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성으로 본 한일민족의 기원
김성호 지음 / 푸른숲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이제 고희가 눈 앞에 다가온 김성호씨의 이 책을 읽은 느낌은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마치 수수께끼의 상형문자를 해독해놓은 듯한 그 결과에 가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설령 이것이 완전한 진실은 아닐지라도 진지한 해석을 함께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저 '놀랍다'이다!

위대한 한민족의 웅장한 과거를 재현한 것도 아니고 무슨 족보책을 파고들어 씨족의 기원을 찾아낸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한국고대사의 흐름은 결코 다른 연구결과들에 비해 만만치 않다. 특히 대한민국의 역사가 자신들의 선조로 비정하고 있는 단군조선과 고구려의 연원을 찾아들어가는 장면에 이르면 정말 살떨리는 흥분을 느끼게 된다.

과연 이런 분석을 시도해볼 수 있는 학자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이 연구결과의 희소가치, 그 가치 자체에 대한 외경심이 저절로 솟는다. 이 대단한 가치를 제대로 된 학술용어를 사용해 표현해보지 못하는 내 능력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이후 한국고대사에 대한 관점을 또다시 바꿀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야겠다.

우리의 성씨는 왜 그리 흔할까? 왜 김씨 박씨 이씨가 그렇게 많은 것일까? 김성호씨는 이 책에서 한국의 성씨체계가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른 것을 근거로 씨성을 찾아가면 한국민족을 구성하는 다양한 종족의 계보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설을 바탕으로 한국 고대사에 출현하는 다양한 종족이 어떤 흐름을 통해 한국종족으로 성립되었는지를 파악해나간다. 주제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 줄거리는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가벼운 읽을거리만 굴러다니는 대중 역사서 판에서 아마추어 연구가의 이런 저술작업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것이고, 그래서 얼마나 더 큰 칭찬과 격려를 보내야하는지, 나는 너무 잘 알고있다. 이 서평이 깨알만큼이나마 고된 연구작업에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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