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이야기할 때 제대로 예의를 갖춰서 말해줄 뿐만 아니라 억지로 거리를 좁히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안심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근데 전, 친구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막 알게 된 상대와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 걸까.
- P147

내 인생.
나의 행복, 손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방법은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돼버린 나의 인생.
그래, 시작되어버린 이상 어쩔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이될 수 없다면 그런대로 움직여보는 거다. 귀찮긴 하지만.
귀찮더라도 해볼까. - P177

"딸아이는 타인이 가진 마음의 무거운 짐이나 후회를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어요. 그런 능력을 타고난 건지드몰라요."
좋은데요. 저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자기가 지닌 마음의 무거운 짐이나 후회는 어쩌지 못해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P211

‘택시 기사 손님‘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을 짓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말을 꺼내자마자 눈물이 줄줄 흘러넘쳤다. 멈출 수 없었다.
"울지 마세요. 이를 어쩌지."
"기뻐서 우는 거예요. 다 울고 나면 웃을게요."
맞다. 분명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을 만큼 후련한 기분으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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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아들 이름을 앞세워 누구 아버님이라고 콕 집어 호칭했고, 그게 싫지않았다. 상도의 깊은 상실감을 아는 지인들은 상도 앞에서 아들이름의 첫자음도 꺼내지 않았다. 마치 아들의 이름을 발설하는 순간상도를 더 깊은 상실의 우물에 빠뜨리는 것인 양. 그래서 상도는 그들을 만나기가 두려웠다. 아들이 없는 상도의 인생은 무의미했다.
상도의 친척들과 친구들은 그걸 몰라줬다. - P162

너는 너, 나는 나로 초지일관 두꺼운 벽을 치고 살았던 가족이마음의 문을 연 것은 꼭 사랑의 묘약 덕만은 아니리라. 그 힘을 빌려서라도 가족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진심이 통했다는 게 더 옳을것이다. 사랑의 묘약에 플라시보 효과가 첨가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 내면의 불씨는 미세한 부싯돌 작용만 있어도 커다란 불꽃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그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인간관계도 있고,
부싯돌 역할을 하는 인간관계도 있는 법, 어찌 보면 사랑의 묘약은그 불씨의 촉매제일 수도 있었다. - P171

사랑이란 그 자체로도 인간을 빛나게 하는 묘약일지 모른다. 그걸 밝히는 것이야말로 남편 연구의 비의(秘)일 것이다. 딸도 자신의 인생에 숨겨진 불빛 하나를 스스로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다.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 사랑의 불빛 하나쯤은 품고 사는 게 인생이니까. - P220

"사랑은,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던 타인과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아닐까요? 나로만 살던 내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고통과 기쁨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요."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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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재미없는 건 맞는데,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있는 곳은 아직도 세계의 극히 일부인 것 같아. 히어로까지는아니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재욱이 말했을 때 재인과 재훈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세사람은 각자 자기가 구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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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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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꽃과 열매를 보았나요? 원래 살던 곳에서 어떤 모습인지 아나요? 지금 화분에 있는 식물들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랍니다.
집 주변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계절따라 초록 잎이 나고 꽃도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걸 보면서 ˝너는 이름이 뭐야?˝ 궁금해 하지만 도시에서만 산 나는 도감을 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씩 찾아보고 이름표를 보고 주변에 식물에 다가가려고 한다.
상담소장님이 있으면 찾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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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제를 돌려 발가벗은 책에 대해 말해보자.
난 어릴 적 많은 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도서관에 자주 갔는데, 도서관 책들은 종종 벗겨져 있었다. 재킷이 없었고 어떤 이미지도 없었다. 딱딱한 표지에 종이 낱장들이 묶여 있을 뿐이었다.
ㆍㆍㆍ
나는 수백 권의 책, 거의 모든 문학서적을 읽으며 성장했다. 그 책에는 날개에 내용이 요약되어 있지도, 작가의 사진이 실려 있지도 않았다. 어떤 채인지 알 수 없었고 모든 것이 비밀스러웠다. 그무엇도 먼저 드러내지 않았다. 책을 알려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 P47

내가 보기에 전집은 배타적인 세계, 일종의 동아리 같다. 궁금하다. 어떻게 전집 안에 들어갈까? 영국 오리지널 펭귄 포켓북에서도 그렇지만 적어도 이탈리아에서 전집은 동시대 작가들까지 포함한다. 아델피 작은 서재는프리드리히 니체와 야스미나 레자, 베네데토 크로체와 자메이카 킨케이드 작품을 출간한다. 유럽에서 전집은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국제적이고 절충적이고 살아있는 하나의 공동체다. - P58

내 책은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사이 내 표지는 무엇을 이야기할까?
가만히 살펴보면 내 책 표지들은 둘로 갈라져서 서로다투는 정체성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표지들은 종종 내정체성을 투사해주고 추측케 한다.
평생 나는 서로 다른 두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 둘 다 내게 강요된 정체성이다. 이 갈등에서 자유로워지려 했지만 작가로서 나는 늘 같은 올가미에 사로잡혀있다.  - P65

나에게 잘못된 표지는 단순히 미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느낀 불안이 다시 덮쳐오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일까? 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옷을 입고있고, 어떻게 인식되고, 어떻게 읽힐까? 난 그 질문을 피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대답을 찾기 위해서도 글을 쓴다. - P66

(화가 리처드 베이커) 그가 표지를 그린 책 모두가 살아 있는 책, 매일 손에쥐게 되는 책이다. 표지는 찢어지고 누렇게 변색되고 햇볕에 바랜다. 마치 사람 얼굴처럼 주름이 지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결국 살아 있는 표지다. - P78

나는 어딘가에 속하고자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한편으로 어딘가에 속하는 걸 거부하고, 혼란스러운 여러 정체성이 날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나는 영원히 이 두 길, 이 두 충동 사이에서갈등을 겪을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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