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인생그림책 19
티모테 드 퐁벨 지음, 이렌 보나시나 그림, 최혜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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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그림책이 나를 부른다. 가방은 이미 무겁다.

 그래도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을 집어 들었다. 

 한 소년이 여름 방학을 맞아 열차를 타고 삼촌의 집으로 간다. 열차는 늘 여행을 상기시킨다. 검표원이 아이를 꼬마청년이라고 부른 게 복선일까? 

 아이는 안젤로 삼촌네 집에 온 것을 '매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하고, 자전거를 타고 매일 매일 마을 끝까지 달리며 경계를 넗혀간다. 바다를 발견하고 물 속에 빠져든 순간, 바다 뒤에서도 큰 파도가 덮쳐온다. 에스더 앤더슨이라는 파도.

 글과 함께 따뜻한 파랑과 노랑의 수채화가 펼쳐진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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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은 달팽이 집 같았다. 가운데에는 집이 있었다.
나는 내선형 원을 그리면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까지 가려고 애썼다. 그러던 여름 어느날, 그 일이 벌어졌다.

처음 와본 곳이었다.
이 순간 이후, 모든 것이 영원히 달라질 거라는 걸느낄 수 있었다.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숨이 가쁠 정도로 뭔가 벅차 올랐다.
그러느라 가장 큰 파도를 보지 못했다.
깜짝 선물처럼 해변에 도착한 파도를.
에스더!!! 에스더 앤더슨

나는 파도는커녕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삼촌 역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웬지 모르게 떨렸다. 추워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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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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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으면 그만이지-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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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맛있는 위로의 시간
강효진 지음 / 구름의시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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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거야! 보통 읽어본 책이 아닌, 내용을 모르는 책을 사잖아. 그중에서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펼쳤는데, 마음을 쏙 뺏길때가 있지? 내 인생 책도 그랬어. 작은 서점이었는데, 원래 사려고 했던 책이 없어서 그냥 둘러보던 참에 만나게 됐지. 운이 좋
"그게 손님한테 어떤 메뉴판을 내줘야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모든 책이 놓인 커다란 서점에 갔다면 원하는 책을 샀겠지. 그럼 인생 책을 못 만났을 수도 있잖아. 그런 우연적인 만남을 메뉴판에 담고 싶었어." - P103

"결말은 네가 꿈을 이루고, 이루지 못하고로 정해지는 게 아니야. 네가 느꼈던 감정과 경험들로 만들어지지 목적을 이뤄도 슬픈 결말일 수 있고, 이루지 못해도 행복한 결말일 수 있어."
"그럼 좋은 결말이란 건 뭔데요?"
보름의 질문에 문이 처음으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떠한 질문에도 술술 답하던 그가 이 물음만큼은 정말 답이 없다는듯이 조심스레 입술을 움직였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은 게 좋은 결말 아닐까? 고생했던경험을 떠올리면서도 추억에 젖어 웃음을 터트리곤 하잖아. 그땐 그랬지 하고." - P132

"후회란 건 언제나 우리의 뒤통수에 바짝 붙어 있어서 피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대개 실패한 경우보다는 도전하지 못한 경우에 후회가 더 크더라고 숨이 다해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후회도 ‘겁먹지 말고 더 도전해 볼걸‘이거든. 그런 면에서 너는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 P132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봄과 겨울이 가깝고 어둠과 빛이맞닿아 있는 것처럼, 성공과 실패도 결국 비슷한 게 아닐까?"
"성공과 실패가 뭐가 비슷해요? 실패는 완전히 망한 거고, 성공은 짱! 좋은 건데."
보름이 혀 꼬인 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문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을 채우는 게 성공이라면, 실패는 마음을 성숙시키니까." - P133

"여긴 그저 잠깐 통과하는 ‘문‘ 같은 곳이야. 들어오고 나가는문, 손님들이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이곳에 준비된 결내어주는 거지. 하지만 ‘달‘은 달라.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잖아. 여긴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이 아니야." - P176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 노력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감정이 고조된 문과 달리 달토끼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떻게 느끼느나는 다를 수 있잖아요."
"그건 그냥 안주할 뿐인 거잖아."
"일어나는 일 중에는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있는걸요."
책의 내용을 보는 것과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번번한 실패. 문 혼자였다면 지쳐버렸을지도 모르나, 그에겐 생각을 나눌 달토끼가 있었다. - P286

"삶은 목적지가 있는 길이라기보다 커다란 운동장 트랙 같지않아요?"
"무슨 소리야?"
"만약 길이었으면 앞으로 갈 때마다 점점 목적지랑 가까워져야 하잖아요. 즐거운 일을 하면 점점 더 즐거워질 것 같고, 슬픈일을 겪으면 계속 슬프기만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잖아요.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지구랑 달 같아요. 지구랑 태양 같기도 하고, 달라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냥 서로 뱅글뱅글 돌고 있는 거죠."
- P291

"아니죠.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잖아요. 나보다 먼저 달린사람도 있고, 늦게 달린 사람도 있지만 돌다보면 같은 지점에서만날 수도 있는 거죠."
상상 속 홀로 트랙을 달리고 있던 자신 주위로 많은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요한 건 빨리 가는 게 아닌 거예요.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한 거지."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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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찰나의 행복과 원인 따위를 알 수 없는 불행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추상화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시작과 끝을 선택할 수도, 기쁨과 슬픔의 농도를 조절할 수도 없는, 주어진 것을 묵묵히 그려나가야만 하는 나만의 작품, 얼룩덜룩한 백반증도 나의 캔버스에선명히 새겨져 있음을 이제는 안다. 그 무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무늬라는 것도내 작품은 여전히 진행형이니 언제 어느 때든 또다시 힘든 시간이 찾아오겠지. 그때는 묻지도 따지지도않고 먼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다 비워야지. 처음에 나를두렵게 했던 백반증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족하고 부끄러운 내 모습마저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나부터 정성껏 돌보면서 삶에 찾아드는 어려움들이 조금은 감당할 만해졌으니까. - P113

투박한 내 글에 가장 먼저 따뜻한 손을 얹어준 건 랜선 언니들이었다. 인생 선배인 언니들은 내게 더 웃고, 더 크게 웃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면 그것이 부정적이거나 사소한 것이라 해도 소중하고, 그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답이 보이지 않는 푸념을 늘어놓거나 힘들어 죽겠다고 엄살을부릴 때에도 나를 다독이는 랜선 언니들의 따뜻한 댓글덕분에, 솔직한 것 말고는 별 볼일 없는 내 글이 비로소작은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그 다독임에 그다음 글을쓸 수 있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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