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privilege 이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을 말한다.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견‘인 이유가 있다. 일상적으로 누리는 이런 특권은 대개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조건이라서 많은 경우 눈치채지못하기 때문이다. 특권은 말하자면 ‘가진 자의 여유‘로서, 가지고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이다. p.28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할수 있다.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를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을 할 수 없는 동성 커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한국에서 사는 것을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사는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외국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발견의 기회는자주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자신의 특권을 눈치채지 못하곤 한다. p.29
평등하기만 하면 모두의 삶이 쉬워질까? 대답에 매몰되지 말고이 질문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권리와 기회를 요구할때 그 결과로 기대하는 것은 편한 삶이 아니다. 우리는 시설에 갇혀서 남이 주는 대로 먹고 자고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으며 생애를보내는 인생을 인간답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삶은 동물에게도 가혹하다.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요구하는 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하면서 나름의 삶을 헤쳐나가겠다는 의미다. p.34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질서 속에서 바라보면 버스의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의 결함이고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다. 그러니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돈을 더 많이 내는 것이 공정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는 애초에 비장애인에게 유리한 속도와 효율성을 기준으로삼는 것이 기울어진 공정성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p.37
리프먼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각인된 그림을 가지고 경험하지 않은 세상을 그린다고 생각했다. 바깥세상을 직접경험할 수 있는 폭은 좁다. 그런데 스테레오타입은 효율적으로 무언가 안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문제는 이렇게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부 특징을 과잉 일반화한 결과, 즉 편견prejudice 이다.
p.45
‘우리‘와 ‘그들‘ 이라는 감각의 차이는 두 집단을 가르는 경계에서 생긴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 즉 ‘그들‘을 쉽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속한 내부 집단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더 인간적이라고 느낀다. 반면외부 집단은 훨씬 단조롭고 균질하며 덜 인간적으로 보인다. 내부집단과 외부 집단의 차이를 과장하여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집단을 가르는 마음의 경계를 따라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만들어진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도 이 마음의경계에 따라 달라진다.
p.51
어빙 고프먼 Erving Goffinan 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인 낙인 tigma 이 내면화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사회가 부여한 낙인을 자신 안에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개인적인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굳이 타인들이 노골적으로 차별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차별적인 구조가 유지된다. 차별을 받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부족하고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저항을 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는 것만으로 수행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p.66
고약한 악순환의 고리이다. 부정적 고정관념을 자극하면, 부정적 고정관념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고, 부담 때문에 수행능력이 낮아져서, 결국 고정관념대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이런 압박 상황을 고정관념 압박 stereotype threat 이라고 한다. 반면 부정적고정관념이 없는 집단의 수행능력은 상대적으로 향상된다. 부정적고정관념이 없는 상태에서는 자기의심과 불안이 적기 때문에 지적능력에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적 고정관념이 없으므로의심보다는 존중받는다고 느끼며, 실패해서 지위가 강등되거나 거부당할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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