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김형태
너, 외롭구나
예담, 2004-08-05

2004년 12월 30일 읽기 시작.
2005년 1월 2일 읽기 마침.

페일레스 peilles@gmail.com



  지난 세기 말부터인가, 소위 '홍대 앞' 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다. '서울 변두리'의 문화도 아니고 비상구 없는 '압구정동'의 문화도 아닌, 돌연변이 같은 문화가 태어난 것이다. 뜨겁게 타오르며 갈 곳 없는 청춘들의 해방구가 되었던 홍대 앞, 그곳의 거품도 걷힌 지 오래다. 그렇게 홍대 앞은 수많은 엉터리 밴드와 몇 안되는 제대로 된 뮤지션(혹은 아티스트), 그리고 수많은 클럽을 남겼다.
  홍대 앞 문화가 남긴 사람들 중에는 앞서 언급한 '엉터리 밴드'의 리더일 수도, 몇 안되는 '아티스트'일 수도 있는 김형태가 있다. 스스로를 '무규칙이종예술가'라고 부르는 그는,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바라는 것은 소비를 위한 돈과 안정된 직장" 뿐인 21세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홈페이지(www.thegim.com)를 열고 카운슬링을 시작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총 쉰 건의 카운슬링과 김형태가 각 장 끝에 쓴 다섯 편의 글을 읽으면서, '이건 내 얘기잖아'하면서 부끄럽기도 했고 그런 스스로를 변명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답변에 진심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글쓴이가 "부모님 세대의 삶의 경험을 자식들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정말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은 먹고살기에 급급한 직업관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인생 불변의 진리를 가르쳐주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썼듯이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그걸 움켜쥘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10대 학생에서 50대 아줌마까지, 정말 다양한 고민을 가진 이 책의 질문자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세대는 '이태백'으로 대표되는 20대 청년들일 것이다. 이들에겐 충고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고슴도치처럼 제 자식 감싸기 바쁘고, 선생들도 좋은 대학 가라는 얘기 말고는 할 말이 없고, 도대체가 '인생의 선배'가 없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운 글쓴이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는 선배처럼 때론 따뜻한, 때론 따끔한 충고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것조차 이 사회가 청년들을 '일하게 만들려는' 수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다 읽고 난 뒤에 그런 마음은 간 곳조차 없다. 컴퓨터와 핸드폰 같은 기계가 아니라 나 자신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변한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믿음. 글쓴이는 그런 것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문득 김형태야말로 "예상문제와 자격증 얘기 말고 진짜 인생 이야기를 해줄" 인생의 선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목차

프롤로그 - 청춘 카운슬러가 된 어느 예술가의 진심과 진담 그리고 진실

1. 이, 태, 백, 시대. 그래도 지구는 돈다

2. 분노의 에너지로 날아오르기

3. 행복 자격증을 향하여

4. 박제된 청춘에도 날개가 있다

5. 외로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

덧붙이는 말 - 김형태에 대해서 나에게 묻지 말라 / 이외수(소설가)
카운슬링 그 후


책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김수철 씨는 아주 오래전 그이 나이 20대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김수철 씨는 기타를 참 잘 치시네요?"
  "네…… 남들 공부할 때 기타만 쳤습니다. 그리고 또 남들 놀 때 기타쳤고요."
- 156-157쪽

  나의 20대에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바꿀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세상을 더 멋지게 바꾼다고 생각하니 심장에서 열이 펄펄 났더랬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 203쪽

  그것은 내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 나의 부모님께서 가난했던 것이므로, 나의 가난은 아닙니다. 자신의 부모님이 가난한 것을 자신의 인생과 연결해서 자기까지 가난한 인생으로 규정 짓는 사고는 정말 어리석은 것입니다.
- 241쪽

  "형태야, 너 요즘은 날계란에 흰 우유 안 먹지?"
  "에? 그게 뭐예요. 우유는 안 먹어도 계란은 먹는데……."
  "그게 아니고, 너 옛날에 그거 먹고 살았잖니."
  난 기억이 안 나서 뭔 소리냐고 물었더니, 그 형이 얘기해 줍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점심시간이었는데, 내가 캠퍼스 벤치에 앉아 흰 우유와 날계란을 들고 홀짝홀짝 먹고 있더랍니다. 그 형은 제게로 와서 뭘 그런 걸 먹냐고 물었더니 김형태 왈, "형, 이렇게 날계란하고 흰 우유를 먹으면요, 200원이면 되는데, 소화가 잘 안 돼서 하루 종일 배가 안 고파요. 헤헤" 그러더라는 겁니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서, 그 10년은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자랑스러운 시간들이지요. 한 번도 현실 문제 때문에 내 꿈을 포기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가난한 것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 245-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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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0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최근에 재밌게 읽었어요.
곳곳 따끔한 일성이 속이 시원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