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
무라카미 류 지음 / 주변인의길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류 지음, 이기선 옮김
리허설
주변인의 길, 1998-04-15

2002년 8월 3일 씀.

페일레스 peilles@gmail.com


류가 이야기하는 '희망의 노래'

  무라카미 류는 여러 타입의 소설을 잘 소화해 내는 작가입니다. <69>에서의 발랄함, <코인로커 베이비스>와 같은 거대담론과 주제의식, <토파즈>와 같은 소설에서는 SM 과 성에 대한 강렬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이 소설을 저 세 가지 분류 중 하나로 나누자면 세번째가 되겠군요. 대략의 줄거리는 여자를 기르는(포주와 비슷하죠) 겐지라는 남자가 손님의 부탁을 받아 그 손님의 라이벌과 멍청한 의사 하나를 파멸시킨다, 라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이 이십대의 포주라는 독특한 설정, 그리고 작품 곳곳에 등장하며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끌고 가는 '음악의 해안' 에 대한 이야기와 SM, 오이디푸스 증후군 등이 잘 버무려진 양념처럼 재미를 전해줍니다.

  무라카미 류 식의 희망은, 여자를 파는 생활에서 주인공이 원했던 '소통'과 물질로서의 '음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비디오 제작자, 스스로의 의지없이 타인에게 기대는 의사는 파멸하고 주인공에게는 진정한 음악이 들려온다……랄까요. 어쨌든 현대 사회에 대한 나름의 비판이 녹아들어간 듯 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상투적인 결말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에 가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류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여전한 작품입니다.

사족: 전 왜 번역서 제목이 '리허설'인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니까요…….

목차
제1장 리허설
제2장 튜닝
제3장 하모니
제4장 댄스
제5장 싱커페이션
제6장 애드립
제7장 코드
제8장 비트
제9장 희망의 노래

책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염려해 주고 있다는 건 살아갈 희망이 되지 못해. 하지만, 하지만 말야. 희망이라는 건, 희망의 음악은 그렇지가 않아. 그 음악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가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
  모르겠어, 하고 겐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음악은 아주 아주 드문 거야. 이 나라에는 물론 없어. 지금 없다는 게 아니라, 사실 어느 시대에도 없었어. 무슨 말이냐 하면, 겐지, 나도 믿어지지 않지만 이 세상은 살아갈 희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 대신에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진 않았어.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어. 겐지는 아무것도 신경 쓸 거 없어.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건, 아이를 죽인다거나 엄마가 죽는다거나 하는 그런 TV 드라마 같은 얘기가 아냐. 그 사람이 가지는 육체와 정신을 말하는 것이지. 무슨 짓을 해도 신과 자신의 심장으로부터는 절대 벌 받는 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고마워, 하고 겐지가 말했다.
  여동생은 플라스틱으로 된 핑크빛 브러쉬로 하염없이 머리를 빗고 있었다.

원서 정보
작가 : 무라카미 류(村上龍)
제목 : 음악의 해안(音楽の海岸)
출판사(단행/문고) : 가도카와 쇼텐(角川書店) / 고단샤(講談社)
초판(단행/문고) : 1993-07-04 / 199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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