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지내고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다가 냉동실에 추석때 쓴 대추가 아직도 있는것을 보고
이번 대추는 대추차를 끓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웅큼도 넘는 많은 대추(가끔 대추차를 끓여먹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대추를 한꺼번에
넣은 적은 한번도 없다)를 칼집을 내고 약탕기에 넣었더니,
한시간도 안되서 온 집안에 달근한 대추향이 진동을 한다.
어제 난방을 돌리는걸 잊어버려서 감기가 걸린 몸이 대추차를 원했나보다.

어제 오늘에 걸쳐 호타루의 빛을 다 읽었다.
좌충우돌하는 건어물녀의 연애기에 짠했다.
만화에서의 다카노 부장처럼 40살이 넘으면
말 안해도 상대방을 배려하고,이해하고 그러면 좋으련만,
그건 아마 작가나 우리의 로망이겠지...
나이를 먹는다고 달라지는건 거의 없다.
20대나 30대나 별 차이없이 작은일에 부르르하며,
저사람의 의도나 생각이 무얼까 전전긍긍해한다.
다카노 부장처럼 마흔이 넘는다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을
전적으로 이해하거나 배려하긴 어렵다. 물론 그러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그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일비일희하는 자신의 맘을 감추는 기술만 늘어가는건 아닐까..
새해 첫날이다.
달콤한 대추차는 부엌에 아직 한가득 남아있고,
유시 비올링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며 서재질을 하고 있다.
새해 첫날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은 출발아닌가?
다시 심기일전해서 힘내자 파비!! (하얀 거탑을 보고 나니 내이름을 내가 한번 불러보고 싶어졌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 저렇게 말해주는걸 은근히 원하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