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 라는 의구심과 함께 왠지 꼬운 감정을 유발하는 제목이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넘겨버렸을 것이다. 허나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쏟아지는 처세술, 경영, 재테크 책에-순진하고 이런데 무관심할 것같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책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이 읽힌다. 항상 반납카트와 예약도서 코너에는 이런 책들이 몇 권이상 꼽혀있다-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일이 잦다보니 가끔 제목에 따라서는 책을 훑어보거나 때로는 읽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일단 얇고, 잘 읽힌다. "속물이 돼라!" 라는 선동적인 구호로 시작하지만 충분히 합당한(내 생각에는) 충고로 이뤄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계산적인 사고 방식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어떤 사람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넘겨버리고 개인의 실천으로 문제를 축소시킨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후자의 지적은 대부분의 무슨무슨 처세서, 지침서에 다 해당되는 얘기고 전적으로 공감하며, 그냥 그런 책들의 한계라고 생각해두자.  

저자는, 당연히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하라고 강조한다. 단, 영악한 방식으로, 철저하게 나에게 좋은 것을 챙기면서. 영악해지고 얌체가 되고 이기적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책의 주요 메세지다.

잘 살고 싶으면, '스스로를 귀족대접하고' '고급한 취향을 계발하고' '전략적으로 착해지고' '내 스스로 잘 살 운명이라고 자부하라'고 한다. 불행한 내 인생을 위로하기 위해 '행복한 사람은 인생을 모를 거야'라고 질투어린 편견을 갖지 말고, 오히려 행복하고 잘나고 자신감있고 성공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면서 그들의 에너지와 아우라를 흡수하라고 말한다. 싹싹한 여자가 되어 (30대에는 오지랖이 넓다는 소릴 듣지만 20대엔 싹싹한거다. 그러니 20대에 시작하라~) 자신에게 더 좋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줘라. 독서, 건강, 외모 등에서 자신에게 철저하게 투자하라. 돈 버는 법, 돈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라. 사랑에 희생하는 것이 아름답고, 조건을 저울질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결혼은-특히나 결혼이 여자에게 일단은 손해인 한국사회에서- 선택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등등 

내가 보기에는, 내 나이 정도 되면 당연히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 같은 얘기다. 물론 여기에 더해서 개인의 성격과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견해나 선택이 있을 것이지만. 하지만 이런 내용이 처세를 가르치는 책으로 등장한다는 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이기적'이 된다는 것이 그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감내하고 희생하고 수용하고 순수하고 야심을 갖는 것이 경계되고 길들여지고... 아직도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책에 나오는 조언이 필요한 친구들을 내 주변에서도 떠올려볼 수 있다.  

이 책처럼 사회 속에서 여성의 처지를 인정하고 이용하라고 조언하는 것을 넘어, 그 처지를 바꾸고자 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싸우고 살아갈지를 조언해주는 그런 처세서가 나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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