은 어딘지 잔혹함을 갖춘듯했으며, 그의 태도와 어우러졌습니다. 그는 어딘가 퉁명스럽게, 단순하게 그랬다고 표현하며 불친절하고,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은 다소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배경과 인물의 극명한 대조가 만들어낸 이질감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름 나쁘지 않게 잘 섞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묘한 느낌이 독특함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들이 지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주인공의 추리나 이야기들을 통해 진행되었고, 다양한 인물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건들을 조금씩 추적해 나가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은 다분히 뻔하기도 했고, 전혀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딘지 익숙한 내용들의 연속이었고, 충분히 상상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범주의 요소들만 나타날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직하고 정직하게 이 요소들을 적극 활용했으며,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문학작품은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익숙하다는 느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작품들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 아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갖는 독창성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 차이를 저자는 '배경'을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배경 설명이 그림이나 만화, 영화를 보는, 상상하기에 수월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따금 나오는 놀랍도록 세세한 묘사들은 충분히 그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만, 그런 표현들이 내내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다분히 1인 위주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한정적인 시선으로만 내용이 전개되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너무나 익숙한 내용들은 그것들이 등장할 기회를 계속 빼앗았고, 그 매력을 계속해서 감소시켰습니다.
정리하자면, 분명 뻔한 이야기들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배경 설명과 색상, 모양들을 이용함으로써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면모를 보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시선이 반영된 듯한, 대조적인 표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인물과 배경의 대조처럼 누군가의 죽음은 한없이 자세하게 묘사되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저 한 줄로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내용 전개가 처음부터 지속되었다면, 어쩌면 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도서는 시작일 지도 모르고, 이후에는 도서 전체에 산재되어 있는 식상함을 모두 아우르는 신선함이 발휘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신선한 책은 그렇게 탄생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도서는 아직 그 단계로 가지 못한 것 같지만 말입니다.
아쉬운 점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설정과 내용 전개, 캐릭터 설정들이 등장해서 신선함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른 표현이 있지만, 빈도가 낮은 편이라 많이 묻히는 느낌이 있습니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누락되어 있는 설정들이 많이 등장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과정 속에 있지만, 너무 쉽게 그것들을 채우는 등 부족한 부분이 많이 느껴집니다.
흥미 위주의 내용 전개 때문에 표현이 자극적이며, 깊이감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독서를 하는데 장애가 없고, 쉽게 읽히지만 굳이 넣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구절이 많았습니다. 과도한 내용 부풀리기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총 평
뻔한듯한 사건과 캐릭터들, 설정들이 계속해서 펼쳐지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독특한 표현과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 빈도가 너무 낮아 전체 분량 대비 미미합니다.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전개는 쉽사리 미스터리를 해소하며, 특징들의 장점들을 감소시켰습니다.
어쩌면 첫 발을 내디딘 작품일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그 독특한 표현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더 뻔하고 익숙함으로 무장되어 있어도, 신선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해당 작품은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양산형 소설로만 머문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5 재독성 5 표현력 7 가독성 6 평균 5.6)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뻔한 내용들이 배경을 독특하게 담아내는 색과 모양 표현과 엉성하게 섞였다.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56024393
감상자(鑑賞者)
그의 잘못이다. 그의 죄다. 어쩌면 그가 놈들을 가족에게로 인도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것이다. - P43
데커는 편두통이 뒷목을 타고 치미는 것을 느꼈다. 어둑한 서커스장에 온 듯 환영이 마구잡이로 아른거렸다. 세 가지 공연이 동시에 펼쳐지는 서커스장. 소름끼치는 형광 파란색이 세포 구석구석에서 스며 나왔다. - P176
그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을 때 그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 P198
"되살아날 수가 없죠. 이제껏 한시도 잊은 적이 없거든요. 그럼, 가볼 데가 있어서 이만." - P325
보도를 걸어가는데 파란색이 머릿속을 점령하다 못해 온세상을 파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태양조차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거대한 블루베리로 변해버리더니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 P327
그런데 이번 3은 진화한 것들이었다. 끄트머리마다 칼이 세 개씩 돋아 있었다. 정말이지 웃음은 조금도 나지 않았다. - P406
시신은 그의 눈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눈을 돌리는 데 성공한 데커는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한 지점에서 시선을 멈췄다. - P783
"난 세상이 싫진 않아." 데커가 말했다. "여기서 살아가는 일부 없느니만 못한 인간들이 싫을 뿐이지." - P960
정말 이루어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 방금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 것이다. - P1021
눈은 멍했고 호흡은 잔잔했다. 죽음으로 이행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뇌가 나머지 몸에게 이제 다 끝났다고, 곧 모든 것들이 폐쇄될 거라고 통보하는 중이었다. - P1102
클라이드 에버스는 그것을 열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잘린 머리가 제 역할을 한 것이다. - P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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