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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엄마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3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백희나 작가의 신간 <이상한 엄마>의 표지를 보면 저 하얀 구름(읽고 보니 구름이 아니라 달걀 흰자 거품이었다) 뒤엔 과연 어떤 얼굴의 이상한 엄마가 존재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머리모양이며, 옷이며, 악세사리며, 어느 것 하나 평범해 보이는 게 없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드디어 이상한 엄마를 맞닥뜨렸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아마 누구라도 <장수탕 선녀님>의 그 요구룽 선녀님을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뭔가 좀 다르다.
장수탕 선녀님에 비해 이 선녀님은 머리도 훨씬 검고, 악세사리도 좀 더 화려하고, 피부도 훨씬 탱탱하다. 짐작컨대 장수탕 선녀님의 막내동생 뻘 쯤 되지 않을까.
하늘 아래 세상의 목욕탕을 체험하고 돌아와 자랑스레 떠벌리는 큰언니를 마냥 부러워하며 호시탐탐 내려갈 기회만 엿보던 막내선녀. 아들 호호가 아파 조퇴했다는 연락을 받고 호호를 부탁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걸지만 이상한 잡음만 들려와 애가 타는 호호엄마. 마침내 서로를 간절히 원하는 강한 시그널에 막내선녀와 호호엄마는 그렇게 서로 응답하게 된 건 아닐까.(제가 드라마를 너무 봤어요)
구름으로 빵을 만들고, 달로 샤베트를 만들었던 백희나 작가.
이번엔 달걀이다. 달걀로 안개도 만들고, 구름도 만들어 호호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부리며 호호를 간호한다.
별 것 없는 냉장고를 뒤져 이것 저것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니 문득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직장맘의 간절한 시그널에 늘 응답할 수 밖에 없는 마음 약한 친정엄마. <이상한 엄마>를 보면서 친정엄마를 떠올리는 건 당연하지 싶다. 하지만 이상한 엄마와 친정엄마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친정엄마는 딸 편하라고 뭐라도 하나 더 해주려고 애쓰지만 이상한 엄마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오무라이스 하나 하면서 부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놔 치울 일이 더 걱정이게 만들고, 비가 왔는데도 베란다의 빨래는 그대로 빗속에 방치해 놓았다.
나는 이 장면에서 우습게도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딸이 떠올랐다. 엄마의 부재를 알뜰히 채워줬던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밤 12시나 돼야 집에 오게 된 이후 난 딸의 부재를 심하게 통감한다. 정말 딱 <이상한 엄마>의 선녀처럼 부탁받은 일만 하고 절대로 다른 집안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나의 딸, 나의 이상한 엄마.
선녀옷을 옷걸이에 걸어놓고 홀연히 구름을 타고 사라진 이상한 엄마처럼 내 딸도 그렇게 홀연히 내 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 내가 그 선녀옷을 폼나게 걸쳐 입고 딸이 보내는 시그널을 기다릴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