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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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참 예쁘다.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왠지 그 나무에 걱정을 걸어두면 다시 꺼내기 전까지는 아무 걱정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원제목이 궁금해진다. 'The Worry Tree'
'걱정나무' 보단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라는 표현이 훨씬 좋다. 걱정을 거는 사람 입장에서도 나무입장에서도 말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46288123533579.jpg)
줄리엣은 늘 걱정을 달고 사는 여자아이이다. 걱정이 생기기 시작하면 온 몸에 붉은 두드러기가 생기며, 손톱을 물어 뜯는다. 늘 무언가 정리를 하고 있어야 하고, 자신이 정해놓은 체크리스트대로 하루를 지내야 마음이 편하다.그러고 보니 줄리엣 자체가 '걱정나무'이다.
줄리엣이 드디어 자기 방을 갖게 되었을 때, 방 벽에서 커다란 나무 그림을 발견한다. 그 나무는 100년전 줄리엣의 고조할머니가 그린 것으로 밤마다 그 나무에 걱정을 걸어 놓으면 걱정나무에 사는 동물들이 아침까지 대신 걱정을 해준다는 것이다. 친구때문에 걱정이 생겼을땐 웜뱃에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땐 오리에게 걱정을 걸어두는 것이다.
그때부터 줄리엣은 밤마다 걱정나무에게 자신의 걱정을 이야기한다. 항상 나만 참으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줄리엣은 걱정나무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줄리엣은 자신의 의사를 친구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당당히 밝히게 된다. 등을 돌릴 줄 알았던 친구도, 부모님도 오히려 줄리엣에게 다가선다.
줄리엣은 늘 걱정을 달고 사는 아이였지만 그 걱정들을 밖으로 꺼내놓으면서 자신의 문제를 바로 보게 된다. 그러면서 해결방법도 스스로 찾게 된다. 중요한 건 꺼내놓는 것이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기분이 어떤지 표현해야 상대방도 알 수 있다. 안으로 자꾸 쌓아 놓으면 곪아서 터질 땐 감당하기 힘들다. 곪기 전에 자꾸 터뜨려 줘야 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어린이책 보면서 참 많이 배운다. 나에게도 저 걱정나무가 필요하다. 가족, 친구, 자아, 미래....불안하고 걱정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도 나의 걱정들을 꺼내서 걸어봐야겠다. 그러면 답이 보일까?
아이들에게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줬다. 그러면서 물어봤다. 혹시 걱정나무 말고 갖고 싶은 나무 있냐고. 난 참 예쁜 답을 기대하고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답은 참 현실적이다. 4학년 딸아이는 '돈나무'가 갖고 싶다고 하고, 6살 아들은 '돼지나무'를 갖고 싶다고 한다(삼겹살을 좋아한다). 특히 딸아이는 '돈나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했다. 돼지는 만원짜리, 개는 천원짜리, 공작새는 백원짜리....하면서. 게다가 걱정까지 한다. 그 돈나무를 누가 가져가면 어떡하냐고...그래서 내가 한마디 해줬다. 그 나무는 네 방 벽에 있는 거여서 아무도 가져갈 수 없다고...ㅋㅋㅋ(그 엄마에 그 딸이다)
난 아이들에게 소원나무를 갖고 싶다고 했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 소원을 조심스레 꺼내 걸어두면 꼭 이뤄질 것 같기에...아이들도 덩달아 소원나무로 바꾼다고 한다. 그렇지? 돈나무 보다는 소원나무가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