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거야! 보통 읽어본 책이 아닌, 내용을 모르는 책을 사잖아. 그중에서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펼쳤는데, 마음을 쏙 뺏길때가 있지? 내 인생 책도 그랬어. 작은 서점이었는데, 원래 사려고 했던 책이 없어서 그냥 둘러보던 참에 만나게 됐지. 운이 좋 "그게 손님한테 어떤 메뉴판을 내줘야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모든 책이 놓인 커다란 서점에 갔다면 원하는 책을 샀겠지. 그럼 인생 책을 못 만났을 수도 있잖아. 그런 우연적인 만남을 메뉴판에 담고 싶었어." - P103
"결말은 네가 꿈을 이루고, 이루지 못하고로 정해지는 게 아니야. 네가 느꼈던 감정과 경험들로 만들어지지 목적을 이뤄도 슬픈 결말일 수 있고, 이루지 못해도 행복한 결말일 수 있어." "그럼 좋은 결말이란 건 뭔데요?" 보름의 질문에 문이 처음으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떠한 질문에도 술술 답하던 그가 이 물음만큼은 정말 답이 없다는듯이 조심스레 입술을 움직였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은 게 좋은 결말 아닐까? 고생했던경험을 떠올리면서도 추억에 젖어 웃음을 터트리곤 하잖아. 그땐 그랬지 하고." - P132
"후회란 건 언제나 우리의 뒤통수에 바짝 붙어 있어서 피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대개 실패한 경우보다는 도전하지 못한 경우에 후회가 더 크더라고 숨이 다해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후회도 ‘겁먹지 말고 더 도전해 볼걸‘이거든. 그런 면에서 너는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 P132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봄과 겨울이 가깝고 어둠과 빛이맞닿아 있는 것처럼, 성공과 실패도 결국 비슷한 게 아닐까?" "성공과 실패가 뭐가 비슷해요? 실패는 완전히 망한 거고, 성공은 짱! 좋은 건데." 보름이 혀 꼬인 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문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을 채우는 게 성공이라면, 실패는 마음을 성숙시키니까." - P133
"여긴 그저 잠깐 통과하는 ‘문‘ 같은 곳이야. 들어오고 나가는문, 손님들이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이곳에 준비된 결내어주는 거지. 하지만 ‘달‘은 달라.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잖아. 여긴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이 아니야." - P176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 노력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감정이 고조된 문과 달리 달토끼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떻게 느끼느나는 다를 수 있잖아요." "그건 그냥 안주할 뿐인 거잖아." "일어나는 일 중에는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있는걸요." 책의 내용을 보는 것과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번번한 실패. 문 혼자였다면 지쳐버렸을지도 모르나, 그에겐 생각을 나눌 달토끼가 있었다. - P286
"삶은 목적지가 있는 길이라기보다 커다란 운동장 트랙 같지않아요?" "무슨 소리야?" "만약 길이었으면 앞으로 갈 때마다 점점 목적지랑 가까워져야 하잖아요. 즐거운 일을 하면 점점 더 즐거워질 것 같고, 슬픈일을 겪으면 계속 슬프기만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잖아요.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지구랑 달 같아요. 지구랑 태양 같기도 하고, 달라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냥 서로 뱅글뱅글 돌고 있는 거죠." - P291
"아니죠.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잖아요. 나보다 먼저 달린사람도 있고, 늦게 달린 사람도 있지만 돌다보면 같은 지점에서만날 수도 있는 거죠." 상상 속 홀로 트랙을 달리고 있던 자신 주위로 많은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요한 건 빨리 가는 게 아닌 거예요.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한 거지."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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