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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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로는 단순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복잡한 삶의 방향과 지혜를 산골의 나이든 노인이 웃음과 풍자를 담아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이 책을 평가하자면 이 에세이들은 이외수 어르신이 우매한 대중들을 깨우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외수 자신의 다짐과 지혜의 씨줄과 날줄을 엮은 창의성과 경험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이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추천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는 이외수의 전작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혀 그가 유명해졌음과 “무엇이든지 해내는” 해냄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보다도, 109쪽에 한글날 관련 에세이를 싣는 센스를 가진 편집자의 노력과 더불어 이외수의 다짐과 지혜가 2008년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같은 함의를 가진 닮은꼴 글이 드문드문 보인다는 것이다. 닮은꼴 글들을 하나로 엮어 더욱 탄탄한 구조로 책을 구성했다면 지구 환경을 위해 종이도 아끼고 고유가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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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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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생물과 무생물의 사이 즉, 생물과 무생물의 계면을 찾는 것은 찾는 사람의 목적이 분자생물학적 생물과 무생물의 계면이 아니라면 무의미한 것이다.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오로지 분자생물학적으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지난한 물음에 접근한다. 그리고 연역적으로 “생명이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고 정의한 후 앞서 실험한 학자들의 기록과 자신의 실험 과정에서 얻은 결과를 통해 “생명체인 인간의 몸은 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장난감처럼 정적인 부품으로 이루어진 분자기계가 아니라 부품 자체의 다이내믹한 흐름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본체는 DNA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쿠오카 신이치는 “자연의 흐름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 그리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결론짓는다. 이는 이 책의 주장이 어디까지나 분자생물학의 영역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며, 그 안에서도 후쿠오카 신이치의 주장일 뿐인 것이다.

가령, 작가 최성각에게 이 분자생물학에서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와 결론을 어디 멀리서 들리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동강의 비오리, 보길도의 동맹이, 골목길 등에 풀꽃상을 드리는 그에게는 흔하게 굴러다니고 발에 차이는 동맹이도 생명이며, “자기 복제”나 증식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골목길도 생명이다. 후쿠오카 신이치가 “자연의 흐름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 그리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라고 생명에 대해 일단락 지어 버리고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 이성과 과학의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일은 꼭 “인간의 이성과 현대 과학은 합리적인가?”라는 문제의식이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것이다. “생명”에 대한 해석과 접근의 방식은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고 또 이루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8장에서 갑자기 읽을 때의 사전 지식의 습득 정도가 급상승하는 난이도 조절이 안 됐다는 점과 책의 핵심인 “생명”과 “생물과 무생물 사이”가 아니라 분자생물학에 공헌한 인물사나 후쿠오카 신이치 자신의 신변잡기식 서술이 대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생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혹은 생물과 무생물을 나누는 것과 그 계면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 책이 아닌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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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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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 사회라는 진실
촛불 시민들과 일부 언론들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정부가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어떻게든 눈앞에 닥친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감정적으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정부는 그들이 짠 프레임을 들이댔다. 순간 사실과 은유를 은폐하는 프레임은 감정에 잡아 먹혔다. 정부가 짠 ‘경제 성장’프레임은 시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의 3대 요소는 가치관, 신념, 소망이고 인간은 이 3대 요소에 따라 각자의 프레임을 짠다. 인간은 이 프레임의 틀 안에서 정책을 지지하고 선거에서 투표한다. 인간은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이익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프레임에 따른 감정적인 비합리적 선택을 한다.

2007년 대선과 총선 당시 나는 대한민국 80%의 서민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당의 존재를 바르게 인식하기 시작하면 소수의 지지를 받는 진보 정당들도 그들의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연한 기대였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존재였다.

진흙탕 싸움
정치적 논쟁은 겉모습이 단정하고 깔끔하기 대문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일 거라는 인상을 심어 준다. 100분 토론을 보라, 논쟁이 다소 격렬해진다 해도 최소한의 양식을 지키고 냉정함을 무기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은 때때로 단칼에 생사의 승부를 가르는 중원의 검객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른바 논객이다. 그러나 그 속을 한 꺼풀 벗겨보면 진흙탕에서 논물 콧물 흘리며 빗나가는 주먹을 마구 날리고 제풀에 미끄러져 엉망진창인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이 책은 심정적으로 정치적 논쟁에서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과 그 프레임 내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진흙탕 싸움임을 연상케 한다.

이 책은 정치적 프레임 구성과 언어 사용의 지침이 담긴 실용서이지만, 인간의 인지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지침들이 담겨 있는 처세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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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의미론
G.레이코프 / 한국문화사 / 1994년 3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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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철학
G. 레이코프 외 지음, 임지룡 외 옮김 / 박이정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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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정치
조지 레이코프 지음, 손대오 옮김 / 백성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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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서의 은유- 수정판
조지 레이코프.M. 존슨 지음, 노양진.나익주 옮김 / 박이정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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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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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2008년 5월에 출간된 《성》에 한정지은 것이며 책을 다 읽고 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책의 개관과 주제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을 106p까지 읽었으며 화, 수, 목, 금 4일이 걸렸다. 지금 내 조급한 성격의 한계에 와 있으며 그렇지 않아도 난해한 텍스트를 난해하게 번역한 번역자를 원망하고 있다. 번역을 해보지도 않았고 해보지 않았으면 사소한 것에 왈가왈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번역인 것도 안다. 그렇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 책의 번역에 대한 원망을 풀어놔야겠으니 애교로 봐 주었으면 한다. 이 서평은 내가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짜증이 솟구쳐 덮게 된 이유와 경위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열한 쓸모없는 서평이 될 것이다.

1. 이 책, 이 소설을 난해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연관성 없는 상황 속에서의 관념어의 과용과 상념의 연결이다. 시간의 전개 속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 동안 또 다른 어떤 상념이 끼어들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물론 이야기 전개 속에서 캐릭터의 주관적인 독백이 등장하는 건 여타 소설에서도 익히 등장하는 상황 전개지만 그 상념에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만한 관념어들이 응축되어 있어 내용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난해함이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서와 비교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내 느낌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문학 해석에 대해 ‘꿈보다 해몽’이라는 다소 회의적인 수사를 쓰곤 하는데 보통은 꿈에 대한 해석이 그 꿈보다 난해할 때 그런 수사를 사용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이 소설에 대한 번역자이자 해설자인 홍성광은 이 소설의 해설에서 “카프카의 작품에서 시간의 개념은 우리의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개념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카프카의 잠언 및 일기에서 묘사되는 시간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관념과 이미지들에서는 당대의 역사주의와 다원주의의 중요한 시간관념인 진보적 시간 의식이 해체되고 있다”고 말한다. 106p 밖에 읽지 못해서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해설임과 동시에 카프카의 소설보다 더 개념어들을 남용하고 있다. “진보적 시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어디까지나 내 무지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아님을 변명하자면 나는 홍성광이 언급한 카프카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 즉, “신의 심판과 은총, 신과의 실질적 단절, 원죄의 문제를 중신으로 풀어가려는 종교적 해석, 공산주의 입장의 해석, 카프카가 자신의 부친에 갖는 콤플렉스, 실존주의적 해석, 시온주의적 해석”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2. 이 책은 이런 난해함에 더해 빈번한 비문과 지칭어의 남용으로 내용 이해와 집중을 끈질기게 방해한다. ‘그것은 그렇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는 식의 문장이 지칭어의 남용이다. 이 책의 해설에 홍성광이 줄거리를 적어 놨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비문은 “그 후에 k는 마부인 게어슈테커의 청으로 그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간다”라는 문장이다. 이런 비문들의 번역의 과정에서 이 소설에 반영되었다고 본다.

쪼잔하게 비문 하나 꼬투리 잡아서 번역 전체를 폄하하고 있다 라던가 네가 멍청해서 이해를 못하는 거다 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해설자가 적어 놓은 줄거리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어쩔 수 없다. 촛불 집회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소설에 집중할 수 없었던 상황도 고려해 본다면 앞서 여러 번 말했다시피 굉장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책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에서 어떤 계기가 없는 이상 다시는 이 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할 말도 없어야 한다.

이 소설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거나 내가 언급한 것들이 별 문제가 안 되면서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들의 연락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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