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 중 하나가 "도살장" (게일 A. 아이스니츠, 시공사)이다. 광우병 시국 안에서 빈번하게 노출되던 책이다. 알라딘에서 책소개를 조금 훑어보았는데 그것만으로도 꽤나 충격이었다.

사흘 전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나는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한번도 먹지 않았다. (덧붙임: 리뷰를 쓰고 3주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고기를 안 먹고 있다) 달걀과 우유는 여러번 먹었고, 아참, 어제 먹었던 샌드위치에 햄이 들어있기는 했다. 사실 삼겹살과 돈까스, 예전에 즐겨찾던 햄치즈 우동, 부대찌개 등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의 순위에 올라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데 고기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이 머릿 속에서 아우성치며 구역질이 치민다.

안타깝게도, 적어도 한동안은, 결코 고기를 '맛있게' 먹지 못할 것 같다.

가금류 사육과 도축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서는 과연 달걀을 먹는 것조차도 양심에 찔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다행히도 영국에는 free range라든가 organic 달걀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휴우...
 
"대략 2억 4천3백만 마리의 암탉이 여기 사진에 보이는 좁은 닭장 안에서 살고 있다. (사진 한쪽에는 옴짝달싹할 수 없을만큼 좁은 닭장에서 끼여 죽어 축 늘어진 닭 한마리가 보인다) 이 좁은 곳의 발바닥을 찔러오는 비스듬한 철사 바닥 위에서 사는 이 암탉들은 날개를 뻗거나, 날개를 부리로 다듬거나, 알을 품고 있는 동안 편히 앉지도 못한다. (실제로 닭을 단단한 평지로 데려다 놓으면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이미 불구가 되어버린 거다) 저쪽 끝에 있는 닭처럼 수천 마리의 암탉들이 매일 같은 우리를 쓰는 다른 닭들에게 밟혀 죽는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달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암탉 한 마리는 이런 환경에서 26시간을 산다." - p. 191 사진설명

채식주의자가 되는 이유를 말할 때 (좀 작위적이기는 하나) 보통 건강상의 이유, 도덕적인 이유, 정치-환경적 이유를 든다. 건강상의 이유는 따로 설명이 필요가 없을 테고, 도덕적인 측면으로 사육과 도축 과정에서의 처참하게 유린되는 동물권이라든가 나아가 인간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생명을 대상화하고 대량 생산하는 발상의 비윤리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정치-환경의 측면에서는 고기 1kg을 생산 유통하기 위해 (소의 경우가 가장 극단적인데) 필요한 어마어마한 물, 곡식, 풀, 에너지 투입을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수십만 마리의 소가 내뿜는 배설물이나 메탄가스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환경오염, 이를 복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역시 문제가 된다.

나의 경우에는 건강상의 이유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나 고기의 맛을 포기하게 할 만큼 강력하게 어필은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병이 있어 채식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도덕적인 이유 역시 원론적인 측면에서 찬성하기는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종교를 갖고 있거나 세상을 영성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들 만한 이유지 나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닐까,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내가 채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육식을 끊거나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환경의 측면'이었다.

"도살장"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 한 가지는, 이 세 가지 측면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도축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이다. 전형적인 르포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책의 2/3 정도를 읽은 지금까지 육식의 필요성이라든가 농축산업계의 아젠다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다. 굉장히 세부적인 것들 이를테면 소 도축장의 스터너-스티커-스키너 등의 역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바닥을 굴러다니는 쥐와 4-5인치짜리 바퀴벌레, 가금도축 과정의 세부사항과 오염이 일어나는 부분, 오염된 고기를 먹고 중독된 아이들의 구체적인 사례들, 일하던 사람들이나 농무부 직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겪는 일들, 국회 청문회에서 등장한 증언과 보고서들... 이런 것을 기술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축산업계에 관한 보고서를 읽으며 알게 된다. 몸의 건강한 감각과 욕구를 마비시키며 욕망을 끝없이 부추기는 시스템 하에서는 대량화가 늘 우위를 점하게 된다. 게다가 규제 완화가 미덕이라는 프로파간다가 판치면서 거대 자본의 힘은 더더욱 커지고 개별 농장, 도축장, 공장에서 그들은 그나마 존재하던 감시와 제어의 손길을 몰아내고 그들만의 더러운, 정말 토나올만큼 더러운 왕국을 구축한다. 대량 생산-소비 사이클을 더 단단하게 구축하고 이윤을 높이는데만 관심있는 자본은 동물권은 커녕 도축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소비자의 권리에도 관심이 없다. '피를 더 잘 뽑기 위해' 소를 기절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채 모든 도축 과정을 겪게 하는 자본의 잔인한 무신경과, 어린 아이들을 치명적인 0157 대장균에 노출시켜 죽이는 사악함은 동일한 욕망에 뿌리를 둔다. 그 자본과 끈끈하게 결합되어 있는 미 농무부 관료들은 시민, 유권자의 권리와 요구에는 관심이 없다. 끔찍하게 오염된 고기가 그 더러운 공장에서 깔끔하게 포장되어 월마트 가판대에 올려지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를 문제삼는 이들은 오프라 윈프리처럼 수백만 달러짜리 소송의 대상이 되며 입에 재갈이 물린다. (대체 누가 미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는가?)

결국 자본이 장악한 이 시스템은, 소비자의 얄팍한 욕망을 부추기고 이용해 그들을 '비도덕적인 시스템'으로 끌어들인다. 붉은 고기를 매일 먹으려면 그들의 고통에 눈을 감으세요. 당신은 매일 싼값에 달걀을 먹을 수 있어요, 그 달걀 한 알을 낳기 위해 서로 밟으며 미치는 닭들의 하루를 모른 척 할 수 있다면. 맛있는 햄버거를 드세요, 당신의 아이가 대장균의 맹독에 공격받아 장기에서 피를 흘리고 부풀어 올라 피부를 찢고 올라오려 하고 심장의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피가 흐르고, 간과 췌장 기능은 정지되고 뇌가 다치고 수 달 간의 비참한 투병 끝에 죽기 전에. 사실 당신은 그냥 우리가 주는대로 닥치고 먹을 겁니다, 왜냐면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요새는 점점 생협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공상 하나가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 여럿이 투자를 해서 소, 닭, 돼지 등을 농가에 맡겨 키우게 하고 한번씩 잡아서 나눠 먹는거다. 도저히 육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생각했던 건데, 이제 보니 이게 딱 생협이다. 꼭 육식의 문제적 측면에 대한 대응으로서만이 아니라 세계화에 대항하는 지역화, 농촌 살리기, 안전한 먹거리, 에너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생각할수록 "생협" 요거 괜찮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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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살다간 러시아 여성 수학자- 소피아 코발렙스카야
코둘라 톨민 지음, 김혜숙 옮김 / 시와진실 / 2003년 4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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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수학자의 변명
G. H. 하디 지음, 김인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5년 10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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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슈뢰딩거의 삶
월터 무어 지음, 전대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7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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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괴델의 삶
하오 왕 지음, 배식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7년 1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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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이 끝나간다. 내년에는 더 알차고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 독서 분야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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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1 - 상- 정치경제학 비판
칼 마르크스 지음, 김수행 옮김 / 비봉출판사 / 2005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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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치학 공부가 어느 정도 되면, 정치경제학 공부도 해보고 싶다. 꼭 그런 순서로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정치경제는 어려울 거라는 두려움이 많아서.. 내년에는 못 읽더라도 서른이 되기 전에 자본론이나 막스 전작 정도는 완독해보고 싶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갇힌 여인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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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전100권 세트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04년 4월
791,000원 → 711,900원(10%할인) / 마일리지 39,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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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이 지날수록 어릴 때 뭣도 모르고 읽고 좀더 자라서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고전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2005년에는 고전적인 소설들에 올인해보고 싶다. 다 읽고 나면 얼마나 뿌듯할까.
보르헤스 대표작 - 전3권 세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2002년 10월
19,500원 → 17,550원(10%할인) / 마일리지 9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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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에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읽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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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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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년 남짓한 기간을 반짝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전설의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 그들은, 백성들에게 "프로가 되라"는 주문을 걸며 체제의 열혈 톱니바퀴로 살아가길 강요하는 자본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아마추어리즘으로 무장한 야구를 한 것이다~얼토당토 않은 발상 같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정말 그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게릴라가 아니었을까 하고 세뇌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재미도 있고, 일종의 감동(?)도 있는...
천사지인 1
조진행 지음 / 청어람 / 2001년 2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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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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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
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이종인 옮김 / 이마고 / 2004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04년 12월 1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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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이고 독선적인 걸작 만화 리스트. 생각날 때마다 업데 예정. 요리 만화와 스포츠 만화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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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 11- 완결
오사카 미에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월
3,000원 → 2,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5% 적립)
2004년 01월 29일에 저장
절판
서른을 살아가는 우리 여성들. 대단히 잘 나거나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일도 사랑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매일이 버겁기도 하나 작은 것에서 세상살이의 기쁨을 느끼는, 그네들의 이야기.
시티 헌터 City Hunter 27- 완전판, 완결
츠카사 호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2004년 01월 29일에 저장
구판절판
처음 읽었을 때는 말그대로 호색한 바람둥이 남성 판타지의 화신인 료였다. 이제는 다시 읽을 때마다 료에게 반하곤 한다. 물론 예전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지만...
올훼스의 창 18- 완결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9월
3,000원 → 2,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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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학생 시절 반친구들 사이에서 열심히 돌던 만화가 몇 종류 있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캔디, 그리고 올훼스의 창. 나이들어 읽으니 다소 유치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한표~
안녕? 자두야!! 1
이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3월
3,500원 → 3,150원(10%할인) / 마일리지 1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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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민학교 세대들이라면 이 만화를 보면서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에 한껏 젖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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