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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박정희
최상천 지음 / 사람나라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오카모토 미노루 중위가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흔들어댔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경제개발(개발독재)을 통해 조국을 근대화(파시즘에 재편입)하고 그를 위해 약간의 희생(복종과 때로는 죽음, 사회전반적인 유아적 가부장체제 확립)을 강요한, 얼마 간의 사람에게는 '국부'요 (얼마간의 사람에게는 잊고싶은 독재자)였다.
업적을 과장하거나 한 일을 부정하는 것은 둘 다 옳지 않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러자면 분명 사실은 모두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다카키 마사오 - 박정희에 대해 잘 모른다. 한 마디로 엄청나게 모른다. 그는 이미 박제되어 그의 살아생전에 이룩한 권력과 부의 힘으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이 되어있다. 이런 것을 일종의 유사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서평을 한다면서 박정희에 대해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는 우리에게 참으로 어두운 면인 것이 사실이다.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 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의 독재경력은, 아무리 '필요악'이라고 악악대며 주장하더라도 이제는 정당하거나 찬양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그들이 더 잘안다. 왜? 이렇게 좋은 걸 어쩌란 말인가! 뭐가 좋냐고?
대놓고 대통령 욕한다고 누가 잡아가는 사람이 있나, 배꼽을 내놓고 다니든 입술에 귀걸이를 걸건 누가 뭐라는 사람이 있나, 노래가사에 욕을 쓰건 영화대사에 나라를 팔아먹건 걸리는게 있나...이런 것들이 그의 권력하에서는 모두 능지처참 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압살당할 정도의 공포정치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 어두운 시절을 서서히 잊어가는 중이다. 어두운 시절을 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 아닌가.
그러다보니 이렇게 어두운 시절의 주인공을 들춰내는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기피하는 것이 되었다. '경제는 살렸고 민주주의는 죽였으나 어쨌건 공과가 있어도 역사는 역사'라는 거대담론 이외의 논쟁은 사양하는 이 풍토 속에서 박정희의 긴 역사를 추적해들어가는 이 작업을 반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대단한 작업이고, 그래서 정말 칭찬해야할 작업이다.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 사실을 사실대로 고발하는 이 프로그램에 나는 지지를 보낸다. 이것은 박정희 지지자들도 방어를 위해 꼭 읽어야할 책이다. 지지자라고 자칭하면서 몰라서야 쓰겠는가?
창씨개명이야 다들 했으니까 욕하지 못한다고 해도 왜 그 좋은 이름 다카키 마사오를 오카모토 미노루로 다시 바꾸어야 했는지... 왜 나이제한에 걸려 들어가지 못할 일본군대에 '충성혈서'까지 써가며 입대해야 했는지...은근 슬쩍 공산당 형(사실은 아님)을 들먹거리면서 변명하지 말고 스스로 공산당이 되어야했던 얄팍한 선택의 진짜 이유는 뭔지...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다고, 지지하건 반대하건 뭘 알아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박정희 지지자들은 네오나치의 히틀러 연구를 좀 본받아야한다. 소박한 지도자의 모습은 '대한 뉘우스' 찍기 위해 만든 것이었으며 그의 진정한 모습은 닛뽄도를 휘드르는 용맹한 조선독립군 토벌대의 모습이라는 점을 알아야한다. 그걸 어떤 식으로 방어할 건가? 왜 그걸 이인화의 소설에 죄다 맡겨버리는가? 왜 그렇게 무책임한가!
이 책이 주는 장점은 그런 사실의 회복에 있다. 저자의 박정희 정신분석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해석의 자유야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사실 자체를 밝혀내는 작업을 누군가 이렇게 나서서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꽤 감격적이다. 바램이 있다면, 지지자들을 생각해서 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오버하는 것은 다음 저작부터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저자의 차기작이 이미 나온 상태라, 차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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