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 좋아하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春光乍洩.

처음 저 제목을 접했을 때 한문에 무지 약한 나는 뒤의 두 글자를 읽지 못했는데 그 의미를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왠지 마음이 싸해졌었다.

잠깐 사, 샐 설...... 구름 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 이라니.

영어 제목인 happy together와는 또 다른 황망한 느낌.

제목처럼 영화는 아름다웠고 또 서글펐다.

하지만 잠깐 비추고 사라지는 봄햇살처럼 사랑도 그렇게 잠깐이라서 슬퍼하기 보다는 오히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얼굴을 내미는 그 잠시의 순간이 얼마나 반갑고 얼마나 따뜻한지를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이 매일 봄날 일 수 없듯이 매일 먹구름도 아닐지니, 나는 조금은 긍정적으로 구름 낀 나날들 속에서 잠시 만나는 봄햇살 같은 시간조각들을 이곳에다 남겨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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