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32회 

여행, 특별하게 떠나라!


 

여행도 테마가 있어야 한다. 패키지 관광도 나름 관광이라 할 수 있겠지만 너무 가볍다. 견문을 넓히려는 지식 축적의 한계를 뛰어넘어 존재와 종교적 깨달음을 얻고, 생존을 위한 여행도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방식의 여행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방법의 다양성은 결국 욕구의 다양성이 아니던가. 이젠 식상한 여행을 넘어 뭔가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식 여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여행

 

<커피비경>은 우리나라 최고의 커피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구입해야 할 것이다. 주말이나 여름휴가, 뻔한 관광지 돌지 말고 커피여행은 어떤지.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는 여행과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수다거리로 딱이다. 커피를 통해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과 이야기는 커피를 좋아한다면 알아야할 지식의 백과사전이다. <카페도쿄> 역시 커피비경과 다르지 않다. 커피가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도쿄 여행이다. <커피 견문록> 역시 그런 책이다. 비슷하지만 장소와 맛이 다르니 함께 읽으면 좋겠다.

















드립 커피를 즐기면서 일반 커피숍에는 가는 일이 줄었다. 손님을 접대하거나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종종 거리의 커피숍을 찾는다. 커피숍을 정하는 기준은 있다. 첫째는 맛, 둘째는 안락한 공간, 셋째는 풍경이다. 가장 선호하는 커피숍은 카페베네이고, 그 다음은 투썸, 세번째는 스탁벅스다. 나머지  잘 가지 않는다. 근데 앞서가는 저 청년.. 좀더 기다렸다 찍어야 하는데. 사진은 타이임인데. 그렇네.





치유 여행

 

자연치유가 정답인 듯하다. <나는 병 고치러 산에 간다>는 여행을 떠나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다. 산이 주는 놀라운 치유력을 경험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로 준다. 이미 잘 알려진 <꾸뻬씨의 인생여행>과 다른 여행 시리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고, 삶의 통찰력을 얻는 여행이야기다.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는 삶을 경이로 바꾼 쿠르트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부럽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았던 그가 대장암 말기 환자가 되었다.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인공 변기를 옆에 달고 홀로 걸어 유렵을 여행한다. 찹찹해지는 풍경이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치유 여행이라 붙이기에 뭐하지만 소설가의 새로운 도전이란 의미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마음 치유 여행으로 넣고 싶다.

 


















먹자여행

 

찾아보니 의외로 많다. 다 사고 싶고 떠나고 싶은 여행이다. 음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굳이 식도락이 아니더라도 체험과 낭만을 위한 것이면 좋다. 국내와 국외를 나눌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저 마음먹고 훌쩍 며칠 떠나도 되고, 집 근처로 차를 돌려 시간을 내보는 것도 좋다. 단 먹으러 갈 때는 혼자 가지 않기.

 

































도시여행

 

내가 좋아하는 여행 중의 하나는 도시 여행이다. 국내이든 국외이든 도시는 언제나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통영에는 가보았다. 여수에도, 순천에도, 전주에도, 부산도 좋다. 강릉은 잠깐 들렀을 뿐이다. 하루 종일 일상의 여백을 메꾸는 소박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

 

일러스트 여행이 참 좋다. 43명의 예술가들이 즐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유럽을 보고 싶다면 프라하를 가라고 했다. 서구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도시 프라하 이야기를 추천한다. <소도시 여행의 로망><소도시 감성여행>은 국내 소도시를 담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가도 깊이 있는 여행을 한 경험이 극히 적다. 올 여름은 이 두 권의 도움을 받을 참이다.

 

































도시여행의 별미는 높은 첨마루가 아니다. 좁은 골목길도 아니다. 사람들이다. 특히 그들이 다니는 길이 볼거리다. 어떤 날 나는 하루 종일 거리 구석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사람 구경이 재미있다. 옷차림, 말 차림, 행동차림이 각각 다르다. 사람 구경은 하루 종일 해도 지루하지 않다.



도시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건축이다. 작년 말에 열화당에서 출간된 <도시의 표정>은 서울의 공공 건축물을 읽어 준다.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1.2>도 읽을 만하다. 이렇게 보니 건축에 관련된 많은 책들이 출간 되어 있다. 생소한 부분이면서도 도시 여행을 즐겁게 보내려는 이들에게는 큰 위안이 아닐까. 도시 여행은 알면 알수록 즐거워지는 법이다.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은 직접 북펀드에 참여해서 그런지 정이가는 책이다. 공간을 정의하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이 맘에 든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올려 본다여수는 진한 기억의 장소이다시골깡촌에서 살던 나는 앞집에 살던 분이 여수로 이사 간다는 소식에 마냥 부러워했다읍내를 가도 한 시간 이상 비포장도로를 먼지 뒤집어쓰고 달려야 했다그런데 거대한 도시 여수라니그것도 항구 도시가 아니던가. 10년이 흐른 후 나는 여수를 찾았다그 분 댁에 찾아갔지만 실망하고 말았다반가운 기색이 없었던 것이다나중에야 알았지만 도시는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그들도 살아남기 위해 모진 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다시 십년이 흘러 친구들과 관광 삼아 여수를 찾았다그제야 여수의 풍경이 들어왔고 낭만도시임을 알았다그랬다마음의 여유가 풍경을 보게 한다고노랫말처럼 여수는 낮에도 좋지만 역시 밤 풍경이 최고다오동도를 앞에 두고 곡선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다도해의 진경이다.

 

여행도 이제 바꿔야할 때가 되었다수십 명씩 짐짝 같은 관광버스에 패키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닌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편리함을 찾아 호텔에 숙식하는 관광이 아니라 나를 비우고 새롭게 정비하는 초라한 여행을 해야 한다때론 잠시 머물고 그곳 사람들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일도 거들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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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100에 집입하다


방금 발견했다. 마이페이퍼가 오늘로 692편이다. 지금 쓰고 있는 것까지 한다면 693편이 될 것이다. 692편을 생겨난 문구 TOP100이다. 100은 빨간색이다. 기분 좋다. 얼마전 다른 분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TOP100이 표시되어 있어 부러웠다. 난 언제 저기까지 가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오늘에야 된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썼다. 가볍지 않게 쓰려고 많은 노력했고, 나름 충실한 글쓰기를 시도했다. 한편 한편 써가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무의하게 보이는 시간에 투자했다. 결국 TOP100의 영광을 안았다. 



계속 쓰고 싶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올려 본다. 앞으로 쭈욱 써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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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4-1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탑텐까지 신나게 달리셔요~^^ 축하합니다~~~!!

낭만인생 2014-04-11 15: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함께 좋은 책 소개하며 달려 나가요!
 

알베르토 망구엘의 밤의 도서관


내가 좋아하는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에 이의 밤의 도서관이 50% 세일 중이다. 앗싸 가오리!





다음 책은 아마도 <책 읽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기다려라.


















드디어 주문 완료. 삶이란 바로 이런 낙으로 사는 거야. 미도리카와 세이지의 <맑은 날엔 도서관 가자>와 슈테판 볼만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를 중고로 함께 구입했다. 캬.. 좋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사라 수트어트의 <도서관>도 구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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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Jony Ive

 

서평단 모집 (2014.04.09~13)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조니는 내 영혼의 파트너다." - 스티브잡스

 

• 1999년 《MIT테크놀로지리뷰》 선정 35세 이하 혁신가 100인
• 2004년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인
• 2009년 패스트컴퍼니 선정 가장 창의적인 사람 1위
• 2012년 영국 왕실 기사 작위(KBE)
• 2013년 《타임》 선정 100인



 

▶ 천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삶의 다룬 유일한 책!

 29세의 나이로 거대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팀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으며 30대 에 이미 전 세계를 뒤흔든 히트 제품을 연달아 내놓은 사람.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오스카 상이라 불리는 D&AD 상 최다 수상을 비롯해 IDEA 금상, 레드닷 디자인 상 등 만드는 제품마다 디자인 상을 휩쓸었고 45세에는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은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 아이맥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위대한 제품을 탄생시킨,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모든 이가 동경하는 혁신가. 바로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 조너선 아이브다.
  그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다룬 책 『조너선 아이브: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리앤더 카니는 아이브 본인을 비롯한 애플의 전현직 임원 및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밀스러운 조직 애플의 장막 뒤에 가려져 있던 애플의 최고 혁신가 조너선 아이브의 초상을 상세하게 그려 냈다. 21세기 혁신의 키워드, 우리가 일하고 여가를 즐기며 사회관계를 맺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의한 조너선 아이브와 애플의 철학이 지금 펼쳐진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부터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사람’에서 시작했지요.” 아이브의 말이다.
“아이맥에 관한 토론의 중심은 칩의 속도나 시장 점유율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좀 감상적인 질문들을 던졌지요. ‘우리는 사람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가?’ ‘이 제품은 사람들 마음의 어떤 부분에 가닿을 것인가?’ 같은 질문 말입니다.” 훗날 아이브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브는 맥 NC의 ‘디자인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버지 마이크에게 배웠듯,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고안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첫 단계는 바로 디자인 스토리를 구상하는 일이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하는 일은 더 이상 물건을 디자인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합니다.”
— 5장, 아이맥 디자인

스트링어는 최종적으로 장식이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가자는 결정이 거의 고민 없이 금세 내려졌다고 기억한다. “우리가 디자인한 것 중에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전화기 전면부에는 애플 로고도, 제품명도 넣지 않았다. “우리는 아이팟에서 얻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놀랄 만큼 멋지고 독창적이면 굳이 전면에 로고나 제품명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걸 말이에요. 제품 스스로가 자신을 말하니까요. 그런 제품은 문화 아이콘이 됩니다.”
— 10장, 아이폰 디자인

잡스에게 그랬듯 아이브에게도 ‘위대한 제품’을 창출하는 것이 회사의 대차 대조표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2012년 7월, 영국 대사관에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정상 회담에서 아이브는 청중을 놀라게 했다. “애플의 목표는 단연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소 시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위대한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고 우리가 가슴 뛰는 흥분을 맛보는 순간은 바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입니다.”
— 13장


▶ 『조너선 아이브』 (민음사) 차례

 

저자의 말


1 학창 시절
2 영국식 디자인 교육
3 런던 생활
4 애플 입사 초기 시절
5 돌아온 잡스와 만나다
6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다
7 철의 장막 뒤의 디자인 스튜디오
8 아이팟 디자인
9 제조와 재료, 그리고 여타 문제들
10 아이폰
11 아이패드
12 유니보디 시대를 열다
13 애플의 MVP

 

▶ 『조너선 아이브』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하나,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알라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와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은 2014년 04월 09일(수)~2014년 04월 13일(일) (13일간) 입니다.

셋, 총 추첨 인원은 10명입니다. 

, 발표일은 2014년 04월 14일 (월) 오후에 공개됩니다. 

다섯, 서평기간은 2014.04.15(화)~04.27(일) 13일간입니다. 

 

여섯, 책을 수령하신 후 최소 책 표지 이미지 1개 이상이 들어가야 합니다.

        

마지막, 당첨자 분들은 2주간 서평을 작성 한 후『조너선 아이브』서평 발표 페이지에 개인블로그/알라딘 블로그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해당 기간 안에 작성하지 않을 시에 다음 서평 모집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민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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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29회

종이책 읽기를 권함

 

'책을 읽는다.'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글자를 읽는다가 맞다. 그런데도 여전히 책을 읽는다고 표현한다. 문법이 맞지 않으면 지적하고, 오타가 나면 고치라고 말하는데 책을 읽는다는 표현을 고치란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왜 그럴까


얼마 전 이민희의 <책쾌 송신용>을 읽기 시작했다. 구한말에 태어난 일제 강점기를 지내며 육이오까지 경험한 한국 근대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책쾌' 그러니까 책장사였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가정판매원인 셈이다. 요즘처럼 서점이 존재하지 않았고,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송신용은 책장사를 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뿌리를 보존하려했다. 그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더해진다. 저자의 딱딱한 문장과 논증방식의 글쓰기 예리함을 더해 준다. 오늘은 책 내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


<김영주의 <책쾌>를 같이 담은 이유는 송신용이 구한말의 책쾌였다면, <책쾌>의 주인공인 조신선은 조선의 혼란한 시기였던 18세기에 책쾌로서 기이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은 나의 책이요.'라고 장담할 정도로, 자신을 거치지 않고 책을 사기는 힘들었다. 잘 알려진 정약용 등이 모두 조신선에게서 책을 구입했다.>

 

겨우 175쪽이다. 그러니 평전도 아니고 간략한 인물 연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완독에 대한 부담이 없다. 언제든지 시간 내면 끝까지 읽을 수 있겠다 싶은 분량이다. 이정도 분량이면 한달에 50권도 무난하지 않을까. 사람의 심리란 묘하다. 100쪽 열권이나, 1000쪽 한 권이 똑같은데도 100쪽 열권은 쉬워 보이는데, 천 쪽 한권은 무섭기까지 한다. 독서습관을 갖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런 책을 추천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온다. 두껍지 않아 부담도 적어 핸드백에 넣어도 되고, 손에 들고 다녀도 무리가 없다. 휴대성의 편리함은 가독력을 높여 준다. 심리적으로 안정되며, 틈나는 대로 읽을 수 있다. 생각해보라. 1000쪽짜리 두께의 책을 어디에 들고 다니겠는가. 고대로부터 독서광은 집에서 읽는 책, 외출할 때 읽는 책이 달랐다. 나 역시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가방에 짐을 더 늘릴 필요는 없지 않는가.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분량의 책이 딱이다.


내가 좋아하는 알베르토 망구엘도 이렇게 말한다.

 

침실에서 읽거나 독서대에서 읽기 위해, 아니면 기차 여행 때 읽거나 선물을 주기 위해 책을 고를 적에 나의 손길은 책의 내용 못지않게 모양새도 고려한다. 기념할 행사에 따라서, 아니면 책을 읽을 장소에 따라서 나는 작고 읽기 편한 책을 더 좋아할 때가 있고, 두툼하고 내용이 알찬 책을 더 좋아할 때가 있다.”(<독서의 역사> 중에서)


출판사들은 책의 크기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모르지만 독자로서 크기는 매주 중요하다. 읽는냐 마느냐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크기도 적지 않게 좌우한다. 특히 나같이 이동이 잦은 사람들은 내용의 무게감과 휴대성의 극대화가 공존하는 책이라면 대 환영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책의 디자인이다. 전면도 좋고, 왼쪽 하단에 살짝 넣은 출판사 이름도 멋지다. 굳이 한자로 된 책이 주인공의 삶을 잘 반영해 준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고루 배여있다.



눈길을 끌었던 건 다름 아닌 오른쪽 하단부분이다. 궁글게 깎여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곡선의 미학을 살려준 배려가 고맙다. 근데 살짝…….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배려한 것이 아니라 어떤 독자가 책을 사서 칼로 다듬지는 않았을까?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이 있다. 연필깎이용 칼을 사서 칼의 날카로움을 시험코자 책의 한 모퉁이를 깎아 둥글게 만들었던 것이다. 보기에도 좋았다. 왠지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작당을 벌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다른 책을 살펴보지 않아 확인할 길은 없다. 그렇다고 책을 다시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의심의 눈초리를 부정하기라도 하듯 책은 전반적으로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중간 부분 곳곳에 <깊이읽기>코너를 만들어 놓았다. 주인공의 삶만을 다루지 않고,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쾌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알려주니 송신용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역사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역사공부에도 적지 않는 도움이 된다.

 

 내부 디자인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외부에 황토색의 넓은 테두리는 안정감을 주고 축적된 시간의 향기와 아늑한 느낌을 함께 선물한다. 누군가는 황토색에 안정감을 갖는 이유를 사람이 흙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서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송신용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그가 다루었던 책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 또한 독자들에게 큰 도임이 된다. 오래된 사진과 책 풍경들이 그 시대 속으로 침전하도록 끌어간다. 병인양요가 거꾸로 적힌 것을 보니 시간의 궤적을 찾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한문학에 능했던 송신용이었지만 우리글에도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 붇고 자료를 찾고 보존하려 했다. 송신용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근대문학서적의 상당부분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수고가 후대에 풍성함을 전해 주었다니 이 또한 기쁘지 않는가.



책은 눈으로 입으로 읽는다. 그러나 그것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함께 읽는다. 손으로 만지고, 코로 책 냄새를 맡는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도 제법이다. 오감을 통해 전해 책을 읽는다. 이북eBook에서는 도무지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얼마 전 이북을 구입해 몇 권을 읽었다. 극대화된 휴대성과 저렴한 가격이 크게 다가왔지만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메모도 힘들고, 무게감도 없고, 디지털방식의 글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결국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왔다. 김무성이 <종이책 읽기를 권함>에서 밝히듯, 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 맛이다.


송신용이 만지고 보았던 책을 지금 만지면 어떤 것일까? 케케한 냄새에 털이 일어난 종이, 까끌까끌한 촉감이 느껴질 것이다.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종이책이 완전히 보존되기를 불가능하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책도 늙어 간다. 그러나 그곳의 정신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래서 난 아직도 종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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