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과 탈주>를 리뷰해주세요.
추방과 탈주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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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리잡은 한국 사회에서 대중은 “’전체를 위해 희생된 ‘일부’, 결과적으로 전체에 포함되지 못하는 ‘일부’”라는 것이 이 책의 기초 문제의식이다. 이 책은 권력과 자본에 의해 추방된 대중들에게 추방상태에서 스스로 ‘탈주’하기를 권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 「대중의 흐름」은 대중의 정치적 탈주를, 2장 「지식의 운명」은 지식인과 대중의 학문적 탈주를 주장하고 있다(3장 「운동의 선언」은 고병권과 그의 동료들이 쓴 각종 선언을 모아놓은 장이다). 우리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가치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이런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자고 말하고 있는지(대안)에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의 1장에서 저자 고병권은 한국 사회에서 “지난 십여 년간 자행된 대중의 추방현상을 나는 ‘주변화’marginalization라는 말을 통해 이해한다”고 말한다. 근대 사회에서 권력과 자본의 총체인 국가 권력은 그들이 선정한 육성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국민들은 주변으로 몰아내고 그렇게 주변으로 내몰린 국민들은 익명의 대중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익명의 대중은 “국가가 더 이상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고, 자신의 생존이 전지구적 시장의 폭력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는 ‘불안’을 안고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저자는 이런 익명의 대중을 ‘비국민’이라고 말하며 “대중들이 비국민적임’을 부인하는 대신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선언할 때, 이 선언은 역설적으로 ‘비국민’의 양산에 대한 적극적 저항운동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적극적인 탈주의 예로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주민등록증 반납과 2008년 여름에 있었던 촛불시위를 들고 있다.

2장은 현장성을 상실한 지식인의 죽음과 앎과 삶의 일치를 말하고 있다. 실천적이지 못하고 이기적이며 체제의 이데올로기에 흡수되어버린 지식인들은 현장성을 찾고 앎을 통해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며, 대중은 “자기 안에서 학자를 발견하고 ‘학자-되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앎과 삶의 일치는 앎에 대한 맹목적 신앙이 아니라 지행일치(知行一致), “앎을 신뢰하게 만드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현실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체제에서 스스로 탈주한 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것이 대중의 가장 큰 고민이고 이런 고민이 탈주를 가로막고 있다. 탈주한 후의 삶에 대한 대안은 이 책에 없다.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현상을 파악하고 의문문으로 끝맺는다. 나는 우선 저지르면 각자의 삶에 맞춰 알맞게 변화한다거나 적합한 근거 없이 주장만을 전개하는 것은 단순한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단순한 ‘선동’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한 개인의 소극적 탈주의 실천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공부를 하려는 이에게 공부는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것보다 ‘스테들러 연필과 삼공노트를 구입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소극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이론가의 이론을 토대로 한국 사회의 현상들을 분석하고 있지만 정작 현상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건드리는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마침 이 책에서 ‘인문학 공부’를 다루었으니 인문학 공부에 대한 한 가지 좋은 의견을 이 서평에 옮긴다. 
 

 《공산당 선언》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들을 적어두고 살펴보는 것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자기 스스로 추적하는 일,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자기 계발이고 공부가 아닌가 싶다. 사실 약자는 상황을 지배하고 있지 못하며, 그 상황에 적응해야만 하므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 공부는 당장 필요하고도 유용한 ‘자격증 따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게 공부한 것은 강자에게 흡수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는 자기 찾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오래된 텍스트를 천천히 더듬어 보면서 진정한 자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강유원(지음),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뿌리와이파리, 2006, 184-185쪽] 

 이 책 《추방과 탈주》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은 앎과 삶의 일치에 관한 내용이 담긴 156-180쪽까지다. 학생, 직장인, 주부 누구나 다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고, 자신의 앎과 삶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앎과 삶의 일치'에 대해 잘 서술해 놓고 있다.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한핏줄 도서'는 아니지만 이 책에 제시된 대안보다 소극적이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담긴 책이 있다.
강유원,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뿌리와이파리, 2006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인문학 공부를 하려는 사람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백인 되기'를 꿈꾸면서 흑인은 자기 신체를 '흑인'으로서 발견하고, 그 때문에 자기 파괴적인 괴로움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런 만큼 자기를 긍정하는 해방,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구원은 멀어진다.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정상성이라는 것, 우리는 우리 시대의 지각구조, 우리 시대의 공통감각sense commun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 여기서 나는 인문학자의 자기 해방 과제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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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08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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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7편이나 되는 영화의 디지털 기술적 측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시네마의 내용과 형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또 과학과 인문학의 담론이 어떻게 영화적 상상력으로 변용되는지 살펴” 보고 있다. 영화가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서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해도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반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디지털 기술이 영화를 어떻게 변화하게 하고 있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디지털 기술에 의한 우리 일상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영화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고 있을까? 진짜(실사)와 가짜(그래픽)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란한 디지털 영상의 미적 효과”와 “하이퍼링크를 형식화한” 등장인물의 비선형적 서사 구조가 영화에 적용된 디지털 기술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 성과가 인터넷과 같은 다른 디지털 기술과 함께 우리의 일상을 변화하게 하고 있다. E-sports에 열광하는 것과 실재 돈을 주고 아바타(avatar)에게 옷을 사 입힘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변화다. E-sports를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E-sports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것을 E-sports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바타에게 옷을 사 입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질적인 거래만이 거래라고 생각하고 현실에 있는 자신만을 인식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그래픽(아바타)에 옷을 사 입히고 욕구를 해소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문제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 실제로 우리의 일상을 살펴보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의 단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디지털적이다, 아날로그적이다’라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이런 이해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현상을 볼 때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우리 일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사람들간에 이해의 단절이 아니라 서로의 삶의 방식과 심성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진중권이 디지털 기술적 측면에서 영화를 말하는 최종 목적도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책 뒷표지에 “디지털과 테크놀로지는 이미 우리 일상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우린 아직도 이에 맞는 철학을 발명하지 못했다”고 적은 것이라고 본다(물론 저자가 아니라 담당 편집자가 적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총 37편의 영화를 디지털 기술의 측면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씨네 21>에 1년간 기고한 글을 엮어서 출간한 책이고, 저자의 “이론적 흥미”에 따라 선택한 영화들만 고른 것이기 때문에 독자는 이 책의 목차를 보고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한 부분만 골라서 보면 기존의 영화 비평과 다른 방식의 영화 읽기를 볼 수 있다. 독자가 직접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부분을 보면 줄거리도 없고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이 나오기 때문에 괜히 스트레스만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과 같이 자신의 관심에 따라 영화를 보고 글을 쓴 책을 더 보고 싶다면 인문학과 근대성의 틀로 영화를 본 고미숙의 《이 영화를 보라》(고미숙, 그린비, 2008)를 보면 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디지털 기술은 영화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고미숙, <<이 영화를 보라>>, 그린비, 2008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이 책에 나오는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복제시대의 이미지는 이렇게 '그림으로 된 인식', '이미지로 쓰는 텍스트'였다. 하지만 생성이미지는 다르다. 그것은 피사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의 상태를 증언할 의무도 지지 않는다.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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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인간과 역사에 바치는 애도의 노래
임철규 지음 / 한길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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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
헤시오도스 지음, 천병희 옮김 / 한길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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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
에우리피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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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
에우리피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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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시의 옥중수고 2- 철학, 역사, 문화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이상훈 옮김 / 거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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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시의 옥중수고 1- 정치편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이상훈 옮김 / 거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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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리처드 벨라미 엮음, 장석준 외 옮김 / 갈무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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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legows > 노명우 저자 강연 후기, "우리의 상식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 노명우는 자신의 책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이하 《노동의 이유를 묻다》)의 출간을 제안 받았을 때 누군가의 해석자, 해설자가 아니라 ‘우리의 주제로 학문을 할 수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막스 베버의 책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베버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의 현실 적용에 대해 생각하며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책 《노동의 이유를 묻다》를 123쪽까지 읽고 강연에 참석했다. 2시간 강연에 1시간 30분 가량은 저자의 강연 시간이었고 나머지 30분 가량은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강연은 저자의 책 《노동의 이유를 묻다》의 목차에 따라 진행되었고 책의 핵심 내용을 간추려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이런 강연 형식은 책을 읽고 청강한 사람은 한 번 더 내용을 정리하거나 읽으면서 생각났던 의문을 풀 수 있고, 책을 읽지 않고 청강한 사람은 강연을 들은 후 책을 읽으면 보다 상세한 내용들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책의 ‘머리말’에서 밝힌 목차의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책 《노동의 이유를 묻다》는 총 256쪽이다)

1. 프롤로그(15-35쪽): 막스 베버의 문제 의식
2. 1장(39-61쪽):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탄생 배경과 베버의 연구 방법론 

3. 2장(65-167쪽):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분석과 해석
4. 3장(171-237쪽): 베버의 문제 의식과 연구 방법론에 따라 “21세기 노동 윤리”와 현대 현상 분석

이제부터 강연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저자의 관점과 막스 베버의 책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위와 같은 목차에 따라 진행된 강연의 핵심 내용을 개괄하겠다. 베버는 “근대적 자본주의, 즉 합리화된 자본주의”가 서양 문화만의 고유한 ‘합리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근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서양 부르주아 계급의 특성, 즉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의 분석을 통해 다른 지역이 아니라 서구에서 근대적 자본주의가 출현한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자 했다.

이 현상의 분석을 위해 “베버는 경제적 토대가 사회를 규정한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적 해석에 관념론적 해석을 더했다. 베버의 관념론적 해석은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기는 하지만, 정신이 그대로 물질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보지” 않고 “정신은 독자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적 해석이 경제와 물질적인 것에 주목한다면 관념론적 해석은 ‘문화’에 주목한다. 베버는 “경제만이 아니라 문화를 통해서도 사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문화를 통해 사회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왼쪽: 칼 마르크스(1818년 5월 5일(독일)-1883년 3월 14일), 오른쪽: 막스 베버(1864년 4월 21일(독일)-1920년 6월 14일)(이미지 출처: http://kangch07.egloos.com/912084

“막스 베버는 자신의 학문을 사회학이라고 했고, 자신을 사회학자라고 말했다.”(강연) 베버는 역사주의적이고 심리주의적인 ‘이해’의 지식과 자연과학적인 ‘설명’의 지식을 구별하려 했다. 베버는 “자연과학을 모방하는 사회과학의 경향을 지향했던 실증주의 사회과학을 비판”하면서 “신칸트학파의 입장을 계승해 이해 모델을 구축했고 그러면서도 개성기술학(쉽게 말해 인간 개개인의 특성을 기술하는 학문)으로 빠져들지 않고 이해 모델에 입각한 사회과학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래서 베버는 “이념형(Ideal type)의 발견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념형은 보편적인 특징을 기초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념형의 발견 방법은 인간의 패턴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사기꾼이 왜 사기를 치는지 알기 위해 세상의 수많은 사기꾼들을 모두 만나 그들의 주관성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사기꾼들 각각의 개별적 특성을 조합해 사기꾼들의 보편적인 특징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가까운 예로 우리의 의식 속에 있는 ‘강남 아줌마’, ‘홍대에서 노는 클럽 죽돌(순)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강남 아줌마’와 ‘홍대에서 노는 클럽 죽돌(순)이’의 대표적인 ‘이념형’인 것이다.

베버는 위와 같은 방법론을 가지고 “자본주의가 발생하기 시작한 1620~1720년경”을 분석했다. 저자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분석과 해석’을 위해 고대에서 근대까지 사람들의 노동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근대 자본주의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배경, 프로테스탄트의 탄생과 그 배경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 정신과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주의적 노동 윤리가 맞물려 돌아가는 지점을 설명한다. “가톨릭의 특권에 기초한 중세 질서에 저항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순결주의적(가톨릭 사제들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것)인 금욕주의는 노동을 인간의 활동 중 최고의 것으로 예찬하고 부의 축적이 “착실하고 근면한 노동의 산물인 한 도덕적으로 인정”한 자본주의 정신과 잘 어울렸다. 베버는 이런 금욕주의적 자본주의 정신의 이념형으로 종교 설교자 리처드 벡스터와 프랭클린을 꼽았다. 벡스터는 종교 설교자로서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주의와 자본주의 정신이 맞물려 돌아가는 지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고, “프랭클린은 세속화된 자본주의 정신의 사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사제들만 실천하는 가톨릭의 고립된 금욕주의와는 다르게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주의는 자본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주의에 기반한 노동윤리로 세속화되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금욕주의적 노동윤리를 내재화했으며 “부는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노동윤리는 21세기의 우리에게는 상식이 되었다.”(강연)

마지막으로 저자는 베버가 분석한 1620~1720년 경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300년 가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베버의 문제의식과 연구 방법론 중 “우리가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구별해”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냉전 체제를 경과해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급격하게 변화”한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변화에 맞추어” 그 형태와 의미가 변한 노동을 분석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막스 베버의 이론의 일정 부분이 현재까지 사용가치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막스 베버의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베버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나는 왜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삶에서 노동에 어떤 비중을 부여할 것인가? 직업 세계로 들어가기 전이든, 이미 직업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든, 한번쯤은 노동과 직업이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244쪽) 

 

왼쪽: 영화 <쇼퍼 홀릭>, 오른쪽: 영화 <타짜>(이미지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81&aid=0001997456, 네이버 포토)

저자는 현대적 현상으로 ‘테일러리즘’, ‘셀프 테일러리즘’, 포디즘에서 비롯된 ‘지름신과 쇼퍼홀릭’ ‘도박’과 자본주의의 노동 윤리를 거부하는 자발적 실업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막스 베버의 분석 방법론을 이용해 이 현상들을 분석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노동을 해야 할 의무와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생기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에 집착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단적으로 “프로테스탄트의 세속적 금욕주의가 종말을 고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가 체제가 부추기는 ‘소비주의’에 의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현명한 수단으로 변화한” 쇼핑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대의 노동자들은 “나는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걸까”와 같은 “노동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가 “노동자에게 노동 윤리를 숭상하라고 가르치지만” 정작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본주의 경쟁에서 막대한 부를 거머”쥐는 기이한 현상과 “지표는 좋으나 행복하지는 않은 삶”(강연)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대안을 생각한다. 강연 당시에 저자는 답답한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 아직까지 적합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며, 우리의 상식을 의심하는 것이 그 대안을 찾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강연의 핵심 내용이다. 1시간 30분 가량의 강연이 마무리되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강자의 4~5개의 질문과 저자의 답변이 오고 갔다. 그 질문들은 비록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저자의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저자의 답변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저자가 20대에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으면서 책에 쓴 메모 중에 베버에게 “이 자본주의 부르주아의 앞잡이…”, “속지 말자”같은 메모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저자의 책 《노동의 이유를 묻다》를 읽으면서 근대 프로젝트의 폐해에 대해 생각했다. 근대 프로젝트는 인간 삶을 보다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주의의 부작용과 위생 권력의 문제 같은 병폐들을 낳았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완전한 체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근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근대의 병폐들을 본래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근대 프로젝트가 주입한 것을 고유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칼뱅파의 프로테스탄트들이 구원의 확신을 갖기 위해 금욕주의적 노동윤리를 내재화한 것처럼 근대인들은 삶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근대가 주입한 노동윤리, 위생윤리들을 내재화했다. 강연에서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우리가 지니고 있는 우리 고유한 것이라고 믿고 싶은 우리의 상식을 의심하는 것이 근대 프로젝트의 병폐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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