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을 주문하면서 이전 주문 날짜를 보고 깜짝 놀라버렸다. 헉, 3월 30일.
오늘이 6월 12일이니 무려 두 달 반이 지났다. 아무리 책을 안 사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문을 하는 편이었는데, 책만 널름널름 사 놓고 안 읽더라도 내내 사고 싶은 책이 차고 넘쳐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아- 지난 두 달 반동안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살았는가.
우선 안 좋은 일과 좋은 일이 번갈아 가며 일어나는 통에 경기도와 전라도를 계속 순방했고, 이사 비스무리한 걸 하고 난 후 적응 기간이 약간은 필요했었고, 나부랭이잡일도 시작해서 정신이 좀 나가있기도 했고. 뭐 생각해보니 평소 게으른 본성에 비추어서는 나름대로 약간은 바빴다고 쳐줘도 될 것 같다. 게다가 몸이나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동안 퍼마시고 깨고 또 퍼마신 술의 양은 얼마이며, 퍼먹고 깨어나는 데 소비한 시간은 또 얼마인가. 어쨌거나 이제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책과 친해지려 마음을 먹고 주문을 하기는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여름이 왈칵 와서는 내 앞에 몸을 부려 놓고 있다. (젠장)여름만 되면 나는 정말 괴롭다. 왜냐하면 나는 더우면 원래 바보에서 더 바보가 되는 것도 모자라 아예 괴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쨍한 여름 길에서 하얀 얼굴로 긴 머리를 휘날리고 가는 사람을 보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아니 저 사람은 땀도 안나나, 왜 저렇게 보송하냐? 아니 머리털이 목을 휘감고는 어깨 위에 와락 얹혀 있네. 우- 정말 안 덥나? 입으로는 연신 궁시렁대면서도 그 사람이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질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는 나는, 막상 머리모양이나 옷이 그 사람보다 훨씬 간편함에도 불구, 혼자서 얼굴은 불타오르듯 시뻘겋고, 온 몸은 땀이 줄줄 흐르다 못해 파리끈끈이 마냥 끈적대고, 옷은 후줄근한 물수건처럼 축축축하고...... 아마도 더워서 곧 죽기 2초 전의 인간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난 바로 더위먹은 괴물딱지가 되어버린다.
몸이나 머리나 모두 작동정지인데 오직 차갑거나 시원한 것만을 갈구하는 센서에만 미친 듯이 빨간 불이 들어와 깜박여대는 상태, 정말 싫다. 뇌가 흐물흐물해져서 비틀어짜면 육수가 찍 나올 것 같은 끔찍한 상태, 정말 너무 싫다. 진짜 여름이 싫다. 엊그제 읽은 소설 속 한 구절처럼, 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언제까지 여름 내 수모를 당하는 기분으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오전에 어느 분이 쓴 글을 보고, 알라딘 서재에 대해 생각하느라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아직 이 공간을 어떤 의미로도 충실히 규정짓지 못한 상태에서 여전히 갈팡질팡 하는 나지만, 그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참 마음이 아팠다. 그런 일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는, 과연 앞으로 얼마만큼의 진실을 스스로 대면할 수 있을런지...... 생각을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