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지내고 생긴 두툼하고 튼실한 북어로 북어국을 끊였다.
살 있는 부분만 대충 발라서 뜯었더니, 남은 살이 많았다.
남은 살과 껍질과 버리지 않고 놓아두었던 머리를 깨끗이 씻어서
물에 넣고 끓였더니, 뽀얀 국물이 우러나온다.
발라놓았던 살과 두부를 넣고, 커다란 파 한뿌리를 다 쓸어넣으니,
내가 끊였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북어국이 완성되었다.

귀찮다고 찢어놓아진 북어포로 끓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
사람 손 한번 더 들어가고 정성이 한번 더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정직하다.
세상 사는 일이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정직하게 돌아간다면 얼마나 정의로울까 하는 생각이
국을 끊이다 말고 들었다.

 

어제 하루는 어찌나 정신을 못차리겠던지..
6일만에 일어나본 새벽은 깜깜했다.
그새 해는 저혼자 이리 아침을 서둘렀었던 것을...

붕 떠 있던 마음을 다 잡으려고 미장원에 갔건만,
나도 별 관심이 없는 내 머리카락에 미장원 언니는
어찌나 애착을 보이던지 눈꼽만큼 잘라놓고
미안한지 8000원만 받았다.
결국 심기일전도 실패해서 빌빌대며 오후를 보내고 퇴근을 했고...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데,
입맛이 이리 없는 것을 보면 내가 말이 아닌건만은 확실하다.
먹지도 않았는데 만약 살이 찐다면 말일지도.-_-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모짜르트가 쓸쓸하게 들리다니...

어쨌든 조금씩 다시 연휴전으로 reset시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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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0-1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어국 끓일 때 북어를 참기름으로 볶으시나요.? 아님 그냥 국물내시나요.?

paviana 2006-10-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메피님 ..전 북어를 씻은 담에 계란을 하나 풀고 거기다 마늘,소금,후추,참기름을 넣은 다음에 끓는 물에 풀어서 넣어요.^^

Mephistopheles 2006-10-1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참기름 조금 넣고 북어를 달달 볶다가 물넣고 팔팔 끌인 후에 소금과 마늘 다진 것 넣고 또 팔팔 끓이다가 계란은 옵션이고 대파 썰어 넣고 끝내는데요..
확실히 다 틀린가 봐요....^^ -마님보다 북어국 잘 끓이는 메피스토-

마냐 2006-10-1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저도 메피님 버전으로 끓임다. 근데...옆지기가 북어를 안 좋아하길래, 정말 오래오래 끓여 뽀얀 국물을 낸뒤 북어를 다 건져내고 두부, 콩나물 등을 넣었죠. 무교동에 유명한 북어국집에서 제가 늘 북어뺀 북어국을 먹걸랑요. 입에 걸리적 거리지 않고 국물 진한..ㅋㅋ
암튼, 파비님....국 끓이다 철학을 하셨구랴. 빌빌대지 마시고...곱창이나 맛나게 먹으러 가시죠. ㅋㅋ

paviana 2006-10-1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l님 / 사실은 저도 썩 좋아하는건 아니에요. ㅎㅎ 근데 제가 끓여놓고 음 북어국이 이런 맛으로 먹는거구나 하는 자뻑 모드가 되었다니까요.ㅎㅎ 글구 레시피랄게 없어요. 한마리에 5000원하는 튼실한 제수용 북어 한마리를 몽땅 넣고 끓이시면 되요.

마냐님 / 저희 집도 건더기는 별로 인기가 없어요. 건더기는 이게 북어국임을 알 수 있도록 조금 놓고 나머지는 껍질째 넣고 끓였으니까요..빌빌대지 않고 누가 저녁 사 준다고 해서 먹으러 갈 예정이에요.^^

메피님 / 진정 마님보다 더 잘 끓이심을 인정해드리지요. 아주 제대로 하시는군요.ㅎㅎ 전 북어국에 계란 들어간것을 좋아해서 넣지만 ,가끔 콩나물을 넣고 계란을 안 넣을때도 있어요.^^

ceylontea 2006-10-1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느끼한 것이 싫어서 기름에 볶지는 않아요..
그냥 북어넣고 끓이다가 콩나물, 두부, 계란 풀어넣고, 파 넣으면 땡. (콩나물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못넣죠 머..--;;)

플로라 2006-10-1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이 쓰신 페파를 보니 뽀얀 국물에 부드러운 북어의 식감이 그대로 전해옵니다요~ㅋㅋ 선선해질땐 이런 따끈한 국물이 제격인데 말이죠.//그나저나 붕 뜬 마음 다잡기용으로 미용실 한번 가주는 것도 좋은 처방인거 같아요. 파비님은 일상을 리셋시킬 수 있는 멋지고 다채로운 레시피를 갖고 계시네요.ㅎㅎ

아영엄마 2006-10-1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술꾼 남편을 위해 북어를 좀 사다 놓아 볼까... 싶은 마음도 들지만 제가 끓이면 다 맛 없는 음식이 되니...ㅡㅜ

paviana 2006-10-1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로라님 / 아 가을이라서 저런 국물이 확 당겨왔는지도 몰라요. 아님 명절의 느끼한 음식 먹다가 깔끔한 국 먹으니 더 맛있었을지도.ㅎㅎ 그나저나 정말 미장원은 바꿔야 될까봐요..언니들이 영 머리 자르는것을 무서워해서요. 어제는 정말 뭘해도 정신이 차려지지 않더라구요. 아시죠? ^^

실론티님 / 저는 콩나물은 아주 가끔 넣어요. 콩나물이 있음 그냥 콩나물국 끓이면 되지 거기다 북어까지 넣어서 더 힘들 필요는 없잖아요.ㅎㅎ 귀찮아서 안 넣으면서 식구들에게는 한가지 재료가 주는 단순한 맛을 즐기라고 한다죠 .-_-

아영엄마님 / 별로 어렵지 않아요. 북어국은..근데 북어 한마리나 소고기 200g이나 가격이 별 차이가 없으니, 그게 좀 그럴뿐이지요.^^

비로그인 2006-10-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거도 좋지만 뽀거를 먹어보면 어떨까요?

paviana 2006-10-1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님 / 하하 뽀거 사주실려구요? 없어서 못 먹지 당근 더 맛나지요.

2006-10-11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0-12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 기찬 맛이 연상되옵니다. 위장 환장하게 만드는 묘사이옵니다.
암튼 연휴를 연휴답게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담주 회합 전까정 입맛 돌아오셔야 해요.

paviana 2006-10-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쥔장보기로 안 하셔도 항상 진담으로 전 믿고 있어요..저의 믿음을 배신하지는 않으시겠지요? ㅎㅎ

춘님 / 이글 올리고 징징대었더니 친구가 20000원짜리 도미매운탕을 사줘서 맛나게 먹었답니다.ㅎㅎ 연휴때 에버랜드에서 바이킹 타주셨구요.^^ 북어국의 맛은 모 재료가 좋았으니까요.

2006-10-13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