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아픈 딸아이와 함께 병원에 갔다.
긴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데 옆자리의 꼬마아이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나이 먹어 갈수록 어린아이가 이쁘다.
그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고 있자니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운수 안 좋은 날> 이라는 글 알아?"
"운수 안 좋은 날? 그게 아니고 <운수 좋은 날>이겠지?"
얼른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말... 박완서 선생님의 <호미>라는 에세이집에 실려있는 글이었다.
딸아이는 교과서에 실린 글이라며 나에게 내용을 대강 알려줬다.
한마디로, 모르는 아이랑 함부로 눈맞추고 이야기 하지 말라는 말을 딸아이는 나에게 하고 싶었던거다.
참 세상살이가 팍팍하다는 씁쓸한 생각과 함께
문학작품을 들이대며 엄마에게 조용히 충고하는 조금 멋진 딸아이의 모습에 흐뭇하기도 하고...
<호미>를 샀다. 책 잘 안 읽는 딸아이 입에서 흘러나온 책이라 기쁜 마음으로...
<운수 안 좋은 날>이 제목을 달리해서 그림책으로도 나와 있었다.
딸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