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몰랐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여자가 남자한테 초콜릿 준다는 걸...
아니, 작년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완전히...새까맣게... 잊어버렸다.
2월 14일 밤 9시, 딸아이와 함께 동네 슈퍼에서 초콜릿을 하나 사며(밤 9시가 되어서야 발렌타인데이인줄 알았다)
주인아저씨 들으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너네 아빠는 어떻게 오늘같은 날 초콜릿도 하나 안 사가지고 오냐 그치?"
집에 돌아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남편한테 한소리 했다.
"너무한 거 아냐? 나는 바라지도 않지만 딸한테는 좀 사주지...."
어린 아들한테도 투정부렸다. 엄마를 사랑하기는 하는 거냐고.
아들의 미안해하는 표정을 즐기고 있는데 남편이 의아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조심스레 한마디 한다.
"오늘은 여자가 남자한테 주는 날 아닌가?"
헉!!!
정말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난 오늘 받는 날인줄 알았다.
그런데...울 딸은 뭔가? 얘도 몰랐단 말인데...
무심한 엄마에 무심한 딸까지...
우리집 남자들이 그저 불쌍할 뿐이다.
웃음으로 넘기기는 했지만 이 씁쓸한 기분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