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정리정돈 - 부지런한 습관을 기르는 힘 어린이 자기계발동화 20
함윤미 지음, 조현숙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4학년 딸아이의 방문을 열 때마다 울컥울컥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책상 위는 말할 것도 없이 침대며, 옷장, 책장... 어디 하나 깨끗한 구석이 없다.
"이렇게 어지럽혀진 곳에서 너는 공부가 되니?" 하고 물으면 자기는 너무 깨끗하면 오히려 공부가 더 안된다며 적당히 지저분해야 공부할 맛이 난다고 한다. 으~~ 저 뻔뻔함!

딸아이의 습관을 바꿔볼 요량으로 흑심을 갖고 읽은 책 <어린이를 위한 정리정돈>
내가 먼저 읽은 후에 딸아이에게 이 책을 강추했다.
"딸아, 엄마 생각에 이 책은 너에게 꼭 필요할 것 같구나. 읽고 나면 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올거야." 

아이들이란 참!
엄마의 흑심을 일찌감치 눈치 챈 딸아이는 다 읽은 후에도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마디로 어깃장을 놓는거다. 눈치채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늘 준비물을 빠뜨리고 제 주변정리를 못하는 진표는 같은 반 친구 도희(환경부장)를 좋아하면서 환경미화팀에 스스로 들어가게 된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간 진표는 약속시간도 제대로 안지키고, 준비물이나 아이디어도 미리 준비하지 않아 아이들의 원성을 산다. 게다가 끔찍히도 좋아하는 마술사 삼촌의 마술도구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놔서 삼촌에게도 꾸중을 듣게 된다. 진표가 특히 좋아하는 두 사람(도희와 마술사 삼촌)에게 따끔한 충고를 들은 진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마술사가 꿈인 진표는 삼촌에게 자신의 꿈이야기를 했다가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은 마술사가 되기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된다. 마술중에는 소품을 잘 정리해서 순서대로 내보였다가 얼른 숨기는 게 많은데 소품들이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마술사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정리정돈 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도희에게 전수받은 공부 잘하는 비법 첫번째 또한 정리정돈이었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은 진표. 진표는 과연 달라질까?

사실 딸아이한테만 뭐라 그럴 일이 아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결심을 한다.
매일 한가지씩 버리기. 매일 한 군데씩 정리하기  등등.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여자의 인생은 옷장 속을 닮았다>라는 책들을 보면서 크게 공감하고 또 결심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버리는 게 힘들고, 옷장 속 또한 심하게 엉크러져 있다.
나도 제대로 못 고치면서 딸아이한테 잔소리나 하고...

한참 후,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듯 짐짓 태연하게 자기 방으로 들어갔던 딸아이가 나를 방으로 초대한다.
엄마보다 나은 딸.  그 새 반짝반짝 빛이 나게 방청소를 끝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엄마, 나 오늘부터 진짜 내 방에서 잘거야."
 
정리정돈 인증샷!



 

 

 

 

 

  

청소하기 전의 방 상태를 미리 찍어두지 못해 아쉽다. 저 책상 위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고, 침대는 기능을 상실한 채 제2의 책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리정돈을 싹 하고 나니 이제 저 침대에 누울 기분이 드나보다.
이 상태가 몇일이나 갈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딸아이가 기특하다. 엄마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귀엽게 넘어가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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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8-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깔끔해요. 저야말로 컴 그만 끄고 정리정돈 좀 해야해요.ㅜㅜ

엘리자베스 2010-08-23 17: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가 컴 할 시간에 집안 청소하면 아마 대단히 깨끗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