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 Boy를 예전에 보았을 때는 "인간은 누구나 섬이 아니다" 운운하면서 거기 나온 명언을 이용해서(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거 본 조비가 한 말 아니지? 근데 왜 영화에서는 자꾸 본 조비가 한 말이래;;) 어쩌구 하면서 그럴듯하게 싸이에 리뷰를 썼던 것 같은데, 두번째 보고 나니 정말 뭐 그런거 다 필요없고 나에게 강력하게 메아리쳐 오는 울림은 "정상적인 엄마가 되어야 해!!!!" 이다.

솔직히 윌이 특별히 나쁜 점을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마커스가 윌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엄마를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였든 어쨌든) 윌네 집 초인종을 리듬에 맞춰 누르면서 무단침입을 강행할 때 결국 포기하고 마커스를 집안에 들여보내 준 윌을 보면서 나는 "저놈이 원래는 진짜 착한 놈이구나.." 생각할 정도였다. 나같으면 끝끝내 씹었을 텐데. 그런 무례한 행동이 어디 있단 말이야? 그리고 마커스네 엄마(이분도 참 계속 박복한 캐릭터의 연속인게 캐안습;;; 뚱보로 위장결혼하는 "뮤리엘의 웨딩" 부터 식스센스에서 애때문에 가슴이 쪼그라드는 가난한 엄마, 그리고 자살시도로 아들을 캐난감하게 만드는 이 영화에서 거의 박복의 화룡정점을 찍어주신다) 는 더더욱 이해가 안된다. 자살시도한 건 그렇다고 쳐, 자초지종도 듣지않고 식사하는 데 와서 우리아들 델고 뭐했냐고 난리치다가 윌이 따박따박 반박하고 나도 니들 안왓으면 좋겠어!! 하자 "아니 그럼 이 애를 그냥 냅두겠단 말야? 그건 아니잖아!!" 라면서 식스센스를 뛰어넘는 태도의 급 반전을 몸소 보여주시고,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뭐 때문에 괴로워하는지도 모르면서 영양가 풍부한 돌빵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아이를 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 시종일관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분을 위한 것인가 싶을 만큼 앞뒤가 안맞는 비합리적인 태도로 엔딩 크레딧까지를 맞이하시는 그분. 나는 그분을 보며 정말 정상적인 엄마가 되어야겟다고 다짐했다.

엄마의 자살시도 이후로 마커스에게는 어떻게 하면 엄마가 더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까? 만이 모든 관심사가 된다. 매일매일 집을 들어설 때마다 엄마가 자살을 시도하고 쓰러져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 때문에 더 윌의 집에 불쑥불쑥 쳐들어간다. 아빠도 없고 엄마와 둘뿐인, 전학간 학교에서는 머리와 옷차림, 신발로 왕따당하고 사탕이 머리에 박히는 위기를 종종 경험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다. 그런 엄마가 자살을 시도하고, 문을 따고 들어가면 미친듯이 울고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세계의 불안이다. 결국 마커스는 "네가 노래하면 내 마음속에 평화와 행복의 빛이 새어들어온단다" 라는 엄마의 말에 사회적 자살(social suicide) 을 각오하고 학교의 콘서트에 참여해 엄마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엄마가 자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이가 사회적으로 자살을 각오하게 만드는 엄마는 무서운 엄마다. 무지한 엄마는 무정한 엄마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엄마인지도 모른다. 아이가 신발을 도둑맞고 맨발로 빗길을 걸어와 울며 집에 들어왓을 때 그가 당한 일의 사태를 파악하기보다는 그 신발을 그가 너에게 왜 사줬냐!! 만 득달같이 다그친다. 학교 학생들 앞에서 마커스가 노래부르는 걸 윌이 말리러 가려고 하자 애가 노래부르는게 얼마나 좋은데 그러냐면서 사태를 파악하지를 못한다. 다 자기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슬픔, 나의 고통, 한없이 한없이 치받아 오르는 자기 연민. 그래서 아이를 고작 위한답시고 초코 시리얼은 일요일에만 먹어야 하고 맥도날드는 채식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금지 음식이다. 분홍색만 보면 눈이 홰까닥 돌아가는 은찬이네 엄마는 찰하리 귀엽기나 하지. 그걸 갖고 애들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치게 만들진 않잖아. 나에게만 쏠려있는 관심으로 아이를 죽이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

물론 솔직해야지, 감정에는 솔직하고 억지로 강한척해도 애들은 결코 속지 않는 법이지만, 그래도 자기를 콘트롤하지 못하는 엄마가 되진 말아야 한다. 감정의 급반전으로 애가 대체 엄마의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를 모르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일관성없이 감정이 미친년 널뛰듯하는 엄마가 되지 않아야 한다. 뭐랄까, About a Boy 를 보면서 남편은 이게 정말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라면서 극찬을 거듭했지만(워킹타이틀이 만든 영화 목록을 다 찾아보면서 어떤 영화를 볼지 고르고 있음;;; 씨네마서비스에서 제작한 영화가 백편중 백편 다 좋던가요???) 나에게는 정말 울림있는, 제일 현실적인, 그리고 제일 공포스러운 호소력을 가진 메세지는 하나 뿐이었다.

정상적인 엄마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런 모자라고 부족한 엄마였어도 마커스에게는 하나뿐인 엄마였겠지만, 그 하나뿐인 엄마로서 더 마커스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그녀는 노력했어야 한다.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해도 일관성을 지키는 훈련. 내가 사람돼야 애도 사람된다. 내가 안정되고 일관성이 있어야 애도 안정되고 일관성이 있는 아이로 자란다. 아직 애도 없는데 영화로 거의 태교했다-_- 물론 깨달음과 실행 사이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마커스네 엄마는 나의 마음에 타산지석이라는 네글자를 "굵은헤드라인체" 로 떡하니 새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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