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벼르고 별렀던 <카포티>를 보았다. 중간중간 자막이 안나오고 따로놀고 pdp 업그레이드해준다고 서비스 와서 중간에 끄고 하는통에 5장의 cd 를 버려가면서 보고나니 한시였지만
그래도 정말 이 영화를 안봤다면, 혹은 중간에 포기해버리고 나중에 보지..했다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영화는 둔중하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제의 살인범 페리 스미스를 소설로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불행했던 유년시절을 돌이키게 되고, 그와 자신이 한집에서 자라다가, 마치 그는 뒷문으로 나오고, 자신은 앞문으로 나온 것 같다는 고백을 할 만큼, 그와 가까워지고 심적으로 깊은 애정을 느끼지만
자신의 성공과, 4년간의 피땀을 쏟아온 역작의 발간을 위해서 그가 죽기를 간절히 바래야만 하는. 그의 사형을 손꼽아 기다릴수밖에 없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나와,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내가 빚어내는 아이러니,
쿠당탕거리며 불화하는 두 명의 나 사이에서 성공과 명예와 인정을 좇아갔지만 결국은 파멸하고 말았던 불행한 한 천재의 모습을 영화에서 보았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어요, 라고 사형을 앞둔 페리 스미스에게 눈물지었지만, 그렇다. 오랜 친구 넬의 지적처럼 "그것은 당신이 원했던 것" 이었다. 카포티는 그를 사랑했지만 결국 자신의 작품의 성공을 위해서, 결말을 어서 내고 4년간의 세월을 부와 명예로 보상받기 위해서 그의 죽음을 고대하고 갈망했다. 그의 사형을 매일 기도했을 것이다.
마지막 자막에서 카포티는 그의 어떤 미발간 작품의 에필로그에 그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응답받지 않은 기도보다도, 응답된 기도로 인하여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알코올중독 합병증으로 죽어가기 전까지 카포티는 몇번이고 되뇌었을 것이다. 응답받은 기도에 대한 쓰라린 후회를. 자기와는 달리 뒷문으로 나갈수밖에 없었던 한집에서 자란 소년을. 떠밀어 버린 것에 대한 오랜 참담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