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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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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신은주.홍순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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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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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을 날아서
프랜시스 하딩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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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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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긴급 구호 요원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그의 책 몇 권이 있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는 세계 걷기 여행을 한국 걷기 종단으로 마무리 한 상황과 느낌을 담고 있다. 서문에서 한비야는 “처음 책을 낼 때는 국토 종단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으니 나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는데 이 책이 한국 걷기 종단 기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냐고 물으면 한 개인의 걷기 기록으로서는 손색이 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한비야 개인의 기록이다.

개인의 기록임에도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와 동시에 한비야의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 팔리는 것은 많이 읽는다는 것이고 많이 읽는다는 것은 책의 장르로 봤을 때 그의 기록이 독자에게 편안함과 삶을 살아감에 있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지점 그리고 “이거 봐.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면 가슴 저 밑바닥에는 남보다 훨씬(적어도 수십 배) 노력하지 않으면 중간도 갈 수 없으리라는 압박감과 열등감이 일곤 한다.”

남들에 비해 “대학은 6년, 첫 직장은 10년 늦게”가진 한비야가 던지는 위로와 용기의 단어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다시 말해 글을 읽는 독자는 그가 풀어놓는 경험의 이야기보따리를 보며 공감에 빠지고 언젠가 나도 해보리라. 가능하리라고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한비야의 힘이 글로써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지려면 그 힘을 잘 지탱해 줄 문체가 필요하다. 한비야는 이 점을 잘 알고 있거나 타고난 것 같다. 사회의 압박과 현상 유지, 일상적인 경쟁에 찌든 사람들에게 한비야의 삶은 역설적인 일상적 일탈로 보인다. 한비야는 일상적 일탈의 경험자다. 남들보다 대학을 다니는 것도 직장을 갖는 것도 늦었는데, 그것도 안정된 직장에 사표를 내고 몇 년씩 여행을 다닌다. 게다가 걸어서. 물론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한비야 뿐만은 아니겠지만 한비야의 글쓰기에는 냉소보다는 온화함이 있어서 여행의 양과 용기를 자랑하거나 쌓은 지식을 늘어놓으며 뻐기는 모습이 없기 때문에 남을 튕겨내는 글쓰기가 아니라 감싸 안는 글쓰기가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한비야의 비결이다.

같은 맥락으로 한비야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바와 느낀 바를 여러 번 곱씹으며 현실과 이리저리 맞대 본다. 그것은 한비야의 글에 유독 대화가 많은 것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정신없이 걷는 중에 한 대화를 글로 기록하려면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듣고 곱씹어 보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기록이 가능한데 비야는 거의 모든 여행지에서(약간의 수정과 과장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을 해내고 있다. 수많은 곳에서의 경험과 느낀 바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야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 독자는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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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다 -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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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총 8편의 단편과 대상작가의 다른 작품 1편, 심사평, 대상 작가 작품 평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심사평과 대상 작가 작품 평론은 제외하고 8편의 단편 중 감상이 남은 작품과 대상 작가의 다른 작품 1편을 이 서평의 대상으로 한다. 한 가지 언급하고 서평의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작품을 자신의 시각으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앞, 뒤표지와 책날개, 서문, 수상작 선정 이유서는 절대 보지 말 것을 당부한다. 보려면 작품을 다 읽고 봐도 된다. 여타 매체의 언급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작품에만 집중해서 보는 것이 좋다.

<사랑을 믿다> 권여선
여자 작가가 남자의 시선으로 썼다. 너무나 일상적인, 일상적이길 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상이 된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잘 정돈된 낱말과 문장을 조합해냈다는 느낌이다. 묘사도 간단명료하고 이야기의 흐름에 숨은 긴장과 재미, 충분한 감정의 농도가 좋다. 여자인 작가가 남자의 시선으로 썼지만 결국 여자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건, 사랑과 실연처럼 여자에 심리에 대한 남자들의 충고가 부질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모는 같은 성을 가진 인간의 판단과 묘사를 믿는 것이 그나마 정확하지만 심리는 다르다. 여자의 심리는 여자가 정확히 알고 남자의 심리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믿다’란 단편의 제목은 누벨바그의 노래 <This is not a love song> 처럼 간절하고 반어적이다.

<내 정원의 붉은 열매> 권여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라는 것도 너무 북받치기만 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것 말이다. 적절히 조절하고 배분해서 어딘지는 모르지만 왼쪽 가슴과 명치 사이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하나씩 입으로, 몸으로 꺼내야지 항상, 한 번에, 일상적으로 꺼내놓으면 닳고 닳아 그것의 북받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이해와 공감을 구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권여선의 감정 조절은 영화 <싸움>과 확연히 대비된다. <싸움>에서 김태희와 설경구는 거침없이 전투적인 모습으로 마음껏 감정을 표출하지만 <사랑을 믿다>와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두 작품에서 권여선은 감정을 적절히 감추고 남은 감정은 독자의 하여금 채울 수 있게 하는 여유를 남겨 둔다.

<그 여름의 수사> 하성란
열자 이내는 기본요금으로 전보를 보낼 수 있는 시절에 아이는 어머니의 긴 말을 톡톡 잘라 10자로 줄여 타지에 사는 아버지에게 보낸다. 질퍽하고 명랑하다.

<서열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1> 김종광
한국 문학계의 서열에 대해, 문학계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인위적으로 가상의 나라를 만들고 타인의 시선으로 한국 문학계의 폐단을 비판하고 있다. 거슬렸던 것은 우리나라라는 사회적 성찰 없는 낱말의 사용이었다. 한국 문학계의 폐단을 비판할 마음이 있었다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우리나라가 아니라 한국이라고 했어야 옳다.

작품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연예계의 늘씬한 미녀와 유명한 스포츠 스타의 책은 작품 속 여타 문제와 마찬가지로 현실에 존재한다. 그리고 한 사회의 총체적 뭉뚱그림에 대해 알고 싶으면 택시를 타고 현실을 알고 싶어도 택시를 타면 된다는 간단한 방법에 대해서도 소설 첫 머리에 알려주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얕고 넓게 알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주로 언급하는 서민의 대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실 사회에 대해서도 빠삭하기 때문이다. 재미있긴 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작품이다.

<내가 데려다줄게> 천운영
사내가 자살하게 되는 과정도 점쟁이 할머니 집에 대한 생각도 진실이더라도 터무니없는 몇 마디 풍문에 의해, ‘그 집서 살던 남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잖아’같은 말에 의해 모든 상황과 심리가 역전됐다. 이 작품의 핵심은 풍문과 심리다.

<정류장> 박형서
고즈넉한 시골 산 깊은 곳의 절간에서 움직임 없이 인내하는 돌을 바라보며 과거의 유년시절을 떠올리는 기분이다.

<낮잠> 박민규
“축복받은 날씨다. 저 볕 속에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박민규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은 들어오던 그의 유쾌함과는 거리가 있다. 이를테면 유쾌함보다는 한 노인의 감상과 삶의 팍팍함과 사랑이 있다.


**
TV 책을 말하다에서 김갑수와 홍윤기의 토론을 듣고 보며 뭐 저리 어지럽게 박완서와 이청준에게 찬사를 보내나 싶었다. 읽고 재미있으며 느낌이 오롯하게 남으면 그게 소설이 되는 거 아닌가. 소설이 항상 쉽게 읽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김갑수의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김갑수는 책 읽기가 업인 자신의 인생에 벽돌을 나르고 국밥 끓이느라 책 들춰볼 시간이 없는 다른 인생을 끼워 맞추고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인생의 깊이는 저마다 다르다.

박완서나 이청준이 김갑수 홍윤기에게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같이한 작가였다면 나 같은 문외한도 권여선, 박민규, 천운영, 박형서가 인생의 얼마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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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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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빛의 제국>을 보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도 신간 <퀴즈쇼>를 사 읽게 된 데에는 네 가지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유가 있다. 첫 째, 20대를 다룬 소설이라는 것 둘 째,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와 더불어 20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하여 셋 째, 우석훈과 김영하의 독특한 관계 넷 째, 김영하의 비교적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가 좋아서. 세 번째 이유인 우석훈과 김영하의 독특한 관계는 건너 들은 것인데 김영하 본인이 말하길 우석훈과 김영하는 친분이 있어(기억에 동기라고 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음) 자주 대화하곤 했는데 생각은 많이 달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로(장르는 다르지만) 책을 출간했으니 독특한 관계고 두 책 모두 궁금할 수밖에.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소설의 내용을 주된 것만 간단히 요악하면 이렇다. 이민수라는 사생아가 있다. 27살 이민수는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직장도 없고 별다른 꿈도 없다. 이민수를 키워준 큰 이모(최여사)가 죽는다. 큰 이모의 많은 빚이 있었다. 빚을 이민수가 갚지 못하고 집을 내준다. 큰 이모의 남자친구(곰보빵 아저씨)가 집을 받고 대신 빚을 갚는다. 이민수는 고시원에 살며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 몇 번 돈의 유혹을 받고 자신이 사회에서 대단히 무른 존재임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그런 와중에 취미가 같고 대화가 통하지만 계급이 다른 여자를 채팅을 통해 만난다. 고시원에서 쫓겨난 이민수는 여자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여자로부터, 자신이 처한 현실로부터 도망친다. 퀴즈 인재를 키우는 회사에서 훈련 받으며 끼니와 잠자리를 해결한다. 다시 낯선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사회에서도 도망친다. 이민수는 결국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며 자신의 비관적인 삶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확고하게 못 박고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며 살아간다.

요약을 통해서 이 소설의 제목 ‘퀴즈쇼’는 20대 청년 이민수의 삶을 표현하는 데 아주 적절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문제와 의심, 대답과 냉정한 처벌, 재도전과 무기력함. 인생 자체가 퀴즈쇼다. “퀴즈는 본질적으로 결투의 형식입니다.…누군가가 문제를 내면 그 문제를 맞춰야 합니다. 못 맞히는 순간, 그는 죽는 겁니다.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져서 승자의 처분에 자신을 내맡깁니다. 내려가라면 내려가고 꺼지라면 꺼져야 합니다. 이민수씨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이춘성이 말한다. 세상은 거대한 퀴즈쇼의 일환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원하는 답을 제시하지 못한 젊은이는 영원히 무기력하게 도태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세상이 그런 젊은이를 좋아하니까. 세상은 질문하는 젊은이를 좋아하지 않아. 자기 대답을 갖고 있는 젊은이를 원하지.”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니?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말 같은 말을 하고, 집 같은 집에서 잠들고, 밥 같은 밥을 먹으며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이민수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식주 중 ‘식’과 ‘주’다. 당장 먹을 것과 잠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국가에 소속된 국민으로서 20대는 ‘먹을 권리’와 안전하게 ‘잠을 잘 권리’가 있다. 그런 기본 권리에 대한 책임은 국가라는 상위 집단에서 사회를 거쳐 가정이라는 하위 집단에까지 있는 것이다. 기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국가라는 집단은 존재의 의무를 잊고 있는 것이다. 이민수의 방황은 그 자신의 “뼈 속 깊은 게으름”의 탓과 더불어 자신의 의무를 망각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지휘하는 국가의 탓이다. 경제학의 역사를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국가의 역할은 법의 제정으로 무한 경쟁의 고래 싸움에서 새우를 보호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국가가 한 번이라도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민수 같은 20대가 이 나라 한국에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 그 실증적 진단의 예가 되겠다. 다시 말하자면 국가는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세금은 힘 좀 쓰는 나라의 협박에 못 이겨 한물간 무기를 비싸게 구입하거나 불편도 못 느끼는 보도블럭을 다시 까는 데 쓰라고 내는 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식’과 ‘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데 쓰라고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20대의 기본 권리를 가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누가 기본 권리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안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한 대안적 대답은 <88만원 세대>를 완독한 후 실증적 진단까지의 과정을 거쳐 논해보아야 할 것이다.

<퀴즈쇼>에 대한 단평

1.
감상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문장이 없어서 좋고, 감상이 필요할 땐 푹 젖어 맺고 푸는 게 비교적 확실한 문체가 깔끔하다.

2.
예상 가능한 이야기 흐름이 아니라 사건과 상황 사이사이에 장치해 둔 반전들이 분위기를 적절히 고조시켜 소설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다.

3.
영화 연출을 통한 배우의 세심한 연기를 잡아내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사소한 감정 변화로 인한 행동 변화를 독자로 하여금 포착하게 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고 채팅으로 이름과 사는 곳, 이메일 주소 등을 바로바로 알아내지 못하는 모습 같은 구시대적 상황 설정이 아쉬웠다.

4.
지원이라는 인물은 20대 남자들이 실제로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여성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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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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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유원이 서언에 언급한대로 잡문이 모인 책인데 그렇다고 흔히 하는 말로 내용이 잡스럽다거나 잡종 같지는 않다. 꽤 오랜 기간 차분히 생각하고 고민해서 공부한 기운이 책을 이룬 낱말에서 풍긴다. 위기지학이라는 기치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정말 위기지학적이다. 학문적 글쓰기가 아니라서 이리저리 다른 주제를 배회하기도 한다. 강유원의 다소 냉담한 글과 어딘가 다르다.

이 책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조각난 글”을 모아 요약하자면,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이고, 공부에 익숙한 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공부해서 안다는 것은 무엇이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돕는 책이라는 매체의 쓰임새와 책으로 공부하는 지식인의 삶과 사회, 공부한 것의 현실적 쓸모에 대한 내용이다.

잡문이라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든 안 하든 상관없지만 자발적인 지적 호기심에 따라 “인류 역사에서 이만큼 오랫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온 물건”인 책이라는 매체에 쓴 글이니 만큼 책 속에 언급한 것에 적어도 절반은 직접 몸으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겠구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리 보수적이라 오해할 정도로 완고하고 당당하게 쓸 수 없다.

대학 교수와 시간 강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공부하고 그로 인해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안한 ‘쿠폰제’는 그의 말대로 정말 황당하지만 밥그릇을 건드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어울리는 그럴듯한 주장이다. 아마도 대학에서 철학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며 느낀 바가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어정쩡하게 실증적 진단과 규범 사이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적당한 선—자신의 체험 밖의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을 그어 놓고 글을 쓰니 쓸데없이 어려운 표현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강유원의 그런 점이 가장 좋다. 그의 말대로 이 잡문들은 그의 생각일 뿐이지만 실천과 독서를 통한 지식에서 비롯된 당당한 글쓰기는 몸으로 공부해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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