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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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빈치 코드를 읽었다. 워낙 광고를 많이 해서 기대를 하기도 했고, 별 거 없을 거다 싶기도 했다. 읽고 난 소감은? 딱 예감했던 만큼이다. 광고 많이 하고, 사람들이 많이 읽을만큼 스피디하고, 적당량의 흥미로운 지식과 지적인 취향을 가미해 괜찮은 스릴러가 되었다. 음...스릴러 자체로서는 과연 존 그리샴 같은 정통 스릴러 작가보다 나은 작품을 썼냐면 장담 못하겠다. 하지만 신비주의 전통이나 기독교의 이면 역사를 다룬 비슷한 소설 중에서는 대중적으로 읽힐 만한 속도감과 무게를 적당히 잘 줬다고 본다.  

하지만 광고에서 피력하는 바나, 책 자체가 다루고 있는 소재를 얼마나 잘 살렸냐는 측면에서 보면 역시나 특별한 건 없었다. 워낙에 자주 다뤄진 소재인데,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신비주의 전통의 역사나 비밀 (음모론?)도, 그렇게 수없이 알려진 정통(!) 음모론에서 거의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책 몇 권만 읽어보면 다 아는 얘기를 적당히 섞어서 거기에 스릴러 요소를 끼워넣은 정도. 덕분에 이교도, 기독교에서 나타는 상징을 연구하는 기호학자에 성배에 관한 최고의 역사학자까지 등장시켰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벌이는 두뇌게임이라는 게 별로 대단치가 않다.  

작가가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을 계속 등장시키는 소설을 써왔고, 앞으로도 나올 것 같다. 꽤 성공할 거 같다. 이쪽 계통 얘기가 워낙 흥미롭긴 한데, 읽는 사람은 읽지만 보통은 잘 안 읽는 내용이고, 그걸 나름대로 재미있고 가볍게 잘 쓸 거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다빈치 코드는 시류에 정통한 출판 기획자와 작가가 만들어낸 잘 만들어진 기획상품 같다. 성배의 전설을 추적하는 실마리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선택한 것도, 왠 이름모를 고문서 같은 것보다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과 천재적이고 유명한 역사적 인물(전면에 내세울 수 있고,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을 내세우는 게 낫겠다는 마케팅 차원의 판단으로 이뤄졌을 거라는 느낌. 뭐,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푸코의 추를 다시 한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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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업 1
마사미 유키 지음 / 세주문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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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m : 마부, 말을 돌보다. Grooming up! 이면 말을 잘 키워보자! 이쯤 되겠다.

요새 재미있게 읽은 만화책이다. 전형적인 동경 범생 고딩이 우연히 홋카이도의 말생산 농장과 인연이 닿아 목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겪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잘 나가는 대농장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말들도 종종 나오고 자신들이 돌본 말이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감격을 맛보기도 한다. 농장 주인댁의 미녀 4자매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 이야기 후반으로 가면 결국 그 중 일편단심으로 좋아하던 둘째 딸과 속도위반을 겸한 결혼에 골인한다. 처음에는, 경마장이나 기수 이야기도 아닌, 말 생산 농장의 일꾼들 이야기라 이게 뭐야, 싶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잔잔한 재미에 빠져들게 되었다. 등장인물들의 연애사건에 흥미진진해하고, 배경이 되는 목장에서 나온 말들이 경주에 출전하면 힘주어 응원하고... 재밌긴 하지만 불온한 스포츠라고 생각했던 경마도 이렇게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통해서 보니 참 괜찮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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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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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형태 (이 사람이 아마 씨네 21에 오, 컬트인가 하는 칼럼 연재하던 사람 같다)라는 '무규칙이종예술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젊은이들을 카운셀링한 사례의 모음이다. 카운셀링의 중심에는 이태백 (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암울한 단어가 있다.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싸가지까지 없는 불쌍한 젊은이들. 입시기계로 길러져와서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열정을 갖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 머리 속으로만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공상하고 정작 몸은 방바닥이나 컴퓨터 앞만을 맴돈다. 기껏 갖는 꿈이라는게 돈 많이 주는 안정된 직장이다. 

'안정'을 지향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현실을 카운셀러는 모르는 게 아니다. 물론 청년 실업의 원인이 장기불황이 아니라, 장기불황의 원인이 청년 실업(청년 실망)이라고, 너가 몸을 움직이고 두려움과 망설임을 벌이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라고, 이태백에게 모질게 쏘아대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가 어떻든 책임은 결국 본인이 져야한다는, 그 쓴소리의 메세지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요새 나오는 처세술이나 소프트 심리학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 사회에 적응하고 편입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이 되라고 부르짖지도 않는다. 일종의 "꿈을 향해 달려라, 제발 좀." 스타일이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고민 (수능 준비하는 고등학생부터 30대 중반의 직장인까지 다양하지만 절대 다수는 이십대 젊은이들이다)이 남의 것 같지 않았다. 비록 백수도 아니고, 몽상만 하는 건 아니지만, 꿈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헌신적인 열정,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책을 읽고, 뭐든 진지하고 깊게, 적극적으로 대하려는 자세가 조금은 생긴 거 같다. 이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이 책을 많이 추천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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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학과 평화학
토다 키요시 지음, 김원식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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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담으로 시작하자면, 일본 사람들은 뭔가를 종합해서 정리하는데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판타지 라이브러리라는 시리즈가 있다. 온갖 동서고금의 판타지물들에 대해 항목별로 정리한 책들인데 이 시리즈를 보면 항상 감탄을 하게 된다. 이런 거, 일본 사람들이 참 잘하는 거 같다. 

[판타지 라이브러리]와 이 책은 주제상 거리가 멀지만, 이 책 역시 '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매우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면에서 흡사하다. 책은 직접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이라는, 폭력에 대한 다소는 모호한 구분으로부터 시작한다. 즉각 알아차릴 수 있듯이 직접적 폭력은 주체와 대상, 행동의 의도와 결과가  명확한 폭력이고 구조적 폭력은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환경 파괴, 대기업이나 강대국의 행위에 의한 피해 등을 폭력의 개념 내로 포괄하기 위한 범주화로 보인다. 개인 대 개인의 폭력이나 개인의 폭력성 문제는 책에서 다루는 범위 밖이다. 

테러, 전쟁, 사형. 국가와 같은 공적 조직이 수행하는 대표적인 직접적 폭력이다. 테러는 나쁜 것, 전쟁은 불가피한 것, 사형은 (악질범죄자에게) 당연한 것이라는 도식이 굳어져 있는 우리에게 이 세 가지를 한 데 묶는 건 괘씸해 보이기도 한다. 사실 (근대) 국가가 UN을 제외한 다른 공적 조직과 대별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합법적 폭력(전쟁 수행력, 사형 및 구금 등 경찰력)을 독점한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저자는 국가의 폭력이 과연 정당한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쟁 중 사망 비전투원의 비율이 2차 대전 후 증가하면서, 급기야 현대전에서는 80-90%의 사망자가 민간인이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전략 폭격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몇 만피트 위에서 폭격하는 행위는 이제 일종의 게임 같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전략폭격을 중심에 두는 현대전이 테러와 뭐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사형에 대해서는, 요사이 여러 글을 읽다보니 사형 폐지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사형 폐지론자이다. 가장 중요한 원죄 형사 가능성 (오심으로 인해 사형당하는 경우)에 대해 저자는 미국과 일본의 원죄 형사 통계를 들이댄다.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2003년 일리노이주에서 13명의 사형수가 무혐의라는 것이 밝혀져 한꺼번에 석방된 케이스는 매우 유명하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5명의 사형이 집행될 때마다 2명의 다른 사형수가 무죄방면된다고 한다. 정말 끔찍한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일본도 원죄 형사가 많기는 매한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왜 다르겠는가.

 좀 간추려서 써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군수산업, 담배산업, 남북 격차, 글로벌 대기업의 지배 문제, 핵 (전쟁용이든 민사용이든), 생명공학기술의 이용, 출산기술 등의 문제를 '폭력'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환경학과 평화학이 무슨 관계일까?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 때 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둘다 잘 살아보자는 거고, 막연하게는 큰 관련이 있을 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키워드는 '폭력'이다. 평화의 반대는 전쟁이 아니라 폭력이다. 환경 문제는 '지구에 대한 폭력' '자연에 대한 폭력'으로 압축된다. 우리의 환경학과 평화학은 공존, 자연과의 평화로운 공존, 타인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 이 때의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와 같은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구조적, 간접적 폭력까지 없애는 적극적인 평화여야 한다.

한때 환경운동이라든가 평화운동은 Main stream에서 떨어져 나온, 소위 '부문'운동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 구조적 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라는 관점은, 우리시대의 진보적인 이슈들을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현대의 폭력이 자본주의의 폭력인가 남성중심 사회의 폭력인가. 여성이 남성 대신 사회를 움직인다면 세상은 다를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결론지어지지 않은 문제이다. (하긴 나만 결론을 못냈을까) 저자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다른 영장류들의 사례는, 내 개인적인 여성편애에 근거를 더해주었다. 일단 다른 영장류든 인간이든 여성이 주도하거나 남녀평등의 수준이 높은 집단은 4대 원초적 폭력(전쟁, 살인, 새끼죽이기, 강간)이 없이 평화롭고 평등하다. 하하 -_-v.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볼 것이 많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나서 생긴 추가 독서목록이다.

- 민족국가와 폭력, 앤서니 기든스

- The Anatomy of Human Destructiveness, 에리히 프롬

- 악마같은 남성, 랭햄 & 피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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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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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라는 의구심과 함께 왠지 꼬운 감정을 유발하는 제목이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넘겨버렸을 것이다. 허나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쏟아지는 처세술, 경영, 재테크 책에-순진하고 이런데 무관심할 것같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책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이 읽힌다. 항상 반납카트와 예약도서 코너에는 이런 책들이 몇 권이상 꼽혀있다-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일이 잦다보니 가끔 제목에 따라서는 책을 훑어보거나 때로는 읽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일단 얇고, 잘 읽힌다. "속물이 돼라!" 라는 선동적인 구호로 시작하지만 충분히 합당한(내 생각에는) 충고로 이뤄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계산적인 사고 방식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어떤 사람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넘겨버리고 개인의 실천으로 문제를 축소시킨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후자의 지적은 대부분의 무슨무슨 처세서, 지침서에 다 해당되는 얘기고 전적으로 공감하며, 그냥 그런 책들의 한계라고 생각해두자.  

저자는, 당연히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하라고 강조한다. 단, 영악한 방식으로, 철저하게 나에게 좋은 것을 챙기면서. 영악해지고 얌체가 되고 이기적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책의 주요 메세지다.

잘 살고 싶으면, '스스로를 귀족대접하고' '고급한 취향을 계발하고' '전략적으로 착해지고' '내 스스로 잘 살 운명이라고 자부하라'고 한다. 불행한 내 인생을 위로하기 위해 '행복한 사람은 인생을 모를 거야'라고 질투어린 편견을 갖지 말고, 오히려 행복하고 잘나고 자신감있고 성공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면서 그들의 에너지와 아우라를 흡수하라고 말한다. 싹싹한 여자가 되어 (30대에는 오지랖이 넓다는 소릴 듣지만 20대엔 싹싹한거다. 그러니 20대에 시작하라~) 자신에게 더 좋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줘라. 독서, 건강, 외모 등에서 자신에게 철저하게 투자하라. 돈 버는 법, 돈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라. 사랑에 희생하는 것이 아름답고, 조건을 저울질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결혼은-특히나 결혼이 여자에게 일단은 손해인 한국사회에서- 선택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등등 

내가 보기에는, 내 나이 정도 되면 당연히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 같은 얘기다. 물론 여기에 더해서 개인의 성격과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견해나 선택이 있을 것이지만. 하지만 이런 내용이 처세를 가르치는 책으로 등장한다는 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이기적'이 된다는 것이 그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감내하고 희생하고 수용하고 순수하고 야심을 갖는 것이 경계되고 길들여지고... 아직도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책에 나오는 조언이 필요한 친구들을 내 주변에서도 떠올려볼 수 있다.  

이 책처럼 사회 속에서 여성의 처지를 인정하고 이용하라고 조언하는 것을 넘어, 그 처지를 바꾸고자 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싸우고 살아갈지를 조언해주는 그런 처세서가 나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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