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그니까 회사그만두고니까 거의 1년만에 홍대정문쪽을 어슬렁거렸다. 회사다닐때도 발전소쪽만 왔다갔다했지 정문쪽은 너무 멀어서 잘 다니지 않았으니 정문쪽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새로 생긴 가게들을 구경하고 스스로 주인을 선택해서 집을 나가는 능력을 가진 고무줄님을 몇개 사고, 문구점의 집대성 호미화방으로 길을 잡았다. 헉 20년 넘게 그자리에 있던 쇼핑센터가 멀리서봐도 이상하게 리모델링되어 상가 1층이 모두  데크까지 가게로 확장한 술집과 옷집들로 바뀐 것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약간 을씨년스럽던  구락한 쇼핑센터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기발하게도 일반 빌딩의 상가처럼 쪼개져버린 것이었다. 그나마 호미화방은 굳건히 건재해서 다행이었지만, 그렇게 변한 상가건물을 보니 또 조금은 슬퍼졌다.

원래 쓰려고 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다. 실은 난 몇달동안 생각하고 고민한 일을 마무리 지으려 높으신 분을 만날 약속을 했었다. 그동안 내내 생각했던 것은 그깟 자존심때문에 돈 몇십만원을 손해보는 바보짓을 하지말자는 것이었다. 그깟 자존심이 모 대단한거라고 다달이 몇십만원을 대신하냐고 몇달동안 스스로에게 되뇌였다고 할까...

대한독립만세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굳건한 결단을 내리고 일을 벌렸지만, 결론은 내가 도대체 왜 그깟 돈 몇십만원에 자존심을 내던졌을가 하는 자괴심뿐이었다.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거 없다고 당장 거리로 내앉는거 아닌데 왜 그런 돈에 욕심을 내고 내 스스로를 포기했을까....

지난 몇달동안 그런 되지도 않는 일을 결심하려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을 했었나 생각하니 기가막혔다. 장고에 악수나온다는 말이 딱 맞다고나 할까...혼자 스스로 그 문제에 매몰되어 버리니 제대로 문제를 볼 수 없었다. 매번 내가 겪는 시행착오지만....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오늘부로 그 돈은 딱 잊어버리고 싶다. 그거 없어도 약간은 불편하겠지만 그 돈 모아서 집사고 차살 수 있는 큰돈 아니니 그냥 잊자. 일단은 여기에다 굳게 다짐하는 바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6-19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땅을 제아무리 파봐도 만원은 커녕 천원도 안나오잖아요..
(로또 이월 되었답니다..화르르르륵~~ 불타오르는 거야!)

도넛공주 2008-06-1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매달 몇십만원이면 크긴 하네요!

paviana 2008-06-1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흐흐 그래서 어제 편의점으로 바로 달려가 자동 한장이요라고 외쳤어요. 되면 제가 거하게 벤트한번 열지요.

공주님 / 그쵸.몇십만원이면 무지 큰돈이지요.어쨌든 몇십만원때문에 지난 몇달간 내자신을 납득시키려고 했었는데, 그 높은 분이랑 이야기하고 돌아서는데 제자신이 바닥을 보인거 같아서 너무 슬펐어요.

비로그인 2008-06-1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는 사람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생각하는 그 자체에 빠져버리는 것이지요. 그러지 않으려면 문제 자체를, 일관적으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야 하는데 제 경우엔 `자신의 머리로'가 가장 어려웠어요. 늘상 묻게 되고 누구라면 어쩔까, 이렇게 생각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내가 왜 그랬을까' 보다는 `내가 왜 그러지 않았을까'에의 후회가 더 큽니다. 그러니 어찌된 일이었든 간에 그순간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었을 거에요.


그나저나, 로또 되면 뭐하실 건가요?(분위기를 와르르 깨는 한마디)

paviana 2008-06-20 11:02   좋아요 0 | URL
그냥 저혼자 계속 생각만 했어요. 내일은 나만큼 생각할 사람도 대신 걱정해줄 사람도 없다는 그저 천애고아같은 맘으로요.냉정히 생각해보면 그 높으신 분의 말이 옳을 거에요.백프로 수긍은 못하지만, 아마도 그분 말이 맞는거라는건 저도 느낄 수 있어요. 사는게 참 구차해요.그렇게까지 내 자신을 몰고간 나도 한심하고요.

로또되면 남들하고 똑같이 집사고 차살거에요. 그리고 대여점의 스르륵 밀리는 책장을 만들겠지요.

hanalei 2008-06-2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략의 감은... 높은신 분의 간교한 테크닉에 넘어간것 같은데요?

paviana 2008-06-26 05:35   좋아요 0 | URL
ㅋㅋ 어찌보면 그렇지요. 돈이 무지중요한 거니까...그래서 니돈 아니라 내가 벌어서 속 편하게 내가 쓸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hanalei 2008-06-27 01:31   좋아요 0 | URL
5시라닛!!
넘 부지런하시잖아욧!

paviana 2008-06-27 02:01   좋아요 0 | URL
하하 그놈의 돈때문에 알바하느라 저시간에 잔거에요. 부지런한게 아니라 게으른거죠..

실은 그 높은분에게 시위하기 위해서 만난거였어요. 돈 제대로 올려주지 않으면 난 이런짓을 할거다라는 점잖은 예고장을 보내기위한 것이었지요.그분에게 나올 답이야 아는거였고, 그분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발을 빼시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