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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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거 분명히 낚시질이다. 사람들을 월드비전의 후원자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낚시질.

그러나 나는 그게 낚시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끼를 덮썩 물고 말았다. 예전에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의 '섬'나라에 살고 있는 까닭에 우리가 세상을 너무도 모른다고 말했던 그녀는 이제 5년차의 중고참이 되면서 후원회원 확보하는 재능까지 몇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알면서도 물었던 것은 그녀의 낚시질에 안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엄청난 에너지를 그냥 구경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부'가 '동정'이 아니라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녀만큼 명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었던가? 쩝, 아니다. 같은 기구에서 홍보대사로 일하는 김혜자씨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도 만만치 않은 중견 배우의 입심을 보여주긴 했다.

낚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복한 이 마음, 부디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 퍼지길 바라며, 또 이 책을 사거나 읽은 사람들이 지진이후 추위로 고생하는 파키스탄 사람들을 주목해달라고 외치고 있는 MBC의 느낌표에도 같은 수준의 관심을 가지길 기대한다.

이 책 값과 동일한 수준의 돈은 800원짜리 링겔 하나가 없어서 죽고, 천원도 안되는 항생제가 없어서 눈이 먼다는 파키스탄의 수많은 아이들도 살릴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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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국부론
우석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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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요리'와 관련된 TV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쪽으로 그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는 것은 일러 무삼한 이야기일겁니다. 하지만 그 '맛'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는 쪽은 사실... 드물죠.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정도에서나 우리가 먹는 것이 '독'인가 아니면 '식량'인가를 이야기하는 정도일 겁니다.

책도 비슷한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수백권씩 쏟아져 나오는 식당과 관련된 책자들 중에서 '사람이 먹어서 좋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 보다는 '맛있는 식당'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가지죠. 본문에서도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만, 쇠고기의 경우 워낙 고영양인 까닭에 예전에는 '축제의 음식'이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고영양을 대량 섭취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스테이크를 서민의 식탁에 올리기 위해 스코트랜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쫓아가는 필자의 시각은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유기 농산물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먹이자는 내용의 '학교 급식 조례'를 민주노동당의 열혈 시의원들이 통과시켰음에도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학부모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소중한 텃밭을 갈아버리려고 하는 과정을 언급하는 부분으로 가면, 역시 환경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이라는 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책의 편집도 출퇴근 하면서 읽기에 딱 알맞은 형태로 되어 있으니...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고 한다면, 한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저자가 환경단체에 있으면서도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한 어조로 우리가 어떤 바보 짓거리들을 '성장'이라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저지르고 있는가를 보여주니 부담도 적을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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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배부른 식당
김형민 지음 / 키와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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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수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필자인 김형민과 편집자인 한정수는 내가 90년대 초반에 하이텔의 '바른 통신을 위한 모임'이라는 곳에서 만난 친구다. 당시에 만난 사람들과 아직도 같이 학교 다녔던 선후배 못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하나의 복으로 알고 있을 만큼 재능있는 내 친구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책에 나온 글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공개되었던 내용들이다. 산하가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몹과 엠파스의 블로그, 그리고 하종강 소장님(역시 하이텔의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분임)의 사이트에도 게시판 하나 내놓고 있는 까닭에 난 몇번은 본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책으로서의 값어치를 하는 것은 저자의 친구이기도 한 한정수 편집장의 힘이다. 산하의 전작인 <썸데이 서울>이 책속에 묻히는 디자인의 형태를 취하는 바람에 '사서기질'이 다분한 사람이 아니고선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에 반해... 이 책은 이야기거리가 있는 식당과 입담 좋은 저자의 글이 어떤 형태로 책이 되어야 하는가를 정말 제대로 보여준다.

주철환씨가 책의 뒷장에서 소개하고 있듯, "'죽을 맛'이라고 한숨 쉬는 친구에게 '살 맛'나는 세상의 온기를 되찾게 도와주는 선물"을 생각한다면... 필히 고려해보시길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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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역사 1 : 작전편 - 20세기를 배후 조종한 세기의 첩보전들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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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역사서들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때까지 당시 유럽의 최강대국들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패전의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독일에게 여러부분에서 끌려 다녔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나찌가 어떤 넘들인지 대충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눈감았던 측면들이 강하죠.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런 '공식적'인 외교와는 달리 독일이 어떻게 될 것이다를 두고 첩보기관과 방첩기관들은 대단히 조직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니그마의 완전한 해독, 독일 과학기술의 수준을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을 포섭했던 것,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한 기만작전으로서의 더블 크로스 작전, 최대의 우방국 대사라는 놈이 나찌에 동조하자 그를 제거하는 작전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외교'와는 별도로 비공식적인 '외교정책'을 펼 수 있는 그 기초가 첩보전에 있었음은 물론이고, 여기서의 압승이 연합국의 승리로 2차대전이 종료되는데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우리입니다.

설날 연휴기간에 갑자기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고 선언하는 외무성 성명을 내버리는 바람에 조금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는 있습니다만... 6자 회담 자체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밀집된 지역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지역안보동맹이 출현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파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시점이죠.

이런 상황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MI5와 MI6(SIS)에 버금가는 활약을 우리의 국정원이 해주고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 이거 지나치게 자국중심적인걸까요? 아니면 당연한 바램일까요? 정작 간첩잡는데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국가보안법의 존폐(현행 국가보안법에서 '간첩죄'는 '적국'의 '스파이'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적국은 있으나 우방이 없는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죠)와 관련된 이야기가 쓸데없는 감정싸움만 만발하다가 끝나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선 좀 암담하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이 책은 그 자리 근처에 있는 분들이 제발 좀 읽어줬으면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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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의 전설을 넘어 - 당비생각 03
마르코스 외 지음, 박정훈 엮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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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 대해 비판적인 것과는 별개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브라질의 룰라에 대해선 일종에 동경에 가까운 목소리가 있었다. 필자나 나나, 적어도 중남미의 정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하는 입장에서 볼땐 어처구니없는 말씀들이었다. 하긴 도대체 한국의 정치세력이라는 곳들이 세계의 문제에 대해 진중한 고민을 언제 했었으랴.

또... 정치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적어도 2차원 이상의 좌표를 가지는 입체적인 것이라는 것에 사람들이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 작년이었던가, 재작년이었던가 분명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진보누리에 등장했던 영국 친구들의 이념적 좌표찾기라는 것을 꽤 많은 사람들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념적 좌표라는 것에 대한 테스트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동일한 문제나 사건'에 대해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당위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같은 번역자에 의해 소개되었던 사파티스타 지도자 마르코스에 대한 세간을 평가를 다시 되돌아보면,  좌파라고 하더라도 대단히 단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동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코스의 신화깨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던 책임에도 '세계관의 혼란'이 생긴다니. 사실 사람에 대한 지나친 기대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는 주범이라는 일상에서의 경험칙들과도 비슷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선거 슬로건중에 하나는 브라질의 룰라가 썼었던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라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노무현 지지자들이 그 정책과정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호소했었을때 싸늘한 반박이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본다면... 정작 똑같이 왼쪽 깜빡이 켜고도 우회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룰라나 차베스의 상황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물론, 그에 따른 평가와 반성 그리고 녹녹치 않은 신자유주의라는 장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차베스와 룰라를 보면서 노무현이 생각났던 것도 그 때문이고... 노무현 이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정말 진심으로 일독을 권하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는 이들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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