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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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총 37편이나 되는 영화의 디지털 기술적 측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시네마의 내용과 형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또 과학과 인문학의 담론이 어떻게 영화적 상상력으로 변용되는지 살펴” 보고 있다. 영화가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서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해도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반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디지털 기술이 영화를 어떻게 변화하게 하고 있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디지털 기술에 의한 우리 일상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영화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고 있을까? 진짜(실사)와 가짜(그래픽)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란한 디지털 영상의 미적 효과”와 “하이퍼링크를 형식화한” 등장인물의 비선형적 서사 구조가 영화에 적용된 디지털 기술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 성과가 인터넷과 같은 다른 디지털 기술과 함께 우리의 일상을 변화하게 하고 있다. E-sports에 열광하는 것과 실재 돈을 주고 아바타(avatar)에게 옷을 사 입힘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변화다. E-sports를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E-sports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것을 E-sports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바타에게 옷을 사 입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질적인 거래만이 거래라고 생각하고 현실에 있는 자신만을 인식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그래픽(아바타)에 옷을 사 입히고 욕구를 해소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문제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 실제로 우리의 일상을 살펴보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의 단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디지털적이다, 아날로그적이다’라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이런 이해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현상을 볼 때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우리 일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사람들간에 이해의 단절이 아니라 서로의 삶의 방식과 심성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진중권이 디지털 기술적 측면에서 영화를 말하는 최종 목적도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책 뒷표지에 “디지털과 테크놀로지는 이미 우리 일상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우린 아직도 이에 맞는 철학을 발명하지 못했다”고 적은 것이라고 본다(물론 저자가 아니라 담당 편집자가 적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총 37편의 영화를 디지털 기술의 측면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씨네 21>에 1년간 기고한 글을 엮어서 출간한 책이고, 저자의 “이론적 흥미”에 따라 선택한 영화들만 고른 것이기 때문에 독자는 이 책의 목차를 보고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한 부분만 골라서 보면 기존의 영화 비평과 다른 방식의 영화 읽기를 볼 수 있다. 독자가 직접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부분을 보면 줄거리도 없고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이 나오기 때문에 괜히 스트레스만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과 같이 자신의 관심에 따라 영화를 보고 글을 쓴 책을 더 보고 싶다면 인문학과 근대성의 틀로 영화를 본 고미숙의 《이 영화를 보라》(고미숙, 그린비, 2008)를 보면 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디지털 기술은 영화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고미숙, <<이 영화를 보라>>, 그린비, 2008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이 책에 나오는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복제시대의 이미지는 이렇게 '그림으로 된 인식', '이미지로 쓰는 텍스트'였다. 하지만 생성이미지는 다르다. 그것은 피사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의 상태를 증언할 의무도 지지 않는다. (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