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나도 그 2800만명중의 한 명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잡지를 사보곤 했었다.

그 잡지는 다름아닌 리더스 다이제스트이다.

이 잡지를 처음 보게된건 10년도 더 된 일인데 아마도 중학생때가 아니었나싶다.

방학때 외갓집에 놀러가서 방에서 빈둥거리다가 우연히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잡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알고있던 잡지라는게

<소년중앙>이나 <어깨동무>같은 어린이잡지 내지는 만화잡지들과

여성잡지,시사잡지,성인잡지등이 전부였던 나로서는 전세계인이 함께보는

교양지라는 표지문구와 함께 버터냄새듬뿍나는 너무나 서양틱한 이 미제잡지가

상당히 생소하고 참신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일찌기 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서양특유의 그림체와 기사구성방식과

내용으로 꾸며진 이 양키냄새 듬뿍나는 잡지를 다시 접하게 된 건 대학에

갓 들어온 대학새내기 시절이었다.

문득 서점에 갔다가 예전에 외갓집에서 봤던 그 잡지가 진열되어 있는걸

발견하게 되었고 "세계 최대의 교양잡지 17개언어로 매달 2800만부 이상 판매"라는

선전문구에 혹해서 덥석 사버렸던 것이다.

맘속으로는 '나도 이제 대학생이고 하니까 이런 교양잡지를 봐줘야한다.'는

어설픈 자의식과 함께 '나도 전세계의 2800만명의 교양인중 한 명이 되는구나.'라는

유치한 자부심이 이 잡지의 구매욕을 충동질했고 결국 그렇게 시작해서

약 1년동안 이 잡지를 꾸준히 구독했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22년에 창간된 미국잡지로서 월간지이며 판형이 매우작은 편이다.

이 잡지의 기사들은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적인데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을 다룬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들이 수필형식으로 혹은 꽁트형식으로 잔잔히

기술되는 기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밖에 각종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인문/예술등 온갖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기사들이 골고루 실려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느 특정분야를 다루는 기사들도 일반인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부담없이 읽을수 있도록 평이하게 작성되어있으며 다른 전문잡지들처럼

전문지식이 없이는 읽기가 불편한 그런 글은 싣지 않고있다.

그리고 이 잡지는 특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휴머니티를 기본뼈대로

하고있는데 이러한 휴머니즘적인 경향이 잡지전체를 관통하고있으며

그로인해 이 잡지에서는 전체적으로 사람사는 인간적인 냄새가 배어나온다.

굳이 성격이 비슷한 국내잡지를 얘기하자면 <좋은생각>에 비견될수 있을까.

각 기사말미에는 짤막한 유머를 달고있는데 요즘 인터넷을 비롯해서 사회전반적으로

유행하는 경박한 말장난류의 유머가 아니라 삶속에서 배어나오는 생활속의

잔잔하고 가슴 따뜻한 유머들로 구성되어 있어 잔잔한 미소를 유발하는 그런

정감어린 유머가 주종을 이룬다.

고정적으로 편성된 고정란들도 꽤 유익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퀴즈형식으로 순우리말을 공부할수 있는 "당신의 우리말실력은?",

역경과 고난에 처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의지와 인간승리를 보여주는 "생활속의 드라마",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한대역"코너, 군생활이라는게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걸 알게 해준 "병영은 즐거워"와 같은 유머코너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크기도 작고 가격부담도 별로 없으며 기사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가볍고 편하게 한 번 읽어보기에 별 부담이 없는 좋은 잡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살다보니 본의아니게 읽지않게된지 오래된 잡지이지만 여건이 되면

정기구독을 하고싶은 잡지이기도 하다.

비록 국내뿐만 아니라 세상사람들, 특히 미국의 보통사람들의 진솔하고 평범한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엿보고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싶다.

한마디로 이 잡지의 성격을 규정짓자면 "인간적인 잡지"라고 얘기하고싶다.



p.s 사실 오늘 쓴 글은 제가 대학1학년일때 이 잡지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던 시절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 지금의 모습은 잘 모르겠군요.

기본적인 성격은 변함이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세세한 면으로는 바뀐점도

꽤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서점에 갈 일이 있으면 잡지코너에서 한 번 찾아보시고 한 번 훑어보시길.

사견이지만 꽤 볼만한 잡지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written by
제목인 "Reader's Digest"가 정확히 무슨뜻인지 아직도 궁금한
parol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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