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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
김형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그게 아마 10여년 전이었을 거다. 당대비평 문부식 주간의 빛나는 글을 읽다가 숨이 막혔던 문장을 읽었던게.


칠레전투 3부작을 본 대학생들이 "나의 조국이 자랑스럽다"라고 했다던 부분. 참고로 칠레전투 3부작은 아옌데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그 이후에 드러섰던 것은 피노체트의 철권 군부 독재 정권. 고문하기 귀찮으니까 사람들 엮어다가 비행기에서 투하했다던 그 정권이다.


그 정권을 겪고 민주화된 세상에 태어났던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 그 처참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했던 일성이 "나는 내 조국이 자랑스럽다"였던 것.


항상 관군은 도망가고, 의병이 나라를 지켰던 이 나라가 꾸역꾸역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말 안 듣는 놈들은 다 죽여버리겠어~!"라고 압박하는 이들에게 "그게 아니잖느냐"고 목숨 걸고 말을 했던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위험한 일을 기꺼이 했던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이렇게 눈물 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식민지로 현대사에 끌려나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같이 쟁취할 수 있었던 나라는 손가락으로 꼽는다.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가카시대.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했다.


신발끈 동여매고, 더 자랑스러운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365가지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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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
이계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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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 대통령 가카의 당선이 거의 예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던 2007년 가을, 열린우리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 사람, 최종 소비자를 상대로 장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코딱지만한 회사들만 주로 다닌 입장에서, 또 대부분이 일종의 B2B업체에 있었던 입장에서 대충 감은 잡히더군요. 별루 개념 없는 슈퍼갑의 이해관계만 맞춰주면 납품되는 물건의 상태는 물론이고 그 물건을 납품하는 과정에 있어서 발생되는 이해관계조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일방적인지요... 

사실 현대 자본주의에서의 CEO는 최종의사결정권자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자체의 브랜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한 명의 제대로된 사장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흘려져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껍니다.  

어떻게보면 CEO대통령이라는 구호 자체가 허상임을 가장 명확하게 뚫어봤던 분이 문제의 정치인이셨는데... 이 분이 바로 이계안 전 의원이죠.  

이 책은 어떻게 보자면 진정한 CEO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만... 서울시장 예비후보군에 낑기는 필자의 정치적 포지션만 보이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부분이 좀 약합니다. 뭐랄까... 프로젝트 PT에서 총 소요자원과 예상매출만 있지, 정작 어떻게 이 난감한 현실을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선형적인 그림이 잘 잡히지는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그래도 20대 CEO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알맹이 없는 책들보단 훨씬 읽을 거리가 많고, 어떠한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선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예 대놓고 친구와 친척들에게 국가 자산을 불하하는 현 정부의 황당하기 그지없는 행각이 경영자의 자질과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는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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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Jamie Oliver라는 영국 요리사가 있습니다.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어 주방용품까지 팔아먹고 있는 넘이죠(75년생임다. 저보다 어림다. ^^;;). 자기 이름이 브랜드니 돈, 상상을 초월한 만큼 벌고 있으며 모델 출신의 마눌까지 얻어서 살고 있습니다. 남자들 입장에서 부럽기 그지 없는 놈이죠. 뭐  하지만 별로 제가 관심가져야 할 인물은 아닙니다. 제가 영국까지 날아가 이 유명한 주방장의 요리를 직접 맛볼 가능성이라는게... 그게 그렇게 큰게 아니니까 말이죠. 거기다 전 빼빼과의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2005년에 병원서 제 의지와는 무관한 프로그램들을 보고 나서부터 쬐끔 달라졌습니다.

OCN이야 요즘 케이블에 거의 필수적인 체널로 들어가고 있심다만 이른바 여성전용 체널을 표방하고 있는 On Style을 저 같은 마초과가 볼 일이 없었죠. 하지만 아줌니들이 체널권을 가지고 있는 병원에서 말 잘못 꺼냈다간 조뙈는거잖아요. 조용히 입다물고 봤죠. 그래도 제가 볼만한 것들도 쬐끔 있긴 하더라구요. <Gilmore Girls>와 <Cold Case>등은 꽤 재미있게 봤으니까요.

그런데... 이 즈음에 이 유명한 요리사가 <Jamie's School Kitchen>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걸 On Style이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요리사의 입장에서 도저히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을 아이들이 먹고 있는 걸 보고 학교 급식 자체를 얼마 안되는 추가 예산만으로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덤벼드는 거이... 그 방송의 내용이었거든요. 당시 영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아이들이 급식으로 먹고 있던 건 '조리'가 아니라 '조립'되는 음식들이었습니다. 대규모 급식회사가 와서 조립될 넘들을 풀어놓고 가면 '급식'을 담당한 아줌마들이 이걸 애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죠.
 



요 프로그램입니당...

제이미는 이걸 지역의 유기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식단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야 하며, 추가 예산이 얼마 안든다는 걸 '몸으로 보여줍니다'. 여러운 거요...? 한 두가지가 아니죠. 일단 '조립'을 하던 아줌마들에게 '조리'를 가르치니 거의 대부분이 배째라 모드로 돌입하게 됩니다. 학교 급식이라는게 양으로 놓고보자면 최소 대대급 병력을 먹이는 거잖아요? 울나라 군대에서 그 정도의 사람들에게 밥 먹이려면 장비가 달라집니다. 예로 주걱이 '삽'이 되죠. 노동강도가 한 순간에 몇 곱절로 높아지니까 '나 그 돈 받고 그 일 못해'라는 분들이 속출합니다. 제이미, 당삼하게 이 사람들 설득한다고 조빠지게 뛰어다닙니다.

거기에 낮은 가격으로 좋은 식재료를 공급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찾아야 함은 물론이고... 적절한 수준의 영양을 제공하면서도 예산이 너무 많이 넘어가지 않도록 계산기도 열심히 돌려야 했죠.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정작 급식을 시작했을때 만나게 되는 상황에 비하면 암것도 아니었습니다. 뭔 일이 벌어졌냐구요?
 
애새들이 좋은거라고 주는데 안 처먹고 맛 없다고 갖다버리는 사태가 발생되었거든요. 그것도 몇 주가 넘도록 말이졉.

아예 밖에 나가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사 먹는 넘들까지 나오게 되니까... 이 친구,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치킨 너겟의 제조법을 공개해버린 겁니다. 제조법이 어떻게 되냐구요? '닭껍질 + 닭찌꺼기'를 믹서에서 갈고 여기다 합성 지방을 넣고 보기 좋은 사이즈로 쪼게서 기름에 튀기는거거든요.

속에서 뭐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당근 치킨 너겟 좋아하던 그 넘들의 분위기 싸~해졌죠. ^^;;;

제이미는 이 프로그램을 근거로 당시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로부터 학교 급식을 제이미가 제안한 방식으로 바꾸는데 추가로 필요한 2억8천만 파운드의 예산을 따내는 건 물론이거니와... 다음해인 2006년 9월부터 영국의 학교 급식에서 감자튀김, 탄산음료와 같은 넘들도 학교에서 몽땅 다 쫓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이거, 한국에선 불가능할까요? 2억8천만 파운드면 한국돈으로 4천9백억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엄청난가요? 뭐 그래봐야 국산 순항미사일 50발 정도에 불과합니다. 국가 예산비중으로 놓고보자면 0.2%가 안되구요. 사실 영국의 살인적인 물가를 감안하면 제이미가 했던 수준의 학교 급식 혁명을 이끌어내는데 필요한 돈은 거의 1/10 수준으로도 가능할 겁니다.

근데... 이 생각, 작년 여름에 경실련 주최의 CSR포럼에 가서 사진 찍다가 민주노총에서 나온 아저씨 말씀 들으면서 몇 년만에 제 뇌속의 RAM에 로딩되었던 겁니다. 민주노총에서 사회연대활동의 하나로 꼽았던게 '우리 농산물'을 기업의 구내 식당에서 사용하려고 한다는 이야길 꺼냈거든요... 이게 뭐 문제냐구요? 몇 년전에... 고지식하긴 하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선 조또 관심없는 판사님 한 분이 '학교급식조례'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던 적이 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건... '우리 농산물'을 쓴다는 부분이 WTO 위반이라는 것이었단 말이졉...

사실 이거, '기후변화협약 등을 고려해 저에너지 소비 식재료를 우선으로 사용한다' 등으로 해야 하는건데... '고려연방제'를 '코리아연방제'로 바꾸는 상상력을 가지고 남한을 바꾸겠다는 NL들의 사고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 담에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졉...

이런 양반들을 설득하려면 참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다뤄야 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정리하는게 깝깝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정리'를 깔끔하게 한 책이 있더군요. 

바로 <지식 e>입니당. ^^;;
 
어떤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다이제스트 판으로 정리해놓은 책이 작년 말에 북 하우스에서 나왔습니다. EBS에서 사람 쇼킹하게 만들어놓고 유유히 지나가는 5분짜리 다큐 <지식 e>를 책으로 만든 겁니다. 물론 문제는 쫌 있습니다. 이 책의 진가는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므로 책 값이 수억 들어갈 것을 각오해야 읽을 수 있는 책이거든요. ^^;;;

<West Wing> 시즌 7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에 나왔던 산토스 후보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매 5년마다 지식의 총량이 2배씩 늘어난다고. 적어도 이걸 쫓아가는데 이 만한 가이드북은 제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 물론 이 책이 코리아 연방제를 고조선 시대의 강철검쯤으로 생각하는 분들이나... CSR이야기하면 반기업정서를 들먹이는 분들을 상대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말에 혹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데는...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SERI2008>같은 건 <The Economist>에서 해마다 내놓는 세계경제전망 특별판으로 땜빵하시고... 올 한해동안 무슨 책들을 읽을까 리스트를 함 만들어보시는 것도... 이명박 정부를 살아가는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 옛날. 러시아의 대머리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잖슴까...
 
'학습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 뭘 알아야 선전이라는 걸 할거고, 뭘 선전해야 조직이라는 걸 만들어서 뭔 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거... 요거 변하지 않는 진실 중에 하나 아니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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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빠 2008-06-0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대중 과학저술물로 꼽히는 <Cosmos>에서 칼 세이건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일간지가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영어 500단어 내외의 원고로 어느 천문학자에게 요청했었는데, 이 아저씨... 그 요청을 충실하게 따라 "We don't know."를 166번 반복해서 타이핑해 보내줬었다고 하더군요. ^^;;

대체로 이과계통의 경우엔 이런 형태의 답변들이 가능합니다. 물론 가능하지 않은 영역도 있죠. 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부분들의 경우엔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과학적 사실들이 엄한 곳으로 날아가는 경우들도 종종 생깁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 바로 '온실가스'문제입니다. 엘 고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뒤로 이 이야기가 꽤 많은 매체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만, 사실관계만 엄격하게 따진다면 '공화당이나 엘 고어나 사실을 마찬가지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엘 고어의 경고가 더 유의미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죠...

이런데 이게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로 오게 될 경우엔... 세계관이 문제가 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써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조지 레이코프는 선거라는 놀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어떤 '프레임'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냐는 이야길 했었습니다. 사실 이거,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전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기 때문이죠.

아마 2005년의 뉴스위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친구들, 인도의 상수도 시설 이야기를 하면서 홀랑 깨는 이야길 꺼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뭐냐면 시장의 순기능에 맡기지 않고 정부에서 수도관리를 한 까닭에, 인도의 중산층 이상이 빈민층보다 더 싸고 안전한 물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헷갈리더군요. 사실 맞긴 합니다. 인도의 하층민들은 민물고기가 놀고 있는 물을 마시고, 그 물로 씻는데... 그나마 수 천명이 사는 마을 하나가 그 우물에 의존하거든요. 그것도 인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라고 하는 뭄바이에서 말이졉. 물 뿐인가요. 전기시설도 중산층이 사는 지역이 훨씬 더 안정적입니다. 전기 도둑질하겠다고 덤비다가 타 죽는 도시 빈민들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요.

좀 까리했던 건... 이게 단순하게 시장의 기능에 맡긴다고 해서 나아질 것인지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더라는거죠. 그러니까 어떤 정책이든 경제적인 이슈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고 해결될 수 있는게 사실 몇가지 안되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쟁을 붙이면 모두가 잘 살수 있다는 이야기, 공병호 류의 아저씨들 입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이야깁니다. 이거에 대해 '아니다'라는 이야길 꺼내면, 이 양반들... 보검 몇 가지를 빼들죠. 그 하나는 '반기업정서'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회주의적이다'라는 겁니다. 객관적 사실을 해결하기 보단 이데올로기적인 형태로 사안들을 몰고가죠. 하지만 이 양반들의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거, 경제학 101이상을 이수한 사람들, 특히 아마티야 센이나 스티글리츠의 책들을 한번이라도 펴 본 사람들은 동의하는 이야기죠.

이른바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주의가 사실은 정반대로 작용했다는 거, 이거 세계사에 대해 좀 진지하게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죠. 뭐 시청앞 광장에서 성조기 흔들고 미국 국가 부르는 분들의 믿음과는 달리, 미국 건국의 시조들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인기영합주의'라는 말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들은 '공화주의자'라고 자신들을 표현했고, 실제 200년 이상 굴러온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국가'는 그들의 이데올로기하에 돌아가고 있죠. 그랬기에 상당기간동안 '보호무역정책'을 고수해왔으며, 대외정책으로는 이게 '고립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났었죠.

제가 고등학교 댕기던 시절의 국정교과서는 3.1 운동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받았다고 기록했지만, 그 넘의 '민족자결주의'라는게 엄한 곳에 가서 힘 쓰지 않겠다는 미국의 정통적 정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은 낼름 세계사 교과서에서 빼놓았었죠.

이런 논박들을 체계적으로 준비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물론 대안이라는 것은 참 우리사회에선 찾아보기 힘든 '합의'라는 거이... 사람 갑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만... 사실 인과관계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데는 참 도움이 되는 책이죠.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바로 이 책입니다. 깨는 건... 장 교수의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분이 한국 정치 지형에선 좀 생뚱맞은 분이라는거죠. 민주노동당도 아니고 민주신당은 더더구나 아니며 한나라당 경선에서 2등 먹은 분께서 요즘 말씀하시는게... 이 책을 읽고 동감을 하신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고 있으니... 확~ 깨는 일이졉. --;;

음... 떡밥으로 꺼낼 만한 이야기가 없나 생각하다가 이 사실이 떠 오르더군요. BRIC's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도가 해외투자유치의 목표로 걸었던 것이 100억달러였습니다. 그런데 120억달러의 해외투자가 들어갔죠. 문제는 그게 딱 한 회사가 질른거라는 건데... 그 기업이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우리의 POSCO입니다. 이 사실은 국내 기업들도 우리 땅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사례로 종종 인용되고 있는데... 민주신당 대선 후보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2등을 먹은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141억 달러의 해외투자유치를 끌어냈고 일자리 창출도 전국 일등을 먹었다고 하죠.

더 재미있는 것은 두 나라의 상황입니다. POSCO가 공장을 만들겠다고 하는 지역에선 대대적인 공장설립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문들은 이걸 두고 '공산당의 지령' 어쩌구 저쩌구하는데...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역들 대부분도 해외투자유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니까 나오는 소리일겁니다. 이 사람들에게 중화학 공업단지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1980년대의 해외사건사고 일지들을 뒤져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마찬가지로... 실적 1등이 아저씨가 물을 먹은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겝니다. 탈당한 사람은 1등으로 뽑지 않는다는 원칙이 문제가 아니라는 건... 입만 열면 폭탄이 터지는 분이 지지율 1등 먹고 있는 사실과 꽤 많이 배치되는 현실이죠.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분이라고 한다면... 이 책.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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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초이 2007-10-2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매우 공감이 되는 글이네요.

Samuel 2007-11-01 10:54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
 
하느님 끌기
제임스 모로 지음, 김보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수송중이던 원유 유출사고를 일으킨 후 죽어가는 수 많은 바다 생명체들을 보면서 죄의식에 시달리던 선장 앞에 어느날 갑자기 천사가 나타납니다. 자신의 죄를 씻겠다고 성당안의 분수에서 목욕하던 그 앞에 나타난 천사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돌아가셨다고, 배를 줄테니 하느님의 시신을 북극까지 끌고 가서 매장해드리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시작부터 만만찮은 이 소설을 두고 시카고 트리뷴은 이렇게 평가를 했다더군요. "살만 루시디에게 이런 기막한 풍자실력에 있었다면 고생 없이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이 말이 뭐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신이 사람과 같은 형상(그러나 절라 큰, 3200m가 그 키니까... ^^;;)을 하고 적도 부분으로 떨어졌다는 상황으로 놓고보자면 케빈 스미스의 <도그마>에 필적하는 불경함입니다만... 그 발칙한 영화가 주던 재미에 상응하면서도 좀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돌아가셨다는 이 초유의 사태를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를 관찰하는 재미가 <도그마>가 주던 재미보다 쫌 더 낫습니다. 천사들끼리 하느님의 무덤을 어떻게 꾸밀가를 가지고 논란을 벌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짐작하실 수 있죠? ^^;;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한 페미니스트 과학자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하느님의 시신을 가라앉히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절대적 가치'역시 죽었다고 믿어버린 선원들은 선상반란을 일으켜 지들끼리 죽이고 성관계를 맺으며 별로 풍족하지도 않은 음식들을 낭비해버리죠. 하느님의 신경세포를 추출해 줄기세포로 뭐 어떻게 해보겠다고 생각했던 바티칸은(황구라 박사가 그리워지더군요. ^^) 신경세포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자 흔적을 없애버리겠다고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유조선을 끌고가 화장시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메시지는 사실 '아버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뭐 페미니스트 과학자가 표류하던 자신을 구해준 배의 임무를 훼방놓겠다고 나서는 이유도 하느님의 시신에 거대한 남근이 있는걸 봤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잘했다'는 한 마디 말씀을 들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라파엘의 협박(?)도 마찬가지구요. 부자관계에서... 아들이 항상 욕망하는 것은 아버지로부터의 인정이잖아요...?

좋은 아버지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도, 그냥 추석 명절에 재미있는 소설 한 권을 읽고싶은 분들에게도 부담없이 추천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상은 그냥 받는게 아니라는거, 확실하게 입증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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