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지내고 생긴 두툼하고 튼실한 북어로 북어국을 끊였다.
살 있는 부분만 대충 발라서 뜯었더니, 남은 살이 많았다.
남은 살과 껍질과 버리지 않고 놓아두었던 머리를 깨끗이 씻어서
물에 넣고 끓였더니, 뽀얀 국물이 우러나온다.
발라놓았던 살과 두부를 넣고, 커다란 파 한뿌리를 다 쓸어넣으니,
내가 끊였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북어국이 완성되었다.
귀찮다고 찢어놓아진 북어포로 끓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
사람 손 한번 더 들어가고 정성이 한번 더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정직하다.
세상 사는 일이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정직하게 돌아간다면 얼마나 정의로울까 하는 생각이
국을 끊이다 말고 들었다.
어제 하루는 어찌나 정신을 못차리겠던지..
6일만에 일어나본 새벽은 깜깜했다.
그새 해는 저혼자 이리 아침을 서둘렀었던 것을...
붕 떠 있던 마음을 다 잡으려고 미장원에 갔건만,
나도 별 관심이 없는 내 머리카락에 미장원 언니는
어찌나 애착을 보이던지 눈꼽만큼 잘라놓고
미안한지 8000원만 받았다.
결국 심기일전도 실패해서 빌빌대며 오후를 보내고 퇴근을 했고...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데,
입맛이 이리 없는 것을 보면 내가 말이 아닌건만은 확실하다.
먹지도 않았는데 만약 살이 찐다면 말일지도.-_-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모짜르트가 쓸쓸하게 들리다니...
어쨌든 조금씩 다시 연휴전으로 reset시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