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갈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도서관이 가고 싶어졌다.
'그래, 결심했어. 오늘은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뒹구는 거야.'
남편에게 말했다.(오늘은 남편 쉬는 날이다)
오늘은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으니 오후 5시까지 찾지 말아달라고.
절대 안찾겠다는 남편의 대답을 들은 후 룰루랄라 도서관으로 go go!
가만, 그러고보니 남편 또한 혼자만의 시간이네!
10시 30분, 도서관 도착.
일단 매점에 들려 뜨거운 맥심 커피 한 잔!(아~~~좋다. 이 맛에 도서관 오는거지)
혼자 커피 마시려니 약간 뻘쭘하여 가방 속에 든 '책상은 책상이다' 를 펼쳤다.
보통 상식에서 봤을때 멀쩡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안나오는 이 책이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 ㅋㅋㅋ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몸소 확인하기 위해 사다리를 끌고 길떠나는 남자,
책상을 왜 책상이라고 불러야 하냐며사물의 이름을 마음대로 바꿔 부르는 남자,
열차 시간표를 모조리 외우면서도 결코 기차를 타지 않는 남자,
더 이상 아무것도 알지 않고 살려고 애쓰다가 결국 중국어까지 배우게 되는 남자 등등
모두 환자에 가까운 이 남자들!
그런대도 나는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일단, 내남자는 아니니까 ㅋㅋ)
11시, 어린이열람실.
먼저 아이들 책부터 빌려놔야지. 나는 엄마니까...(나만의 시간 어쩌구 하더니..쯧쯧)
눈에 띄는 책이 별로 없네. 그래도 골라야지.
어린이열람실에서 이 그림책을 보다가 눈물이 날 뻔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두 사람의 이야기.
엄마와 딸일 수도, 남편과 아내일 수도,,,
함께 하는 두 사람이면 누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프로포즈용으로도 괜찮겠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
두 사람은 열쇠와 자물쇠 같아요.
세상 수많은 자물쇠 가운데
단 한 개의 자물쇠만이 이 열쇠로 열 수 있고
세상 수많은 열쇠 가운데
단 한 개의 열쇠만이 이 자물쇠를 열고 닫을 수 있어요.
가끔 열쇠는 없어집니다.
가끔 자물쇠는 막히기도 하지요.
..................................
오늘밤 남편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줘야겠다.
12시, 종합자료실.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봐야지.
9월 26일 패랭이꽃 그림책버스에 엄혜숙 선생님이 오신다.
강연회 전에 작가의 책을 미리 읽어주는 센스!
월간 paper의 김원과 위스콘신에서 온 영어코치 쉐인이 영어로 수다떤다.
숨 쉴 수 있다면, 영어로 말할 수 있다니...한번 믿어볼까나?
김원은 거침없이 질문하고, 쉐인은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준다.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준다.
31세에 에이즈로 생을 마감한 키스 해링.
그가 궁금해졌다.
입이 심심할까 염려되어 가져간 초콜릿때문인지 갑자기 달달한 로맨스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동안 너무 아이들 책만 열심히 읽어서인지 도대체 어떤 책이 달달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심하게 정보 부족이다.
서가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나의 눈에 띈 이 책. 달달한 거 맞나?
오후 2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짐을 싸서 매점으로.
라면만 먹을까 김밥도 같이 먹을까 고민하다 같이 먹는 쪽으로 결정.
먹으면서 후회했다. 아~~배부르다~~
오후 2시 30분. 디지털 자료실.
대만영화가 보고 싶어 들렀다.
<음식남녀>, <비정성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럴수가,,,하나도 없다.
결국 내가 본 영화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십년도 훌쩍 넘은 이 영화를 나는 아직 못봤다.
너무나 유명한 장면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를 알기에 봤다고 착각한 이 영화.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였다니!
눈내리는 겨울이 되면 다시 한번 봐야겠다.
오후 4시 30분.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남편한테 1통, 딸한테 2통.
5시까지 날 찾지 말라고 했는데도...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많이 아쉽지만... 내가 돌아오기를 목빼고 기다리는 식구들에게로 돌아가야지.
오후 5시 15분.
집에 돌아온 나에게 남편의 첫마디.(누구나 예상가능한 말)
"배 고파, 밥 줘."
도서관에서 혼자 보낸 하루.
긴 여행을 다녀 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