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찰나의 행복과 원인 따위를 알 수 없는 불행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추상화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시작과 끝을 선택할 수도, 기쁨과 슬픔의 농도를 조절할 수도 없는, 주어진 것을 묵묵히 그려나가야만 하는 나만의 작품, 얼룩덜룩한 백반증도 나의 캔버스에선명히 새겨져 있음을 이제는 안다. 그 무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무늬라는 것도내 작품은 여전히 진행형이니 언제 어느 때든 또다시 힘든 시간이 찾아오겠지. 그때는 묻지도 따지지도않고 먼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다 비워야지. 처음에 나를두렵게 했던 백반증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족하고 부끄러운 내 모습마저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나부터 정성껏 돌보면서 삶에 찾아드는 어려움들이 조금은 감당할 만해졌으니까. - P113

투박한 내 글에 가장 먼저 따뜻한 손을 얹어준 건 랜선 언니들이었다. 인생 선배인 언니들은 내게 더 웃고, 더 크게 웃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면 그것이 부정적이거나 사소한 것이라 해도 소중하고, 그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답이 보이지 않는 푸념을 늘어놓거나 힘들어 죽겠다고 엄살을부릴 때에도 나를 다독이는 랜선 언니들의 따뜻한 댓글덕분에, 솔직한 것 말고는 별 볼일 없는 내 글이 비로소작은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그 다독임에 그다음 글을쓸 수 있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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