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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새벽에 잠이 깨 읽으려고 4분의 1쯤 읽다만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뭔가 예전에 기록하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는데..‘ 싶어 지나간 페이지들을 다시 훑었다. 정확히 90쪽을 읽을 차례였다.
찾아서 적고 보니 인선에 대해 묘사된 부분이었다.
나는 이런 인선이 멋있구나. 이런 사람이고 싶구나. 내 위치에서 인선이라면 어떤 태도로, 어떤 결정들을 하고 있을까. 이미 중년인 나는, 아직 내가 되고 싶은 인간상, 롤모델을 찾고 있구나. 롤모델로 삶고 싶은 인선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다음장을 읽으려한다.
그런데 이 불안함은 뭐지? 역설적이게도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좌절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 P33
특별한 미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총기 있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성격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어떤 말도 허투루 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혼돈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베어 있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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