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80 사회라는 진실
촛불 시민들과 일부 언론들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정부가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어떻게든 눈앞에 닥친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감정적으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정부는 그들이 짠 프레임을 들이댔다. 순간 사실과 은유를 은폐하는 프레임은 감정에 잡아 먹혔다. 정부가 짠 ‘경제 성장’프레임은 시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의 3대 요소는 가치관, 신념, 소망이고 인간은 이 3대 요소에 따라 각자의 프레임을 짠다. 인간은 이 프레임의 틀 안에서 정책을 지지하고 선거에서 투표한다. 인간은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이익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프레임에 따른 감정적인 비합리적 선택을 한다.

2007년 대선과 총선 당시 나는 대한민국 80%의 서민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당의 존재를 바르게 인식하기 시작하면 소수의 지지를 받는 진보 정당들도 그들의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연한 기대였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존재였다.

진흙탕 싸움
정치적 논쟁은 겉모습이 단정하고 깔끔하기 대문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일 거라는 인상을 심어 준다. 100분 토론을 보라, 논쟁이 다소 격렬해진다 해도 최소한의 양식을 지키고 냉정함을 무기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은 때때로 단칼에 생사의 승부를 가르는 중원의 검객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른바 논객이다. 그러나 그 속을 한 꺼풀 벗겨보면 진흙탕에서 논물 콧물 흘리며 빗나가는 주먹을 마구 날리고 제풀에 미끄러져 엉망진창인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이 책은 심정적으로 정치적 논쟁에서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과 그 프레임 내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진흙탕 싸움임을 연상케 한다.

이 책은 정치적 프레임 구성과 언어 사용의 지침이 담긴 실용서이지만, 인간의 인지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지침들이 담겨 있는 처세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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