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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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인도 사회가 지금까지 존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카스트 제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둘째, 국민의 화합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반드시 함께 어울려 먹고 마시며 계급간의 통혼이 허락되어야 하겠는가?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은 대소변을 보는 것 만큼이나 더러운 짓이 아닌가. 대소변을 볼 때 은밀한 곳을 찾듯이, 음식을 먹고 마실 때에도 은밀한 곳을 찾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셋째, 카스트 제도를 철폐하고 서구적인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인도인들이 카스트 제도의 핵심인 직종 세습의 원칙을 포기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직종 세습의 원칙은 영원한 원칙이며, 그 원칙을 바꾸는 것은 무질서를 조장할 뿐이다. 하루 아침에 브라만이 수드라가 되고 수드라가 브라만이 되는 혼돈 상태를 한 번 상상해보라."
 
1921년 인도의 한 잡지에 실렸던 글입니다. 그런데 카스트 제도를 이렇게까지 옹호한 분이 이 분이라면 믿으실랑가요?

마하트마 간디
1869.10.2~1948.1.30

지금 네팔에서 안 돌아가는 일 때문에 속터지고 있다는 다큐감독님은 이 이야길 한 적이 있었죠.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간디의 비폭력 투쟁이라는게 대열의 맨 앞에서 대신 대가리 터져 나가줄 불가촉천민 없이 가능했을거 같어?"라고 말입니다.
 
카스트제도의 철폐를 온 몸으로 막아서는 간디옹의 활약(상당히 비열한 정치적 술수까지 포함된)은 뿌네협약이 체결되는 과정에서도 좀 극악하게 드러나지요. 인간이란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하면 너무 잔혹할까요?
 
이 책, <신도 버린 사람들, Untouchables>는 나렌드라 자다브의 부모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만... 바바 사혜브-Baba Saheb(Sahib)라 불린,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도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한 분이 사실 숨겨진 주인공입니다. 제 블로그에선 가끔 썼던 것 같은데... 바로 이 양반이지요.

Bhimrao Ambedkar
1891.4.14~1956.12.6

 
암베드카르 박사, 그 스스로가 달리트 출신이었으며 종국에는 힌두교를 버리고 10만 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불교로 개종해 현대 인도 불교의 중흥자로 꼽히는 이 양반, 인도 헌법의 초안을 만든 분입니다. 다무와 소무, 나렌드라 자다브 박사의 부모인 이 둘이 바바 사혜브(힌디로 '바바'는 아버지, '사혜브'는 Sir과 같은 뜻을 가집니다. 우리로 치면 아버지인 셈이죠)라는 애칭으로 불린 암베드카르가 이끈 불가촉천민 운동으로 인해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갔는지... 달리트에게 주어진 사회적 의무를 거부하면서 스스로가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선의 계절인 2007년 여름,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에게 지지자들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정치인이, 사회적 리더가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과연... 그런 정치인은 우리가 찾을 수 없는 운명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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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2007-08-1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Samuel 2007-08-22 22:25   좋아요 0 | URL
뭐 별말씀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