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물꾸럭 신이 있어 사람에게 길흉을 가져온다면, 그네가 잠수에 실패해 액운을 당한다면, 그때 너는 후회할 거야.
‘아 물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 울겠지. 지금처럼 서럽게. 하지만 네가 잠수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네게 액운이 닥쳐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수영을 배워,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다 보면,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양희가 옷매무새를 꼼꼼히 매만졌다. - P200

스테판 거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근심 어린 눈으로 사진을 봤다.
"그러지 마. 생각해야 해. 너처럼 똑똑한 애들일수록 더 깊이 생각해야지. 자기 결핍을 메꾸려는 똑똑이들처럼 무서운 인간도 없어. 이걸 기억해.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 내 말은, 무의미하게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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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가까운 남들에 대해 기록해 놓고 싶었다. 가족부터 시작해 친구, 연인, 동료, 이웃들의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자아에 대한 서술이 늘어갔다. ‘가장 가까운 남‘이란 결국 자기 자신인 셈이었다. - P6

지금은 그 과정이 꼭 필요했다고, 단지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회상한다. 내가 받은 조언들의 방점이 멈추라
‘보다는 ‘너를 위해‘에 찍혀 있던 거라고도 납득한다. 하소연은 장작 같은 것이라 정당성을 부여받을수록 타오르는 습성이 있었다. 시멘트처럼 냉한 반응을 맞닥뜨리지못했다면 나는 분노의 화염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지인들은 내 몰이해를 감당하면서 명예 소방관이 되어준 고마운 이들이었다. - P30

느긋하게 생각한다고 모두를 내 인연으로 포용할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내를 들인만큼 관계의 종결이 와도 편안하게 납득할 수는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재화 ‘시간‘을 두고 보았는데도, 내 방식이 아닌 다른방식까지 써봤는데도 아니라면 진짜로 아니겠거니 수긍이되는 것이었다. 그때 비로소 사람 사이는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라는 관용적 표현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여태까지의 내 방식은 ‘물 흐르듯‘이 아니라 물살의 지배자가되려는 억지에 불과했다. - P45

상황은 천천히 그러나 나쁘게 튀었다. 내 감정을 억압하며 모든 타인을 긍정하자, 나를 만만히 여기는 사람들이 들러붙기 시작했다. 당시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나를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리란 생각을 못 했다. 사람을 믿어서가 아니라 생의 추상적 진리를 믿기 때문이었다. 노력하는 자에게 영광이! 노력만을 믿느라 노력에도 종류가많고, 어떤 노력은 틀린 결과를 불러온다는 걸 고려하지못했다. - P70

최후의 내가 천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난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에 불시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열받네." 혹은 "생각할수록 열받아." 연쇄적 데굴데굴 분노로, 여름에도 냉동고에 갇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럴 땐 내 삶보다 내게 상처 준 사람들의 삶을 믿었다. 그들이 그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망쳐나갈 세월과 사건들을 기대했다. 망하라고 생각하고 망하는 데 힘을 보태지는 않는 것이었다.  - P73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후 인생의 최고 암흑기가 닥쳤을 때 나는 지인들의 덕질에서 큰 힌트를 얻게된다. 나는 하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못나고 재능 없고 마이너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멋쩍은 사람을 좋아하기로 정해버렸는데, 그건 바로 ‘나‘였다. - P78

나를 이기고, 상대방을 이기고, 내가 분노에 잡아먹힐까  걱정하는 주변인들을 이기면…… 나는 내 좁은 세계의 왕이 되는 걸까?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될까? 하지만 싸우면서 승리해야 왕이될 수 있는 거라면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평민으로 사는게 나았다. 누군가와 몇 차례나 날을 세우며 깨달은 것은, 나쁜 마음엔 좋은 삶이 깃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착할 필요가 없듯 악할 필요도 없었는데. 고도의 미움을 낱낱이 표현하는 것이 강점이라 착각했던 나날들이 뒤늦게 후회되곤 했다. - P108

때로 가족이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만 하는 사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시 실제 거리보다는 거리를 벌릴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서로를 미지의 세계로두어야 미지를 탐구하고픈 열망이 식지 않고, 짐작보다는 질문을 나누며 오손도손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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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비밀 친구
경혜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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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예뻐서 보게 된다. 같이 산 <나와 티라노와 크리스마스>도 배경에 하얀점들이 있다. 그건 눈이 내리는 장면이다. 이 책의 표지 배경은 별이다. 아이와 공룡이 별을 보고 있다.
처음 읽을 때는 이야기를 따라갔다. 두번째 읽을 때는 내 마음을 따라갔다. 나의 비밀친구를 찾아, 아이처럼 성장하길 바라면서. 다 큰 어른에게도 비밀친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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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티라노와 크리스마스
경혜원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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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빠는 아이를 위해 공룡 장난감을 산다. 숨겨둘 곳을 찾던 아빠는 땅속에 묻었는데, 그곳에는 엄마를 찾고 있던 꼬마공룡이 있었다.
전작에도 공룡과 판타지가 어울린 이야기를 많이 쓴 작가인데, 꼬마공룡이 뼈로 등장해 인상적이었다.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것이라는 말처럼 아이는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진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아가고 아빠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아빠와 둘이 시골 집에서 사는 설정도 다양한 가족구성을 보여주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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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사람들은 왜 그런 말을 믿었을까? 이 아이들은 120세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앞으로 12배만 더 살면 비슷한 말을 본인들이 들을지도 모른다. 시대의 시선을 고려해보는 건 의외로 즐거운 일이다. 인류가 반복되고 있다는 증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때의 우리는 왜 믿었고 지금은 다르게 생각하는 걸까? - P126

우정은 친구와 같이 노는 것이며 깊을수록 깊게 싸우는것. 친구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이며 벽 같은 것이다. 그는 쌓고 쌓으면서 더 믿을 수 있는 벽이라고 덧붙였다. 영희에게도 초콜릿 반쪽을 나눠주는 철수의 행동이우정을 보여준다. 추의 무게가 같아 시간이 지나도 같은 감정이며,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는 줄이나 절대 끊어지지 않는 줄이다.
우정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만, 나만의 공간까지는 침범할 수 없어서 각자의 비밀이 하나쯤은 있는 관계이며 특별함을 주지만 모든 것을 알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한 아이는 우정이란 다른 계급에 있더라도 서로 돕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것이 지금 시대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정이었다. - P201

똑똑한 아이들, 사고를 치는 아이들, 이들을 만나다 보면안다. 어떤 아이는 논리적으로 수긍이 되어야 나를 선생으로 인정하고, 어떤 아이는 자신과 친밀해져야 선생으로 인정하고, 어떤 아이는・・・・・・. 그런 방법을 터득하면서 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배웠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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