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슬플때가 많지만, 내 마음을 몸이 배반할 때, 혹은 내 몸을 마음이 배반할때 슬퍼지곤 한다. 예를 들면, 마음으로는 그 녀석을 잊었다고, 이제는 다시 떠올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꿈에서 그녀석이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밝게 웃는다든지, 나도 모르게 친구한테 전화한다고 했는데 그 녀석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다든지. 꼭 연애사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머리로는 이건 안돼!! 라고 생각을 하면서 몸으로는 자학적인 습관을 반복(폭식이라든지;;)하고 있다든지. 어쩌면 김유신이 천관의 집으로 향한 말의 목을 가차없이 베어버렸던 것 역시, 그런 맥락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런 때는 참 슬프다. 왜 내 마음과 몸이 따로 노냔 말이지. 마음과 몸은 하나라고 하면서도, 왜 그렇게 내 맘대로 안되는 것들이 많냐는 말이지.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그들의 옥상 애송이 땐쯔도 귀여웠지만, 그리고 마지막 결승전의 어이없는 결과도 재밌었지만, 또 정말 나이를 무색하는 이상아의 아름다움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마음에 사무쳤던 장면은 바로, 동구의 꿈 신이었다.
좋아하는 일본어 선생님(초난강은 진지한 역을 해도 웃긴다 "그래쿠나 무서운 꿈을 꾸엇던 것이쿠나"의 오마주.. 귀여운 감독들 같으니) 에게 "선생님 기뻐해 주세요, 저 드디어 멘스를 시작했어요" 라고 말하는 행복한 꿈을 꾸는 동구는 깨어나서 가만히 이불을 들쳐보고, 그리고 울면서 빨래판에 박박 팬티를 빤다. 카메라는 가만히 낮은 조명으로 동구의 울먹이는 등을 비춘다.
동구는 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멘스를 시작했어요" 라는 행복한 바램이 아닌, 남자로서의 육체를 엄정하고 날카롭게 드러내는 그의 육체의 반응 앞에, 너는 남자야, 라고 단정지어 보여주는 그의 육체의 반응 앞에..
동구는 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음을 배반하는 몸. 나는 여자야, 남자의 몸 속에 갖힌 여자야, 라고 생각하며 꿈꿔왔던 바램을 그의 몸이 냉정하게 배반하고 웃기지 말라는 듯... 그렇게 코웃음치는 그 순간에, 빨래를 벅벅 빨면서 흐느껴 우는 동구는.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었을까. 발로 걷어차 주고 싶은 등짝, 이라는(맞나?-_-;;) 일본소설 제목도 있지만, 동구의 등이야 말로, 어루만져 주고 싶은 등이었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 동구는 말했다. 마지막까지 예쁜 여자가 되지 못한 동구야, 그렇지만, 잘 살아라.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것 자체는, 정말 작지만 행복한 일이 틀림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