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 출판사에서 친일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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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책 읽는 습관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골고루 읽지만 어떤 이들은 한 부분만을 편독한다. 영양실조는 편식을 통해 일어 나기도 한다. 많이 먹지만 골고루 먹지 못함으로 결국 과잉공급과 결핍이 동시에 일어난다. 책도 다양하게 읽어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십여 년의 독서 습관을 찾아보면, 대체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 형태의 책을 주로 읽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편독은 정신적으로 나태함과 게으름을 조장하였고, 성찰과 반성이 없는 정신적 도퇴 현상을 일으켰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독서의 한계에 직면했다. 더이상 읽고 싶은 마음도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러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정신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멀리서만 보았던 친일파의 행적들인 권력 속에 똬리를 틀고 국가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 자빠질 일이다. 나와 상관없고, 나는 그런 것들과 상종하지 않으면 될일이라 치부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왜일까? 곧 내가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생각까지 들었다. 나라 꼴이 뭐란 말인가.
더 파고 들어가야 했다. 아내를 꼬득여 헌책방을 찾았다. 근래에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이거나 많이 여과된 책들이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일파 관련 서적이나, 역사관련 서적들은 출판이 되지 않는 상태다. 불가피하게 80년대 출판된 책이나 90년대 초 중반까지 출판된 책을 찾아야 했다. 그 다시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이러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찾은 몇 권의 책이다. 동녂 출판사의 책이었다.
<교과서와 친일문학>은 교과서에 실린 친일문학자들의 명단과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좋아하고 즐겨 읽고 암송했던 글과 시가 친일파 작가들이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 주요한, 이광수, 김동환, 김상용, 김소운, 노천명, 모윤숙, 서정주, 김동인, 정비석, 장덕조, 최남선, 백철, 조연현, 이효석, 최정희, 유치진까지다. 그들은 어떻게 친일문학을 했을까? 궁금해 진다. 내가 좋아했던 노천명의 <부인근로대>를 펼쳐 읽었다.
부인근로대 작업장으로
군복을 지으러 나온 여인들
머리엔 흰 수건 아미 숙이고
바쁘게 나르는 흰 손길은 나비인가
총알에 맞아 뚫어진 자리
손으로 만지며 기우려 하니
탄환을 맞던 광경 머리에 떠올라
뜨거운 눈물이 피잉 도네
한 땀 두 땀 무운을 빌며
바늘을 옮기는 양 든든도 하다
일본의 명예를 걸고 나간 이여
훌륭히 싸워 주 공을 세워주
나라를 생각하는 누나와 어머니의 아름다운 정성은 오늘도 산만한 군복 위에 꽃으로 피었데
[매일신보] 1942년 3월 4일자에 실린 글이다. 일제 말기 중국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조선의 젊은이들을 잡아가고, 정신대로 끌고 갈 시기다. 사람들을 동원하여 군수물품을 만들게 했다. 노천명은 조선의 여인들을 독려하여 일본을 위하여 일하게 했다. 노천명은 <님의 부르심을 받고서>에서는 남자들에게 전쟁에 가서 나라를 위해 싸우라고 독려 한다.
남아면 군복에 총을 메고 / 나라 위해 전장에 나감이 소원이리니 / 이 영광의 날 / 나도 사나이였드면 나도 사나이 였드면 / 귀한 부르심 입는 것을-
환장할 일이다. 이런 사람이 해방 후 교과서에 실린 글의 주인공이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은 절판되어 헌책방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책이다.
진보적 성향의 책들이 있는지를 살피니 역시 아직도 출간되고 있다. <분노의 숫자>, <진보의 미래>,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등이 보인다. 바우만의 두 책은 사회 구조에 대한 명징한 이해를 주는 책들이다. 꼭 읽어야 한다.
조선 독립혁명가 김산을 다룬 <아리랑>도 보인다. 참 귀한 책인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안타깝다. 나부터 사서 읽어야 겠다.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이 책은 집에 있다. 샌델 폭풍이 불어 올 때 구입한 책이다. 김용민의 <맨 얼굴의 예수>도 보인다.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동녘스러운 책을 몇 권 더 찾았다. <섹슈얼리티 강의, 두번째> <처음 읽는 윤리학> <다문화 사회의 이해> 등이다. 시간이 흘러서인지 동녘에서도 다양한 책을 내고 있다. 특히 철학서적이 주를 우리고, 수학 관련 책도 보인다. 무엇보다 존 그레이의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시리즈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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