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 강유원이 서언에 언급한대로 잡문이 모인 책인데 그렇다고 흔히 하는 말로 내용이 잡스럽다거나 잡종 같지는 않다. 꽤 오랜 기간 차분히 생각하고 고민해서 공부한 기운이 책을 이룬 낱말에서 풍긴다. 위기지학이라는 기치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정말 위기지학적이다. 학문적 글쓰기가 아니라서 이리저리 다른 주제를 배회하기도 한다. 강유원의 다소 냉담한 글과 어딘가 다르다.

이 책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조각난 글”을 모아 요약하자면,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이고, 공부에 익숙한 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공부해서 안다는 것은 무엇이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돕는 책이라는 매체의 쓰임새와 책으로 공부하는 지식인의 삶과 사회, 공부한 것의 현실적 쓸모에 대한 내용이다.

잡문이라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든 안 하든 상관없지만 자발적인 지적 호기심에 따라 “인류 역사에서 이만큼 오랫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온 물건”인 책이라는 매체에 쓴 글이니 만큼 책 속에 언급한 것에 적어도 절반은 직접 몸으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겠구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리 보수적이라 오해할 정도로 완고하고 당당하게 쓸 수 없다.

대학 교수와 시간 강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공부하고 그로 인해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안한 ‘쿠폰제’는 그의 말대로 정말 황당하지만 밥그릇을 건드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어울리는 그럴듯한 주장이다. 아마도 대학에서 철학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며 느낀 바가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어정쩡하게 실증적 진단과 규범 사이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적당한 선—자신의 체험 밖의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을 그어 놓고 글을 쓰니 쓸데없이 어려운 표현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강유원의 그런 점이 가장 좋다. 그의 말대로 이 잡문들은 그의 생각일 뿐이지만 실천과 독서를 통한 지식에서 비롯된 당당한 글쓰기는 몸으로 공부해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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