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몇 달 전이다.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는데 '한국산문선'이 따라왔다. 샘플용이라 책에서 좋은 산문 몇 개를 엮어 보낸 것이다. 첫 산문은 이규보의 '우렛소리'다. 



우레가 칠 때는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뇌동한다는 말이 있다. ...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일이 있다. 나는 예전에 춘추좌씨전을 읽다가 화보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눈길을 떼지 못한 일을 잘못이라 여겼다. 그러다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렇지만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달아나더라도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이것이 남몰래 미식쩍게 여기던 일이다.


이것이 과연 우레가 치면 놀랄 일일까? 순수한 이규보의 마음이 읽혀져 심히 부끄럽다. 나는 서시의 다짐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듯하다. 


하여튼 아내는 나의 손을 잡고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고르라 한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한국산문선'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첫번째 책인 지종묵, 장유승 편역의 '이규보의 우렛소리'가 들어간 1권을 골랐다. 물론 이규보를 기억해서가 아니다. 난 곧바로 조선시대 산문을 읽고 싶었지만 아내는 시리즈는 1권부터 읽어야 한다며 골라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렛소리가 있다. 다음에 갈 때는 2권으로 살까보자. 


가을은 이렇게 깊어간다. 난 아내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니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다.





























































출가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도를 실천하기가 어려우며, 도를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때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66


출가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도를 실천하기가 어려우며, 도를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때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66

사물에 집착이 있으면 해가 되지 않을 사물이 없고,
사물에 집착이 없으면 어떤 사물이든 덕을 이룬다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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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 - 인간의 사고 영역에서 벌어지는 영적 싸움의 역사
존 프레임 지음, 조계광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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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개혁주의의 전통을 잇는 한 권의 걸작이 탄생했다. 존 프레임의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큰 획을 그은 철학과 신학을 역사적 개혁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들려준다. 열린 개혁주의는 동일한 개혁주의를 표방하지만, 개혁의 정신만을 중요시하는 열린 개혁주의와는 차별된다. 역사적 개혁주의는 칼빈과 베자, 투레탄, 핫지와 벌코프를 이어 반틸로 이어지는 역사적 개혁주의 전통과 보수적 관점을 지향한다. 존 프레임은 변증 학자인 코넬리우스 반 틸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았으며, 철저히 칼빈의 성경해석관을 따른다. 우리는 이 책을 읽어 나갈 때 반드시 반 틸의 전제주의를 염두에 두고 읽어 나가야 한다.



저자는 마지막 13장에서 최근의 기독교 철학을 다루면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신학자들을 언급한다. 아브라함 카이퍼, 헤르만 도이베르트, 고든 클라크, 코넬리우스 반틸을 살펴보면서 반 틸의 전제를 옹호한다. 전제는 인간의 지식은 하나님의 계시에 종속되어야 한다’(754)는 것이다. 저자는 플랜팅가의 외재론적 인식론보다 반틸의 전제주의를 더욱 좋아한다고 밝힌다.


부록까지 합하면 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놓기 힘든 책이다. 반틸의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지나친 보수주의자가 아닐까 했지만 서술 방식은 흥미롭고 진지했다. 불필요하게 비판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한 조언과 비평이 어우러진 책이다. 기독교 역사와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신학생이나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성경적 관점에서 철학을 비평적으로 바라보고, 전통적 계시관으로 세계를 조망하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조언자가 되어줄 것이다. 다양한 철학과 사조가 망라되어 있어서 더 깊은 연구와 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이드 역할도 충분히 되어 주리라 믿는다. 필자는 10장부터 이어지는 현대신학과 신학자들을 보수적 관점에서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이제야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이 아쉽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오래 전에 나왔어야할 책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바른 성경관에 입각한 철학과 성경의 세계를 체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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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12-05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단한 듯이 말하는데, 결국 그냥 믿어라 이거 아니야. 그딴걸 옹호하면서 철학이 어쩌니 하지 맙시다.

ㅇㅇ 2018-12-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철학 하는 사람이 보면 진짜 우스워보이니까.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 - 인간의 사고 영역에서 벌어지는 영적 싸움의 역사
존 프레임 지음, 조계광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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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책이다. 적당하게 보수적이면서 신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통섭적 안목이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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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의 사사기 연구를 위한 참고도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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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발상, 그리고 서정적인 스토리가 심금을 울립니다. 아름다운 책 대박 나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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