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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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의 판형 이후에는 수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시에 한자나 영어 등 외래어가 한글어 표기없이 그대로 적혀 있어(한두 꼭지인가는 한글어가 같이 쓰여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나에게는 시를 읽기가 수월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를 먼저 읽더라도 군데군데 단어들을 알아볼 수 없어, 시 뒤에 신경림시인이 써놓은 설명을 보고 내용을 끼워맞추는 형편이다.

시를 처음 읽는 맛을 중시하는 편이라, 시의 흐름이 모르는 한자 때문에 막히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옥편을 찾아본다고 해도 시 중에 한자만 확대되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시를 처음 읽는 설레임을 그대로 살리기는 힘들었다. 물론 책 자체의 내용은 더할나위 없이 좋고 소개한 시인들도 모두 좋았지만, 한자에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목마른 행인에게 나무 잎을 띄워주는 심정으로 좀 천천히 읽혔으면 하는 바램에서 일부러 한글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긴 했다. -

몇년전인가 이 책에도 등장하는(동명이인이 아니라면) 이문구님이 쓰신 글밭을 일구는 사람들과 함께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글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우리 나라 소설가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면에서 이 책과 짝을 이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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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케교수의 독일어 레슨
KAZUYASU LIJIMA / 학일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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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학원교재풍 구성 - 시도때도 없는 번개 표시 안의 '꼭 외우세요!'나, 안경쓴 만화 캐릭터가 '여기서는 이러저러한 것이 키 포인트입니다'하고 말풍선을 달고 있다던지, 중간중간 손으로 그린 것 같은 밑줄 - 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나 스스로가 그런 형식의 책은 산만해서 싫어하는 편이라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독일어 독학이었지만 다른 책을 사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원문 아래에 한글로 발음이 적혀있는 것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좋아하기는 힘들 거 같다.

다만 테잎은 강의 형식은 아니고, 단문형식으로 각 장의 제목이나 중요한 핵심만 한글로 얘기하고 나머지는 독일어로 되어있어 강사가 나와서 직접 강의하는 형식의 테잎을 싫어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중언부언 되는 것 같지만 한마디 더 보탠다면 형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리뷰만 보지말고 직접 서점에 가서 한페이지라도 펼쳐보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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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와 여론
노암 촘스키 & 데이비드 바사미언 지음, 이성복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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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촘스키의 이름을 신문이나 방송매체 이전에 전공 수업을 통해 먼저 들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내가 아는 촘스키는 오토마타 이론을 공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뛰어난 언어학자였다. 그래서, 911과 이라크전을 거치며 거론되는 몇몇 미국의 양심들 중 단연 으뜸을 차지하는 촘스키의 이름은 조금은 생소하고 낯설었다.

이 책은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촘스키 관련 책이다. 앞서 읽은 책에 비해 이 책에서 촘스키는 조금 덜 해왕성 사람같고 조금 더 복잡해졌다. 코소보 사태나 동티모르에 대해 무지한 내가 읽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벅차기도 하다. 그런 일이 있을 때 바깥 세상 일에 대한 나의 눈과 귀가 열려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몇몇 깨어있는 사람이 전문적으로 맡아서 해야한다는 착각 속에 살 때가 있다. 보통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본업에만 충실하기에도 살기 힘든데 언제 그 많은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시간을 쏟을 수 있겠냐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 산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촘스키는 너무나 왕성하게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본업인 언어학과 교수로서의 역할도 누구보다 충실하게 행하면서.

책에서 촘스키가 말하는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그가 살아가는 방식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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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
웬델 베리 지음, 정승진 옮김 / 양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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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은 어렵다. 어려운 단어를 골라쓰거나, 표현력이 좋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주장의 당위성이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할 지 알기'가 어렵다. 소도시에 사는 내가 읽기에 이 책은 너무 원론적이고 거시적이다. 그는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로 인해 소비되는 전력이나 에너지의 '양'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운용하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당장 그처럼 농촌에서 '소규모'로 농사를 지으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운영하는 역시 '소규모' 산업의 생산물을 이용하지 않는 한 그의 주장을 실천할 도리가 없다.

극단적으로 분업화된 산업사회에서 나의 생활은 그의 그것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나는 싫든 좋든 이미, 그가 해체하기를 요구하는 그 시스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조언하기는 커녕, 내가 서 있는 자리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철저히 외부인이다. 그래서 그가 '내가 속한 사회'에 던지는 말이 전부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절실하게 공감하기는 힘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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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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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운동을 하는, 혹은 운동을 했던 사람의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그 사람의 남다름, 불굴의 의지, 고난은 나 같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상상하기 조차 힘들어서 '그 사람'의 이야기는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 이야기가 되버리곤 한다. 물론 그것이 그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다.

사실은 하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지나온 날을 돌이켜 보았을 때 가시밭길과 거기 흘린 피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 길을 함께 걷던 사람들과 노래를 떠올릴 수도 있다. 유난히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름과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혼자서 고독과 싸우는 옥중일기나 옥중서간집을 한권 읽는다면 이 책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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