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이라고 하면, 일정한 환경이나 구속에서 빠져나감, 이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일종의 벗어남,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해석아래 예문에 그럴 듯하게도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다'고 나와있는 것처럼 대부분 안좋은 것에서 몸을 빼내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그런데 백수라는 일반적으로 안좋은 상황과 탈출이라는 단어가 과감히 만났음에도 불구,

사전에 예문까지 들먹이며 탈출!이라고 생기있게 외치고 싶은 기분이 그닥 들지 않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오늘부터 저임금 저노동의 일을 대충 하게 되었다. 이로써 3개월 혹은 6개월의 구분짓기 애매한 나의 백수시절은 일단 종지부를 찍는다. 그 시간동안 나는 그냥 있 었 다. 하지만 이젠 아름답고도 편안한, 내 천성과 가장 부합하며 내 피와 가장 잘 섞이는 만판널럴만고땡의 시절은 바야흐로 끝나고 돈을 남의 주머니에서 내 주머니로 옮기는 수월찮은 짓을 시작하려고 한다.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년과 내 후년 그리고 그 다음해. 향후 삼년의 계획을 새로 정립하면서 난 아주 돈이 많이 드는 복잡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몸의 나이는 이제 중반을 향해 치달아 가는데 정신의 나이는 왜 아직도 자꾸만 가정환경조사서 장래희망 란의 빈칸을 또박또박 채우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의 그것으로만 내닫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그냥 있.고.싶다.

하지만 앞으로 오래 그러기 위해서 오늘의 이 탈출을 계속 감행하리라 다짐해본다.

 

보태기> 나에게 내 삶의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케해준 사람이 있으니, 우습지만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알라딘 서재의 어느 분이다.  나중에라도, 이 고마움을 꼭 표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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