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법률적인 틈새도 찾아내고, 여러 정책적 과제를 연구해야 된다는 말씀이군요. 1인 시위도 참여연대에서 먼저 고안해내고, 실시하지 않았습니까? 유종훈 회계사가 삼성 불법 상속과 관련해서 국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게 최초였는데요. 박: 맞습니다. 1인 시위는 참여연대가 개발한 거예요. 당시 국세청이 삼성의 편법 상속 부분을 과세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 의사를 표시해야 했어요. 그런데 집시법을 자세히 보면 '집회 및 시위라 함은 두 명 이상이 모여서 하는 것'을 말해요. 그러니까 1인이 시위하면 문제될 것이 없는 거죠. 매일 국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 결국 6개월 만에 국세청이 항복을 했어요. 만 명이 모인 것보다 더 효과가 컸죠. 운동은 이렇게 재미있고 신선해야 합니다.-242-243쪽
"나한테는 늘 이상해 보였어. 우리가 존경하는 미덕들, 즉 친절이나 관용, 개방성, 정직성, 이해와 공감 같은 것들은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에 따르는 것들이야. 우리가 혐오하는 특징들, 날카로움, 탐욕, 집착, 비열, 자기중심, 이기주의가 성공의 특징들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앞의 자질을 존중하면서도 뒤의 결과물을 사랑한단 말이야."-193쪽
글쓰기에서 이것을 간단히 규칙화하면 이렇다. 멈출 준비가 되면 멈추어야 한다. 모든 사실을 알리고 지적하고 싶은 점을 다 언급했으면 가장 가까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16쪽
나는 언제나 내 '문체', 즉 내가 생각하는 나를 종이 위에 조심스레 펼쳐놓은 것이 내가 팔 수 있는 자산이며 다른 작가들과 나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소유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나는 누가 내 문체에 어설프게 손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으며, 원고를 보내고 나면 그것을 완강히 막았다. 몇몇 잡지의 편집자들은 내가 원고료를 받고 나서도 자기 글이 어떻게 되는지 신경을 쓰는 거의 유일한 작가라는 이야기를 했다. 작가들은 대부분 편집자를 언짢게 하기 싫어서 언쟁을 하려 들지 않는다. 글을 내주는 것이 너무 고마운 나머지 자기 문체가, 다시 말해 자기 개성이 공적으로 훼손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다.-276-277쪽
자살은 모순된 것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유일한, 넓고 자유로운 세계를 향한 길이다. 이 사실을 눈앞에 보여주는 한 가지 논거는 자살은 부조리한 것이긴 하나 허튼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살의 부조리성이 삶의 부조리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살을 정당화해도 좋은 최소한의 이유는 자살이 우리가 고뇌하는 삶의 허위, 또 그 허위 때문에 고뇌를 견뎌낼 수 있는 삶의 허위를 거두어 들인다는 것이다. - 프리모 레비,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