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몰랐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여자가 남자한테 초콜릿 준다는 걸... 

아니, 작년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완전히...새까맣게... 잊어버렸다. 

2월 14일 밤 9시, 딸아이와 함께 동네 슈퍼에서 초콜릿을 하나 사며(밤 9시가 되어서야 발렌타인데이인줄 알았다)  

주인아저씨 들으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너네 아빠는 어떻게 오늘같은 날 초콜릿도 하나 안 사가지고 오냐 그치?"  

집에 돌아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남편한테 한소리 했다. 

"너무한 거 아냐? 나는 바라지도 않지만 딸한테는 좀 사주지...." 

어린 아들한테도 투정부렸다. 엄마를 사랑하기는 하는 거냐고. 

아들의 미안해하는 표정을 즐기고 있는데 남편이 의아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조심스레 한마디 한다. 

"오늘은 여자가 남자한테 주는 날 아닌가?" 

헉!!! 

정말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난 오늘 받는 날인줄 알았다.

그런데...울 딸은 뭔가? 얘도 몰랐단 말인데...  

무심한 엄마에 무심한 딸까지... 

우리집 남자들이 그저 불쌍할 뿐이다. 

웃음으로 넘기기는 했지만 이 씁쓸한 기분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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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2-1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부터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이런 거 없이 살아요.ㅎㅎ

엘리자베스 2011-02-18 21:57   좋아요 0 | URL
저희도 그닥 챙기고 사는 부부는 아니랍니다. ㅋㅋㅋ
제가 저한테 놀란거죠. 주는 날인지 받는 날인지도 잊어버리고 사는 제 자신한테요...
왠지 자꾸 남성화되는것 같아 씁쓸합니다.

소나무집 2011-02-2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런 거 진자 안 챙기고 사는데(결혼 전 해에 딱 한 번 챙겼음) 올해는 딸아이랑 함께 편의점 가서 초콜릿 두 개 사서는 아들이랑 남편에게 주었다오. 몸이 아프고 나니까 별걸 다 챙겨야 할 것 같고 안 그랬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나 싶고... 뭐 그래서...

엘리자베스 2011-02-25 00:51   좋아요 0 | URL
이번 발렌타인데이는 지나갔으니까 할 수 없고 화이트데이때는 확실하게 챙겨 받을려구요 ㅋㅋ
내년에는 저도 꼭 챙겨야겠어요. 이런게 또 함께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