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고요해질 통증인 것을, 지난밤에는, 또 수없이 반복되었던 그 밤들에는 이런 순간을 믿지 못했었다. 마치 밤이 깊을 때마다 새벽을 믿지 못하듯이, 겨울이 올 때마다 봄을 의심하듯이 나는 어리석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곤 했던 것이다. - P25

내 거짓말 같은 젊음이, 스스로 기쁨을 저버렸던 저 모든 나날이 아득하게 천장 위로 멀어지고 있었다. - P58

아프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그들과 웃고 떠드는 것은 더욱 우울한 일이었다. 차라리 옥상에 혼자 서서 자신의 지난날을, 뚜렷한 대상 없는 억울한 마음들을 반추하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 마음을 잠시 풀어놓았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면 탁하고 안온한 공기가 정환의 숨을 틀어막았다. 그때마다 정환은 이곳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이곳이야말로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는 집이며 가족이며 세계이다라고 입맛이 쓴 다짐을 하곤 했다. - P250

인간의 조상들은 약한 근육과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낮 동안 뿔뿔이 흩어져 수렵과 채취를 하다가 해 질 무렵이면 무리의 본거지인 동굴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잦은 이동은 맹수들이 잠든 야간에 이루어졌으므로, 밤에 돌아왔다가는 무리에서 낙오되기 십상이고 낙오는 비참한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식량을 찾아 강으로 숲으로 헤매던 인간의 조상들은 불타는 황혼을 신호로 하던 일들을 모두 팽개치고 자신들의 동굴을 향해 필사적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본능이 지금까지 후예들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것을 이른바 황혼병(黃昏病), 혹은 귀소본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 P2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자. 도덕경. 무위자연. 상선약수.




"<도덕경>에는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 있지.
모든 생물들을 살게 하고, 장애물을 만나도 다루지 않고 돌아서 가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낮은 자리로 겸손하게 기꺼이 가는 게 바로 물이야.
너도 물처럼 행동하면 누구나 너를 좋아하게 될 거란다."

- P44

"무위자연‘이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말이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가치나 존재의 법칙은 조건에 따라 변할수 있으니, 변하지 않는 진리, 즉 자연을 따르라는 말이지."

"내 말이 좀 어렵지?"

"뭐, 들을만해요."

"오, 그럼 이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니 누군가 정해 놓은 목표를 좇아 살지 말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 살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 본연의 모습을 찾아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면 좋겠다는 거지. 아까 같은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무위자연은 외웠지만 수학과 영어 숙제 하느라 뜻은 못 외웠다고 말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 즉 무위자연이지." - P55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지. 발돋움을 해서 발끝으로 서는 삶은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급하게 걷는 사람은 멀리 가지 못한다고, 자신의 지혜나 덕망을 억지로 남에게 나타내려 하면 오히려 그 빛을 보지 못하는결과를 얻게 되지. 그냥 있는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것도 내모습이니 그대로 보여 주는 게 좋단다." - P56

"너, 세 가지 보물이 뭔줄 아니? 첫째, 사랑, 둘째, 김소함, 셋째, 사람들 앞에 감히 나서지 않는 것이야. 인생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게 많단다. 돈을 벌고 모으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안 되지." - P59

"지수, 화났남?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는법이야,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성인은 겉이 초라해 보여도 내면에 보석을 품고 있지.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세속적인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진심을 다하는 게 좋단다. 이번엔 지수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 들어 보고 다시 조사할 필요가있을 것 같으면 말해 주었을 테니." - P62

"허허, 알았다. 우선 내가 꼭 말해 주고 싶은 것은다섯 가지로 구분된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거다.
이 세상에는 무한대의 색깔이 존재하지. 그런데 그중에 다섯 개만골라 쓴다면 세상을 보는 눈도 거기에 갇히고 말지." - P66

"저번에 말했잖니? 사람은 말이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어릴 땐 친구들과 실컷 뛰놀아야 한단다. 놀면서 배우는 게 어마어마하게많거든. 지식과 상식 말고도 지혜를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힘조절을 배우고, 소통하는 법도 배우지.
소통은 춘추 전국 시대 때부터 무척 중요한 문제였단다."

"저는 그런 거 안 해도 소통 잘해요. 걱정 말아요.
잔소리쟁이 할아버지."

"나 예전부터 그런 말 많이 들었다.
이왕 잔소리쟁이라는 소리를 들은 김에 하나 더 말하마."

"어휴, 수학 문제 풀어야 하는데. 그럼 빨리 해요."

"높은 덕은 꾸며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거란다.
자기 자신의 내면, 지금 여기가 진짜 현실이지. 그러므로 네 자신에게집중해서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하는 게 중요해.
그런 의미에서 한창 뛰놀며 실패도 해 보고 그걸 극복도 해 봐야할 때라는 거지. 먼 미래를 이상적인 곳으로 설정해 놓고,
공부만 하느라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지금 이곳에 집중해야 해" - P72

"지수야, 무위자연의 도를 터득한 사람은 무리하게 자신의 욕망을 가득채우려 하지 않는단다. 무리하게 채우려 하지 않으므로 항상 의욕이넘쳐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이룰 수 있는 거지."

노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진정으로 도를 잘 닦은 사람은 미묘한 이치에도 모든 일에 통달해그 사람됨의 깊이를 알 수가 없는 법이야. 흐린 물에서도 그것에 얽매이거나물들지 않고, 서서히 물을 맑아지게 한단다. 무위를 잘 실천하는 사람은함부로 속단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고." - P75

‘노자 할아버지가 말했던 있고 없음은 모두 상대적이라는 ‘유무상생‘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잎이 뚫린 것은 뚫린 대로 막힌 것은막힌 대로 자연은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니까.‘ - P102

"노자 할아버지는 세상의 색깔이 다섯 가지보다 더 많다는 걸 알려주셨어. 다섯 가지 색깔에 갇혀 살지 말라고 말이야."

"지비아할가 바라는 건 우리가 앞으로 더 많은 깔색을 찾는 거지."

영무가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또 있어, 할아버지 말이 <도덕경>에는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의 지경에 이르는구나.‘라는 말이 있대.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틀을 하나씩 덜어내어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을 강조한 거지." - P110

"노자 할아버지가 그랬어. ‘도라고 말할 수 있는 도는 변하지 않는도가 아니고, 부를 수 있는 이름은 항상 변하지 않는 이름이 아니다.‘라고 도는 변화하기 때문에 스스로 세상의 변화에 맞는 판단과 결정을유연하게 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기도 해야 한다는 말이야. 각자 이런 태도로 살아야 행복한 세상이 된다는 거지."

"맞아, 맞아, 지금 행복이 나에게 몰려와 내 마음을 막 두드리는 것 같아."

"도는 떳떳해서 무위로서 못할 것이 없다. 도는 본래 아무것도 하는것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도 없이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이룬다. 저절로 변화하고 생성해 발전하는 것을 자연에게 맡기고, 사람이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세상은 고요하고 맑아지면서 저절로 안정된다고 했어. 그럴 때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고, 도와 하나가 되는 거라고 말이야." - P125

"기발한 건 노자 할아버지야. 할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들었어. ‘큰나라를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 생선이 잘 익을 때까지그냥 두지 않고 자꾸 뒤집으면 살이 부스러지므로 적당할 때 뒤집어야하는 것처럼 최소한의 간섭만 해야 한다.‘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해 본 것뿐이야." - P137

‘할아버지, 이제 알겠어요. 주인공으로 사는 게 어떤 기분인지요. 할아버지가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현명하다고 했잖아요. 자신을 바라볼때,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할 거란 말, 맞는 것 같아요. 나 자신과 만물을 이해하게 될 때 진짜 만족이 무엇인지, 영원한 생명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란 말, 꼭 기억할게요. 할아버지 감사해요!‘ - P1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벽에 잠이 깨 읽으려고 4분의 1쯤 읽다만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뭔가 예전에 기록하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는데..‘ 싶어 지나간 페이지들을 다시 훑었다. 정확히 90쪽을 읽을 차례였다.

찾아서 적고 보니 인선에 대해 묘사된 부분이었다.

나는 이런 인선이 멋있구나. 이런 사람이고 싶구나. 내 위치에서 인선이라면 어떤 태도로, 어떤 결정들을 하고 있을까. 이미 중년인 나는, 아직 내가 되고 싶은 인간상, 롤모델을 찾고 있구나. 롤모델로 삶고 싶은 인선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다음장을 읽으려한다.

그런데 이 불안함은 뭐지? 역설적이게도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좌절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 P33

특별한 미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총기 있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성격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어떤 말도 허투루 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혼돈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베어 있었다.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펀자이씨 작가님의 이야기들은
작가님에게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너무 신박하다.

이런 긍정과 유연함을
나는 갖지 못했다.

감탄하며 읽는 펀자이씨툰과
펀자이씨툰의 모든 스토리들.



"엄마가 매일 글을 쓰면서도 건강한 자세를 유지하는 비결이 뭔지 아니?"
"뭔데?"
"집중하려고 하면 애들이 밥 달라고 부르고, 아빠가 도와달라고 부르니까 나와서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잖니. 그렇게 자세를 계속 바꾸다 보면 스트레칭이 되는 거지."
"하하하, 말도 안 돼!"
엄마는 자신에게 불리해 보이는 생활 속 조건들을 유리한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맞닿아 존재하는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면, 겉모습만 보고 누군가를 과도하게 동경하거나 질투할 일도, 무시할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무게로만 보면 1킬로 늘었지만, 체성분이 바뀌고 결과적으로는 목과 허리의 통증까지 개선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몸무게만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

3개월 후, 변화는 곧바로 나타났다. 체중은 500g이 늘었지만전신의 근육을 반영하는 제지방 체중이 1kg 늘었다. 지방은 500g빠지고 근육이 늘어난 것이다. 6개월 후에는 지난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 혈색소‘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고, 처음 진료실을 찾았을 때보다 체중은 1kg, 제지방 체중은 2kg 가까이 늘었다. 하루 세끼는 유지하되 세부적인 구성을 조정해서 몸이 대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되찾을 수 있었다. 효과는 여기서멈추지 않았다. 자세를 유지하는 근육이 차오르면서 목과 허리의통증이 개선되었고, 만성적이던 변비도 해결되었다. - P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