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재미없는 건 맞는데,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있는 곳은 아직도 세계의 극히 일부인 것 같아. 히어로까지는아니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재욱이 말했을 때 재인과 재훈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세사람은 각자 자기가 구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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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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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꽃과 열매를 보았나요? 원래 살던 곳에서 어떤 모습인지 아나요? 지금 화분에 있는 식물들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랍니다.
집 주변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계절따라 초록 잎이 나고 꽃도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걸 보면서 ˝너는 이름이 뭐야?˝ 궁금해 하지만 도시에서만 산 나는 도감을 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씩 찾아보고 이름표를 보고 주변에 식물에 다가가려고 한다.
상담소장님이 있으면 찾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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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제를 돌려 발가벗은 책에 대해 말해보자.
난 어릴 적 많은 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도서관에 자주 갔는데, 도서관 책들은 종종 벗겨져 있었다. 재킷이 없었고 어떤 이미지도 없었다. 딱딱한 표지에 종이 낱장들이 묶여 있을 뿐이었다.
ㆍㆍㆍ
나는 수백 권의 책, 거의 모든 문학서적을 읽으며 성장했다. 그 책에는 날개에 내용이 요약되어 있지도, 작가의 사진이 실려 있지도 않았다. 어떤 채인지 알 수 없었고 모든 것이 비밀스러웠다. 그무엇도 먼저 드러내지 않았다. 책을 알려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 P47

내가 보기에 전집은 배타적인 세계, 일종의 동아리 같다. 궁금하다. 어떻게 전집 안에 들어갈까? 영국 오리지널 펭귄 포켓북에서도 그렇지만 적어도 이탈리아에서 전집은 동시대 작가들까지 포함한다. 아델피 작은 서재는프리드리히 니체와 야스미나 레자, 베네데토 크로체와 자메이카 킨케이드 작품을 출간한다. 유럽에서 전집은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국제적이고 절충적이고 살아있는 하나의 공동체다. - P58

내 책은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사이 내 표지는 무엇을 이야기할까?
가만히 살펴보면 내 책 표지들은 둘로 갈라져서 서로다투는 정체성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표지들은 종종 내정체성을 투사해주고 추측케 한다.
평생 나는 서로 다른 두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 둘 다 내게 강요된 정체성이다. 이 갈등에서 자유로워지려 했지만 작가로서 나는 늘 같은 올가미에 사로잡혀있다.  - P65

나에게 잘못된 표지는 단순히 미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느낀 불안이 다시 덮쳐오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일까? 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옷을 입고있고, 어떻게 인식되고, 어떻게 읽힐까? 난 그 질문을 피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대답을 찾기 위해서도 글을 쓴다. - P66

(화가 리처드 베이커) 그가 표지를 그린 책 모두가 살아 있는 책, 매일 손에쥐게 되는 책이다. 표지는 찢어지고 누렇게 변색되고 햇볕에 바랜다. 마치 사람 얼굴처럼 주름이 지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결국 살아 있는 표지다. - P78

나는 어딘가에 속하고자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한편으로 어딘가에 속하는 걸 거부하고, 혼란스러운 여러 정체성이 날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나는 영원히 이 두 길, 이 두 충동 사이에서갈등을 겪을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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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를 결정할 때 좀 더 선명했다.
집에 물건을 적게 두는 것, 부끄러운 걸 남겨두지 않는것, 죽고 나서의 정리,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의 양도꼼꼼히 생각하게 되었다. 생물은 태어나면 모두 죽게 되어 있으니까. - P33

나만 알고 있는 미국나팔꽃의 모습처럼 나에게소중하고 감격스러운 작은 순간들이 무언가를 좋아하게되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식물과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각자 좋아하는 다양한 이유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수업이 가장 좋은 수업이 되지 않을까? - P81

식물을 오래 키운 사람들은 품에 안고 있다고 식물이잘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리고 식물은 물건이아니라 생명이라는 걸 깊이 깨달아서 식물을 위한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내려놓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 P161

 우리는 우리보다 어린 이들이걱정되어 가장 좋다 생각되는 조언을 주지만, 그건 우리의 경험 안에서 가장 좋은 걸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험 바깥에 다채로운 세상이 있다. 어떤 인생의 경로를 선택할지는 어린 이의 판단일 것이다.
- P213

한 번 나의 자유로운 그림을 보여드린 적이 있다. 그분은계속 그림이 쌓이도록 조금 더 열심히 집중해보라고 하셨는데 정중히 사양했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버섯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하는 동안 행복하고,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지만, 무언갈 이루지 않아도 만족한다.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지 확인받고 싶지는 않은 일이랄까?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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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늘 배우는 학생의 신분이어야 한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가 15년 동안 갇혀 있던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괴물로 만든 것처럼, 여기 서관에서 내 후배들을 ‘멋있게‘ 가르치기 위해 지난 15 년 동안 나는 나를 괴물로 만들어왔다. 많이 주기 위해선 많이 가져야 한다. 주어도 주어도 바닥이 보이지 않도록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진화‘라는 말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나은 내가 아니어선 안 된다. 이제 나는 혼자만의 내가 아니다.
둘째, 나를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의 모 - P70

공통으로 배워야 한다면 정말 기초가 되고, 데이터 시대에문·이과 상관없이 꼭 필요한 분야의 것을 다뤄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교육과정과 방식은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시험만 치고 나면 우리의 머리에서 배출돼버릴 잉여 지식이다. 배워야 할 무슨 이유든 갖다 붙이려면 붙일 수 있다. - P163

든 것을 앗아갈 수 있게 하는 최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떠먹여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걸 교실에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힘들자. 내가 힘들면 힘들수록 학생들은 편해진다. 무조건 떠먹이자 그럼 조만간에 그들은 나를 훔쳐 갈 사람이 될 것이다.
셋째,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감동은 반전에서 나온다. 예상을 빗나가게 해야 한다. 선생이면 이런 복장을, 선생이면 이런 언어를 선생이면 이런 행동을 선생이면・・・・・・ 선생이면・・・・・・ 선생이면 이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깨부숴버려야 한다. 하나도 남김없이 역설적으로 선생답지 않으면 멋있는 선생이 될 수 있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넷째, 학생들에게 행복을 주어야 한다. 그들은 내 가족이다.
나를 어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나 때문에 힘든 건 절대 있어선 안된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반드시 생각하자. 그들의 현재와 미래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뭐든지 해야 한다. 그들의 행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심지어나의 행복보다도 아니, 그게 나의 행복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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