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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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긴급 구호 요원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그의 책 몇 권이 있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는 세계 걷기 여행을 한국 걷기 종단으로 마무리 한 상황과 느낌을 담고 있다. 서문에서 한비야는 “처음 책을 낼 때는 국토 종단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으니 나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는데 이 책이 한국 걷기 종단 기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냐고 물으면 한 개인의 걷기 기록으로서는 손색이 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한비야 개인의 기록이다.

개인의 기록임에도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와 동시에 한비야의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 팔리는 것은 많이 읽는다는 것이고 많이 읽는다는 것은 책의 장르로 봤을 때 그의 기록이 독자에게 편안함과 삶을 살아감에 있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지점 그리고 “이거 봐.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면 가슴 저 밑바닥에는 남보다 훨씬(적어도 수십 배) 노력하지 않으면 중간도 갈 수 없으리라는 압박감과 열등감이 일곤 한다.”

남들에 비해 “대학은 6년, 첫 직장은 10년 늦게”가진 한비야가 던지는 위로와 용기의 단어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다시 말해 글을 읽는 독자는 그가 풀어놓는 경험의 이야기보따리를 보며 공감에 빠지고 언젠가 나도 해보리라. 가능하리라고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한비야의 힘이 글로써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지려면 그 힘을 잘 지탱해 줄 문체가 필요하다. 한비야는 이 점을 잘 알고 있거나 타고난 것 같다. 사회의 압박과 현상 유지, 일상적인 경쟁에 찌든 사람들에게 한비야의 삶은 역설적인 일상적 일탈로 보인다. 한비야는 일상적 일탈의 경험자다. 남들보다 대학을 다니는 것도 직장을 갖는 것도 늦었는데, 그것도 안정된 직장에 사표를 내고 몇 년씩 여행을 다닌다. 게다가 걸어서. 물론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한비야 뿐만은 아니겠지만 한비야의 글쓰기에는 냉소보다는 온화함이 있어서 여행의 양과 용기를 자랑하거나 쌓은 지식을 늘어놓으며 뻐기는 모습이 없기 때문에 남을 튕겨내는 글쓰기가 아니라 감싸 안는 글쓰기가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한비야의 비결이다.

같은 맥락으로 한비야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바와 느낀 바를 여러 번 곱씹으며 현실과 이리저리 맞대 본다. 그것은 한비야의 글에 유독 대화가 많은 것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정신없이 걷는 중에 한 대화를 글로 기록하려면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듣고 곱씹어 보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기록이 가능한데 비야는 거의 모든 여행지에서(약간의 수정과 과장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을 해내고 있다. 수많은 곳에서의 경험과 느낀 바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야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 독자는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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